[한의신문=최성훈 기자] 커뮤니티케어 사업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의료서비스 외에도 교통 인프라, 의료교육, 산업 연계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역주민들의 한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무너져가는 농촌지역의 의료체계 회복을 위해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1년 8개월간 노년층과 차상위계층, 장애인, 결혼이주여성, 이주노동자 등 의료취약계층 226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 끝에 나온 결론이이서 주목된다.
디엠지평화생명협동조합(이하 생협조합)은 지난 7일 강원 인제읍 EM환경센터에서 ‘인제군 의료실태조사 주민보고회’를 개최했다.
정범진 생협조합 대표 조합원은 “주민자치 속에 마을 모든 구성원이 더 살기 좋은 인제를 만들고자 지난 2017년 생협조합을 만들었다”며 “DMZ 접경지역 주민들의 삶을 높이고자 지난해 3월 인제지역 의료실태 조사단을 정식으로 출범하고 조사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인제군, 노인 대부분 만성질환 가지고 있어
인제군 내 65세 이상 노인 160여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한 결과 이들 대부분은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예방의학의 첫 걸음이 되는 인제군 내 65세 이상 노인들의 하루 운동량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43.6%는 ‘걷기를 중심으로 하루에 움직이는 신체 활동량’이 30분 미만이라고 답했고, 23.2%는 30분에서 1시간이라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66.8%는 하루 운동량이 1시간 미만인 셈이다.
또 인제군 관내 의료기관 부족으로 인한 진료과목 부재로 인해 적시에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실제 인제군 대중교통현황을 살펴보면 한 마을의 경우 원통까지 버스가 1일 3회 운영하거나 아예 대중교통조차 없는 마을도 있었다.
김수진 생협조합 조사원은 “대중교통이 마땅치 않아 병원을 갈 수가 없어 한 달에 한번 오는 아들을 기다려 병원을 이용하는 분도 계신다”며 “병의원·보건소·약국 등 보건의료 시설 이용 셔틀버스 운행과 마을별 주치의 제도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결혼이주민 등 의료취약계층도 고충
장애인과 영유아가족, 임산부, 결혼이주민과 같은 의료취약계층도 지역 의료시설 이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제군 장애인·영유아·임산부 의료실태에 따르면 장애인의 경우 인제군을 비롯한 주변 지역(양구, 고성, 홍천 등)에 장애인 의료시설이 없어 춘천한림대병원이나 강릉병원, 심지어 서울 백병원 등을 이용한다.
의료접근성이 용이해야 하는 영유아 가족이나 임산부의 경우에도 산부인과와 소아과가 없는데다 지역병원에 대한 신뢰가 낮아 원통이나 춘천, 속초, 서울 등에 속한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있다.
인제군으로 시집온 결혼여성이주민 81명의 경우에도 의사소통장애와 의료정보 부족, 의료접근성 장애로 인해 의료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종희 생협조합 조사원은 “인제군에 8년째 거주 중인 제네바 씨는 3~5일간 입원했음에도 본인의 병명을 정확하게 모르고 있었다”면서 “여성이주민은 ‘이주’에서 ‘임신’, ‘출산’까지 짧은 기간 동안 인생의 큰 변화를 겪으면서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의료지원에는 의료용어 교육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건강한 마을 만들기,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노태진 인제지역 의료실태 조사단장(대한한의사협회 약무이사)은 인제군의 의료체계 회복을 위해 기존 시설과 의료서비스를 유지하면서도 한 발 더 나아가 지역산업과 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단장은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인제군 서화보건지소에서 공중보건한의사로 근무했던 경력이 있어 누구보다 인제군의 의료실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물.
그는 “보건소에 있으면서 건강교육을 많이 다녔다. 마을 회관을 찾아가 그 분들의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도 듣고 해결해 준 기억이 있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노 단장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커뮤니티케어에 보건소, 민간 의료기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한의약을 활용한 의료서비스와 지역산업, 관광, 교통 등이 연계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 단장은 “메디컬팜이나 일본 군마현의 사례처럼 한약재 재배와 가공품, 관광 등이 지역사회의 경제 동력으로 작동해야 한다”면서 “안동시의 경우 의료용대마 활성화를 통해 관내 농가 소득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도서 지역의 경우 의료기관 접근성이 열악한 만큼 방문진료 전담 한의사 인력의 채용과 이에 대한 급여화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노 단장은 “한의사들이 방문진료를 하고 싶어도 자리를 비워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만약 방문진료에 대한 급여화가 이뤄지고, 부원장 채용에 대한 지원이 이뤄진다면 방문진료 사업도 활발해 질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