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승 교수
(전 우석대한의대)
#편저자주 : 한약물 이용 치료법이 한의의료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최근 상황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모든 문제 해답의 근본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통처방의 진정한 의미를 이 시대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응용률을 높이는 것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는 2단계 첩약건강보험 시범사업의 기능성 소화불량에 응용될 수 있는 약물처방(55회∼)을 소개함으로써 치료약으로서의 한약의 활용도를 높이고자 한다. 아울러 효율 높은 한약재 선택을 위해 해당 처방에서의 논란대상 한약재 1종의 관능감별 point를 중점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특별한 원인 없이 여러 가지 다양한 위장관 장애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질환에 속한다. 지속적인 소화기능에서의 불편과 이에 따른 심리적인 불안감이 겹쳐 일상생활에 곤란을 겪고 있다. 이와 같은 복합증상이 상당 기간 진행되면 위장근육이 약해져서 연동운동이 감퇴하는 위무력증과 위하수 등의 만성화 과정을 밟게 된다. 식사 후 상당 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각할 수 있을 정도의 滯氣와 잦은 트림 및 구역감 등의 부담은 음식 섭취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해 전반적으로 식욕 감소를 나타나게 된다.
설혹 식욕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장장애에 대한 기본증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가끔 발생하는 구토가 심해지면 眩暈과 두통을 수반하기도 한다. 식욕이 없고 먹어도 그 맛을 모르며 명치끝이 가득하지만 아프지 않는 한의학의 痞悶에 해당되며, 이는 內傷 虛證의 진입단계인 胃虛寒에 속한다. 溫胃寒하고 補脾補中하는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 시점이며, 음식물의 정량정시 복용과 冷한 음식을 피하는 섭생 등이 기본적인 준수사항이다.
1. 香砂養胃湯
많은 香砂養胃湯 이름의 처방이 있는데, 특히 明나라의 龔廷賢은 자신의 古今醫鑑과 萬病回春에서 香附子 약물의 포함 혹은 불포함 처방을 모두 동일한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후 동의보감에서는 香附子가 포함되지 않은 古今醫鑑처방을 인용하고 있지만, 주된 적응증 설명이 거의 유사하다는 점에서 특별한 구분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여기에서는 萬病回春 처방에 준하여 분석하기로 한다.
위의 구성 한약재 13품목에 대해 無力性 소화불량을 적응증으로 본초학적인 특징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1) 氣를 기준으로 분석하면 溫性10(溫8 微溫2) 平性3으로서, 脾胃常要溫과 土愛曖而喜芳香에 초점을 맞춰 溫性약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
2) 味를 기준으로 분석하면(중복 포함) 辛味8 甘味6 苦味5(微苦2) 淡味1로서, 辛甘苦味가 주를 이뤄 瀉性이 補性보다 약간 강한 兼施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辛苦의 조합에서 辛味의 發散行氣와 苦味의 燥濕작용으로 濕의 배설에 집중하고 있으며, 甘味의 滋補和中을 통해 辛苦味의 과잉을 견제하는 형태이다. 즉 소화기에 가장 유익한 和中行氣化濕 조건과 虛性에 대비한 조합이다.
3) 歸經을 기준으로 분석하면(중복 및 臟腑表裏 포함), 脾13(胃8) 肺8(大腸1) 心4 肝4 腎2 三焦1로서, 脾胃肺經을 주된 歸經으로 하고 여기에 心肝腎經이 보조하는 형태이다. 특징적으로 後天의 水穀之精氣를 관장하며 上乘하는 脾(脾爲運化之器)가 13품목 전체 약재에 모두 포함돼 있으며, 더불어 收納之器로서 下降하는 胃로써 脾의 上乘에 대한 견제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肺經의 경우 脾濕이 化濕되지 않으면 結聚하여 痰이 되고(濕生痰), 痰濕이 肺로 전이되는 내용에 대한 보완이다. 여기에 補脾氣(人蔘 大棗)와 除脾濕→助脾(茯苓)기능 보강을 위한 心腎經, 順氣下氣 및 補血 목적의 肝經의 보조 역할로 정리된다.
4) 효능을 기준으로 분석하면 芳香性化濕藥4 補益藥4 理氣藥3 利水藥1 解表藥1의 구성이다. 세분하면 전체적으로 溫中에 기본을 두고 주된 초점을 濕의 조절(君藥)과 補脾氣를 통한 소화기능 보강(臣藥)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여기에 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順氣 및 순환촉진(佐使藥)의 조합이다. 모두 큰 범주에서 소화기능의 활성화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濕寒性 소화불량의 人蔘養胃湯(한의신문 2472호 참조)의 구성약물에서 祛痰劑인 半夏가 빠지고 草果를 대신하여 白豆蔲가 추가된 형태이다. 두 처방에 공통적으로 유사한 설명이 가능하며 여기에 해당 약물의 가감내용을 보강해 인지하면 보다 효율적인 처방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2. 香砂養胃湯 구성약물의 세부 분류
1) 濕의 조절을 위한 香砂平胃散: 대표적인 芳香性化濕 처방인 平胃散에 消泄食滯를 위한 順脾氣의 砂仁과 順肝氣의 香附子 혹은 順三焦氣滯의 木香을 추가한 기본구조를 가지고 있다.
