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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4일 (일)

고전에서 느껴보는 醫藥文化 14

고전에서 느껴보는 醫藥文化 14

세종의 소갈병과 전순의(全循義) 식치방(食治方)



35-1최근 수년째 전통 식이요법이라 할 수 있는 한의 식치법에 대한 융합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 연구원을 주관책임 기관으로 한국식품연구원과 안전성평가연구소가 동참하여 새로운 미래 산업을 이끌 선도적이고 창의적인 융합연구 분야로 전통한의문헌에 기반한 식치융합 연구가 출발된 지 어언 3년차이다.

그동안 『의방유취』와 『승정원일기』 등을 주축으로 방대한 분량의 문헌지식을 발췌하여 정리하고 국역하여 일반에게 보급하였을 뿐만 아니라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플랫폼을 구축하여 연구자나 일반인들 모두가 손쉽게 접근하여 상호 소통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에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를 비롯한 국고문헌과 국가기록물인 『청강김영훈진료기록』 등을 기반으로 검색 추출한 식치 사례를 중심으로 주요 전통식치법의 특징과 실제 사용례를 가독성 있게 정리하여 출판할 예정이다.

이를 목표로 조선시대 식치를 사용하여 치료한 가장 대표적이고 특징적인 의안을 선별하여 소개해 보고자 하며, 우선 그 가운데 세종임금과 소갈병을 고친 식치의안 사례를 먼저 선보이도록 한다.



세종대왕의 소갈병(消渴病)을 치료한 양고기 처방





세종은 어린 시절부터 학문에 열중하고 성품이 어질어 만인이 우러러 볼 뛰어난 자질을 보였기에 부왕인 태종으로부터 장차 왕업을 맡길 재목으로 지목되었다. 세종은 또한 무인 출신인 할아버지 태조 이성계의 기질을 닮아서인지 기골이 장대하고 육식을 즐겨했다고 한다. 아니 심하게 표현하자면 고기반찬이 상에 오르지 아니하면 식욕이 없다하여 밥상을 밀어낼 정도였다.

태종은 자신의 사후 장차 보위를 이을 세종의 이런 식성을 잘 알고 있기에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의 사후 여러 달에 걸쳐 진행될 국상에 효성이 지극한 세종이 고기와 술을 금할 것이고 고기반찬이 없으면 식사하지 못하는 세종이 건강을 해칠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임종을 앞둔 태종은 특별히 좌우의 고명대신들을 불러 상중임에도 불구하고 상주인 세종에게 고기와 술을 억지로라도 들게 하라고 유시(遺示)를 내리게 된다. 가히 타고난 효성에 지극한 부정(父情)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 알다시피 세종은 워낙 책읽기를 좋아하고 정사(政事)에 바쁜 나머지 30대 초반 이른 나이에 이미 소갈병이 찾아들었다. 시력이 나빠지고 안질과 피부병에 시달렸으며, 체구도 비습해서 크고 작은 질병치레가 잦았다고 전해진다. 특히 내의원 의관들은 탕약을 진어할 경우, 대부분 육식을 피해야 하는 금기 때문에 처방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당대 명의로 명성을 날렸던 어의 전순의(全循義)는 음식처방[식치법食治法]을 생각해 내었고 고기반찬을 끊을 수 없는 임금에게 식치방을 진어하였다.

전순의가 처방한 소갈식치방에는 양고기가 주재료로 들어가는데, 양은 본국[조선]에서는 나지 않는 짐승인지라 세종은 극구 사양하고 복약을 물리쳤다. 조선 초기에 원나라에서 도입하여 시범사육에 들어갔던 양은 몇 마리 되지 않았으며, 이를 임금이라 할지라도 혼자만의 몸을 위해 희생시킬 수 없노라 말하며 극구 사양하였다. 가히 역사에 기록된 어진 임금[仁君]의 남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때 의관들은 다행히 양이 잘 번식하여, 임금의 치료를 위해 1~2마리 사용할 정도가 되니 물리치지 말라고 재삼 간언하였다. 당시 어떠한 진료과정을 거쳐 치료가 이루어졌는지는 『왕조실록』에 자세하게 언급되어 있지 않다.

다만 10여 년이 흐른 뒤, 중년에 이른 세종이 과거를 회상하는 가운데 “내가 젊어서 소갈병을 앓아 동이 채로 물을 마실 정도였으나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말한 대목이 보인다. 지금 이 식치 처방은 전순의가 남긴 『식료찬요(食療纂要)』라는 식치 전문서에 전해져 내려온다.



세종시대 의학자이자 과학자, 어의 전순의(全循義)





전순의는 노중례와 함께 세종시대 태평성세를 이끈 최고의 의관이자 과학자였으며, 침구학에도 발군의 저술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음식과 요리에도 뛰어난 안목을 지닌 전문가였다. 그는 『의방유취(醫方類聚)』 편찬에 의관으로서 참여하여 1445년 365권의 방대한 의학전서가 완성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으며, 침구임상실기서인 『鍼灸擇日編集』, 식치전문의서인 『식료찬요』, 가정백과전서의 전범이라 할 수 있는 『산가요록(山家要錄)』 같은 저술을 남겼다.

특히 그가 장원서(掌苑署) 주부로 있으면서, 엄동설한에도 꽃을 피우고 채소를 기를 수 있도록 고안한 ‘동절양채(冬節養菜)’법에는 콩기름을 먹인 한지와 온돌의 원리를 응용하여 만든 온실축조법이 소개되어 있어 관련 학계를 깜짝 놀라게 한바 있다. 지난해는 세종이 보위에 오른 지 600돌이 되는 해였으나 세종시대 의학을 조명하는 일에 미력도 보태지 못한 필자는 여주의 영릉을 찾아뵙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올해는 즉위년으로 따져 600주년인데 다행히도 마침 궁중문화축전에 창덕궁 내의원 체험행사에 동참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내의원의 상징이 될 만한 『동의보감』과 한의학을 대중에게 알기 쉽게 소개해 달라는 강연 요청에 응한 것이지만 다행히도 호응이 좋아 기간을 연장하여 확대 전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올해는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된 지 어언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마침 문화재청 주관 세계기록유산 홍보활용 사업에 동의보감이 선정되었다. 그동안 등재의 기쁨과 아울러 산청에서 치러진 전통의약엑스포를 끝으로 주춤하던 동의보감 열기가 다시 한껏 고조될 분위기이다.

오는 31일은 『동의보감』이 세계기록유산에 선정 발표되었던 날이다. 때맞춰 제주민속박물관에서 주관하는 광해기념전시회에 본원(한국한의학연구원)과 제주한의약연구원이 공동으로 ‘동의보감특별전’을 준비하고 있다.

세종과 전순의, 창덕궁과 동의보감, 광해와 제주가 함께 한의학의 도약을 노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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