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寬淑의 關格論 - “關格은 腸閉鎖症이다”
關格에 대한 기존 주장 비판… 임상경험 및 서양의학설 고려해 재해석
[한의신문] 韓寬淑 先生(1910∼?)은 함경남도 삼수군 출신으로서 일제 강점기에 해당하는 25세부터 활동을 했던 인물로 常春한의원 원장이었다. 1977년 11월에 그의 저작『相對性鍼灸法』이 나오는데, 이 책은 그가 평생 동안 침구학을 연구하여 만들어낸 역작이었다.
그는 1983년 3월 『醫林』제154호에 ‘關格이란 어떤 病症일까?’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는데, 이 논문에서 關格에 대한 기존의 주장을 비판하면서 그 본래의 의미를 임상적 경험과 서양의학설 등을 같이 고려하여 논의하고 있다. 아래에 그 내용을 韓寬淑 先生의 목소리로 정리해 본다.
關格은 일반인뿐 아니라 醫者들도 많이 오해하는 질병이다. 음식을 먹고 체한 듯하여 뱃속이 갑갑하고 아프고 트림을 하면 특히 함경도 지방에서 많이 ‘關格病’이라고 호칭한다. 그리고 이 병이 발생하고 나서 몇 일 내로 急死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음식에 체한 정도의 병으로 그렇게 쉽게 사람이 죽게 되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醫學入門』에서는 “關不小便格吐逆, 上寒下熱中焦窒”이라고 하고 있으니, 이것은 上焦는 寒하고 下焦는 熱한데 寒은 下降치 못하고 熱은 上升치 못하여 寒熱이 旣濟되지 못하고 中焦가 窒塞되었다는 말이다.
이를 종합하면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腸閉鎖症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腸閉鎖症은 심한 腹痛과 嘔吐로 시작하여 大便不通, 小便減少, 鼓脹, 심한 虛脫症 등이 나타나며 치료를 못하면 수일 내로 사망하는 병증이다. 腸의 어느 부분이 폐쇄가 되었음으로 극심한 복통이 일어나고 腸이 막힌 부분 이상의 腸內容物은 입으로 嘔吐하게 되는데 腸內容物이 나오게 되므로 黃色과 糞臭를 띤 嘔吐를 하게 되고 腸이 막힌 부분 이하의 腸內容物은 初一日에 다 大便으로 나가게 되므로 그 후에는 大便이 全然不通하게 된다. 水分이 大腸으로 내려가지 못하게 되므로 처음에는 小便이 減少되다가 차차로 거의 不通하게 되고 渴症도 일어나게 되고 眼窩陷沒하면서 虛脫에 빠지게 되고 鼓脹도 되면서 급히 死亡하는 병증이다.
그런데 ‘關不小便’이라고 하기보다는 ‘關不大便’이라고 하는 것이 더 좋은 診斷法이 될 것임에도 ‘關不小便’이라고 한 것은 환자가 십여일 이상 대변불통이 있는 경우는 자주 있지만 하루만이라도 소변을 못 보아도 급한 병증으로 알았기 때문이기 때문이리라. 嘔吐하다가 급히 사망하는 병증은 急性汎發性 腹膜炎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증상은 小便이 감소될 수는 있어도 不通이라고 까지는 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膽石疝痛, 腎石疝痛, 神經性 腸疝痛 등의 증상은 고통과 구토 등이 수반되어 關格과 유사한 점이 있지만 小便不通이 없고 급히 사망한 경우도 없어서 같다고 말할 수는 없다.
치료 처방은 中虛에는 補中益氣湯加檳囊 으로 升降시키며, 中虛痰盛에는 六君子湯加栢子仁, 麝香少許, 去白朮을 사용한다. 吐利俱不得에는 旣濟丸, 胃中覺氣有碍, 欲升不升, 欲降不降, 飮食不食에는 二陳湯加木通을 사용하는데, 이 약을 끓여서 먹이고 목구멍을 비녀 등으로 자극하여 探吐하여 그 가로막힌 기운을 토하게 할 것이니 痰을 반드시 토해내는 것은 아니다.
40년 전 함경도에 살고 있을 때 어떤 한의사 선생이 『辨證奇聞』關格門에 있는 和中啓關散이라는 약 2첩을 써서 사경을 헤매던 關格病 환자를 치료해내었다는 경험담을 해주셨다. 그 처방은 다음과 같다. 麥門冬, 白芍藥 各五錢, 栢子仁 三錢, 天花粉 一錢半, 黃連, 滑石 各 一錢, 人蔘, 甘草 各 五分, 桂枝 三分.
김남일 교수·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