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 더불어민주당 한병도·임호선·양부남·채현일 의원,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가 주관한 ‘국립소방병원 한의과 설치를 위한 국회 토론회’가 10일 개최된 가운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공무원에 대한 의료선택권 보장과 더불어 통합의학 연구의 거점이 되도록 국립소방병원에 한의과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고성규 경희대 한의대 학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패널토론에서 양운호 서울시한의사회 정보통신이사는 ‘소방공무원 찾아가는 한의의료서비스’ 사업을 실시한 결과, 한의진료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양운호 이사에 따르면 서울시한의사회는 지난해 6개월간 소방서 10개소(수진자 685명)를 대상으로 주1회 방문진료를 시행, 근골격계 질환(목, 어깨, 허리 등) 및 내과 질환(만성피로, 소화불량 등)에 대한 침·부항 치료, 추나·운동 요법 등을 실시했다. 이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통증 척도(NRS) 85%의 감소 △진료 만족도 91.6% △필요성 93.9%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양 이사는 “근골격계 질환 통증 감소 효과를 통해 높은 치료 만족도를 입증한 만큼 더 많은 소방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폭 넓게 시행해야 하며, 경찰공무원 등으로도 근골격계, PTSD, 화상 등에 대한 한의약적 치료의 탁월한 효과를 홍보해야 한다”면서 “한의진료 확대 요청에 따라 소방서 인근 한의원을 소방공무원 진료 전문 의료기관으로 지정·교육해 보다 효율적·전문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모색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소재진 두원공대 보건의료행정과 교수는 국공립의료기관에 한의과 설치를 위해 △지속적인 한의약의 우수성 홍보 △한의과 설치 입법 참여 △한의진료 표준화·규격화 추진 △중앙·지방 정부 차원의 한의과 설치 비용 지원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 교수가 제시한 국공립병원 내 한의진료 서비스에 대한 SWOT 분석 결과(한의약진흥원)에 따르면 한의약의 강점(S)은 △중풍·면역·난치성 질환에 대한 효과 △높은 진료 만족도에 비해 적은 유지·설치 비용을, 약점(W)으로는 △낮은 보험수가 △의권(범위) 제한, 기회(O)로는 △협진 및 첩약 시범사업의 확대 △추나 건보, 위협(T) 요소로는 △직역간 갈등 △경영진의 이해 부족 등이 존재했다고 각각 설명했다.
소 교수는 “‘공공보건의료법’, ‘보건의료기본법’, ‘한의약육성법’ 등의 법안에 공공의료기관 내 한의과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의계에선 한의진료 표준화·규격화를 추진하고, 한의협 차원에서 사회전반에 걸친 우수성 홍보를 지속해 의료소비자에 대한 인식 변화를 창출해야 한다”면서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은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의료의 공익성·접근성·효과성도 제공하고, 환자에 대한 다양한 의료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원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진료부장은 공공의료기관에서의 실효성 있는 한의과 설치·운영을 위해 △한·양방 협진 △한의공공의료사업 △한의약 연구가 병행되는 모델을 제시했다.
미국은 지난 2016년부터 질병·상해를 겪은 소방공무원 등에게 재향군인회 산하 보훈청(The Veterans Health Administration)으로부터 침·추나 치료를 포함한 통합의학 제공을 법제화하는 등 이에 대한 수요에 대응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진료부를 통해 △한·양방 협진(정신건강의학과, 외상외과 등) △공공의료사업(산후 건강관리, 통증약침치료 등) △외부기관 연계 봉사(재가환자 방문진료, 어르신 건강증진사업 등) △한의약 연구(산후건강, 코로나19 등) 등을 시행해오고 있다.
김진원 부장은 “한의과 전담 한의사 1명으론 일차진료만 가능할 것으로, 민간의료기관에서 할 수 없는 공공의료라는 점을 기조로 한의과를 설치해야 한다”면서 “이제 국립소방병원에서의 성공적인 한·양방 협진 모델은 각 의료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복합진료로, 이는 외국에 없는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융합진료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날 참석한 조철수 서울강서소방서 행정과장은 소방공무원들이 현장에서 겪는 질환과 함께 한의진료 서비스 사업을 통해 체험한 한의과 설치의 필요성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조철수 과장은 “강남·영등포 소방서에서 지휘팀장을 역임하는 등 몇 년 동안을 하루 5~10회씩 출동, 업무 특성상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슬관절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해 장기간 상급종합병원 등에서 진료를 받아왔으나 차도가 없었다”며 “이후 강서소방서에서 ‘한의사와 함께하는 한방 치유프로그램’을 통해 침·부항 치료, 추나요법뿐만 아니라 운동요법 지도까지 받아 크게 호전돼 다시 희망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조 과장은 이어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한의진료 사업이 확대되길 바라며, 이에 대한 거점으로 국립소방병원에 한의과가 설치된다면 동료대원들이 포기하지 않고, 치료를 이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기근 한국재난관리학회장은 국립소방병원이 특수근무환경에 노출된 소방공무원에 대한 상시진료와 건강유해인자 분석 및 질병연구를 통한 건강증진 기반을 마련하고자 설립되는 만큼 그 취지에 맞도록 한의과 설치를 통해 진료선택권을 보장할 것을 당부했다.
국립소방병원의 주요 역할로 소방공무원의 전 생애기간 △유해인자 노출·건강이력 관리 및 맞춤형 의료서비스 제공 △주요 상병(화상, 정신건강, 근골격계) 치료·치유 연구 △지역사회 주민 대상 일반진료·공공의료 역할 수행을 제시한 양 회장은 “몸과 마음이 건강한 소방공무원은 국민의 안전을 위한 선결과제로, 국립소방병원에 한의과 설치를 통한 한의진료 제공으로 심신건강 및 정신건강관리 체계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이날 고성규 학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과대학 등에서 근골격계뿐만 아니라 대규모 연구를 통해 Cancer Pain(암성 통증)에 마약성 진통제가 아닌 Acupunture(침 치료)를 권고하고 있으며, 이는 화상치료에 있어서도 피부 면역 조직의 Circulation(순환)을 촉진해 보다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지는 등 한의진료의 Evidence는 이미 충분히 축적돼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 학장은 아울러 “막상 한의과를 운영해보면 그 효과를 통해 직능 간 이념적 갈등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소방공무원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니즈에 따라 전인적 통합의학의 롤모델이 구축되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