① 平胃散(蒼朮 陳皮 厚朴 甘草)- 人蔘養胃湯(한의신문 2472호 참조)
② 砂仁- 芳香性健胃劑이며 고급소화제로서 주로 소화력을 촉진시켜주고 식욕을 강화시키는데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어 임상의 응용폭이 넓다. 性이 溫하면서도 燥熱하지 않고 行氣하되 破氣하지 않은 장점이 있어 능히 醒脾開胃시키며(性溫而不燥 行氣而不破氣 調中而不傷中), 中焦에 濕邪가 阻滯하거나 脾胃에 氣滯 및 脾胃가 虛寒한 모든 證에 적용된다.
③ 香附子- 七情氣滯에 사용되며 肝에 歸經하는 대표적인 理氣劑이다. 肝經에 들어가 辛味는 肝氣가 鬱結된 것을 散하고 苦味는 肝氣가 逆한 것을 내려주며 甘味는 肝氣가 급한 것을 緩和시켜주고 性이 平한 것은 또한 寒熱의 偏性이 없어(辛散 苦降 甘緩 香平無寒熱之扁), 疏肝 理氣 解鬱의 要藥이 된다.이는 氣行則血行하고 肝調和(肝藏血)하면 모든 鬱滯의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원리에 따른 것이다. 본처방에서의 ‘香砂’는 香附子 혹은 木香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④ 木香- 辛散苦降하며 溫通하고 芳香性은 燥하여 升降작용을 나타내어, 腸胃의 氣滯를 순행시키는 行氣止痛의 要藥이 된다. 芳香性健胃劑로서 일반적으로 補益劑에 木香을 가하면 소화기능을 촉진하여 補益劑의 흡수에 도움이 된다(예: 歸脾湯). 구체적으로 木香 종류를 구분하면, 木香 Aucklandia lappa은 行氣止痛시키고 健脾和胃하는 효능이 있는데 行氣 작용이 우수하고, 土木香 Inula helenium은 健脾和胃시키고 行氣止痛하여 健脾작용이 우수하므로 본처방에서는 土木香이 더욱 적합하다. 한편 靑木香 Aristolochia contorta은 腎臟독성으로 사용금지약물이다.
2) 補脾氣를 통한 소화기능 보강의 四君子湯: 補脾藥인 人蔘 白朮과 滲濕을 통한 간접적인 補脾작용을 하는 白茯苓의 조합으로 健脾養胃運化飮食한다. 즉 소화력 및 식욕 저하와 체력이 쇠퇴함으로써 야기되는 모든 病症인 氣弱脾衰에 응용되는 補脾氣의 주된 처방으로, 이는 ‘後天之源’ ‘氣血生化之源’으로서 平淡하고 치우침이 없어 붙여진 처방명에 부합된다. 전체적으로 甘味와 溫性으로써 소화기능의 부족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補胃之不足, 甘溫之品以補氣 氣盛則能充實於肌肉矣).
3) 추가약물 白豆蔲: 味辛으로 行氣하고 性溫으로 暖土하며 氣가 淸芳한 것으로 行氣暖脾化濕한다. 上焦인 肺에 들어가 下氣止逆하고 中焦인 脾胃에 들어가 化濕溫中시켜 化濕行氣하며 溫中止嘔시키는 要藥이 되어 上中二焦의 모든 寒濕氣滯諸證에 응용된다. 한편 白豆蔲와 砂仁은 性味가 서로 같고 효능 또한 유사하여 化濕醒脾시키고 行氣寬中시키는 要藥이 된다. 단 白豆蔲는 芳香의 氣가 淸하고 溫燥의 性이 약하여 주로 上中二焦에 들어가 濕阻中滿과 胃寒嘔吐에 다용하고, 砂仁은 芳香의 氣가 濁하고 濕燥의 性은 강하여 주로 中下二焦에 들어가 濕阻中滿과 脾寒泄瀉에 다용한다.
4) 추가약물 生薑 大棗: 전체적으로 健脾劑로서 煖胃 益氣 和中의 보조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生薑 3片과 大棗 2枚의 조합은 和中溫胃의 역할로 中氣를 補益하는 보조 약물의 역할이다.
5) 甘草의 선택: 기본적으로 隨氣藥入氣하고 隨血藥入血하는 조화의 약물이다. 여기에서는 炙하여 사용함으로써 溫性을 나타내어 脾胃常要溫 및 補中益氣를 통한 健脾調和의 이상적인 조건에 더욱 부합하게 된다.
3. 정리
이상을 종합하면 香砂養胃湯은 燥濕健脾 行氣和胃의 香砂平胃散과 益氣升陽 脾胃調補의 四君子湯에 白豆蔲가 추가된 처방으로, 胃無力性 및 신경성으로 인한 중기의 脾胃困弱(胃無力症) 식욕부진 氣滯 胃下垂 등에 이용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상당 기간 진행된 脾胃虛寒으로 인하여 음식생각이 없거나 먹어도 그 맛을 모르며 설혹 식욕이 있더라도 부담스러운 痞悶단계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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