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賢濟의 辨證論治論
“證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자”
1993년 『東洋醫學』 제19권 제1호(통권 54호)(財團法人 東洋醫學硏究院 간행)에는 金賢濟 敎授의 「證의 槪念에 對하여」라는 논문이 게재되어 있다. 이 논문은 金賢濟 敎授가 辨證論治의 측면에서 ‘證’에 대한 설명을 한 논문으로서, 진단의 객관화를 위한 저자의 고심을 담고 있다. 김현제 교수는 본 논문에서 자신을 ‘동양의학연구원’ 소속으로 적고 있다.
아래에서 김현제 교수의 논문 「證의 槪念에 對하여」에 나오는 논지를 그의 목소리로 요약해 본다.
○東醫診療의 주요 특징은 ‘辨證論治’이다. ‘辨證’이란 望聞問切 四診에 의하여 수집된 각종 정보를 분석, 종합, 개괄하여 그것이 어떤 종류와 성질의 證候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論治’ 혹은 ‘施治’는 어떻게 치료를 확정하느냐는 것이다. 西醫診療는 病因을 究明하여 病名의 診斷만 내리면 곧 治療에 着手하게 되지만, 東醫診療는 病名의 究明과 함께 ‘證’의 辨別이 필수적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病名이 밝혀지기 前이라도 ‘證’에 따른 치료가 가능하다.
○‘證’의 역사적 沿革: ‘證’이라는 글자가 처음으로 나타난 것은 張仲景의 『傷寒論』이다. 이 책에서는 證의 의미를 첫째 症狀이나 症候로 사용한 경우(예로 辨太陽病脈證幷治)와 診斷的 개념(名曰中風, 桂枝湯證, 麻黃湯證 등)으로 以方明證의 형식으로 方劑辨證을 표시하여 證을 證名이나 證型으로 나타내었다. 病名과 證名을 結合한 치료가 필요함을 보여주어 ‘辨證’에 ‘辨病’의 뜻도 함유하였다. 그 후 理論과 臨床診療가 蓄積된 경험과 실천을 통하여 발전하여 病과 證을 辨別, 分類하는 방법도 체계화 과정을 거치면서 病因辨證, 六經辨證, 五臟辨證, 八綱辨證 등으로 발전하였고, 淸代에 溫病學派에서는 三焦辨證, 衛氣營血辨證이라는 새로운 학설도 나오게 되었다. ‘辨證施治’의 4字는 明代 周之幹이 저술한 종합의서 『愼齋遺書』에 처음으로 볼 수 있고, ‘辨證論治’의 4字는 淸代 章楠이 저술한 醫論書 『醫門棒喝』에서 처음 볼 수 있다.
○證에는 證候와 證名의 두 가지 槪念을 含有: 證候는 어느 하나의 證名(證型)에 반드시 갖추어지는 症候로써 구성되며, 證名(證型)의 診斷基準이 되는 것이다. 證名(證型)은 疾病科程 中의 어느 한 단계에서 生體에 출현한 각종 症狀의 개괄이며, 辨證論治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症候는 現象이고, 證名(證型)은 名稱이다.
○症狀과 症候: 症狀은 單一의 臨床表現 혹은 現象으로서, 예컨대 咳嗽, 頭痛, 泄瀉 등을 말하며, 症候는 2개 이상의 1조의 症狀을 指稱하는 것이다. 症候는 證候에 비하여 狹義로 理解된다.
○病名과 病候: 病名은 疾病의 全過程에 걸친 特徵이나 法則 등으로 구성되는 病理的인 槪括이며, 여기에는 2가지 이상의 證型(證名)이 있을 수 있다. 病候는 病名을 構成하는 主要 症候를 指稱하는 것이다.
○辨證論治의 의의: 證의 辨別만이 아니고, 辨病의 뜻도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同病異治나 異病同治가 東醫診療의 주요 특징으로 되어 있다. 辨證論治가 東醫診療의 주요 특징임에는 틀림없지만 이것만 金科玉條가 아닌 것이다. 『傷寒論』에서 起源하는 方劑辨證은 湯證이라 하며, 湯方의 適應證을 찾아내는 방법도 있고, 證候보다 體質을 중시하는 四象體質療法도 있으며, 屢試屢驗으로 어떤 질병에 대응하는 고정처방으로 ‘專病專方’의 治法도 다같이 東醫療法에 속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우리는 어떤 문제를 너무 偏狹하게 고찰하는 愚를 犯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