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창립 30주년을 맞은 대한한의진단학회 나창수 회장으로부터 그간 학회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30년을 조명하고, 학회의 비전과 과제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Q. 대한한의진단학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대한한의진단학회는 지난 30년 동안 한의학의 진단과 변증을 체계화하고 객관화하기 위한 학술적 기반을 마련해 왔다. 특히 맥진·설진을 비롯한 전통적인 진단 영역뿐 아니라 진단기기, 의료정보, 진단 표준화 등으로 연구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최근에는 AI·디지털·의공학 기술을 한의진단에 접목해 진단과 변증의 객관화·정량화·표준화를 실현하기 위한 연구에 주목하고 있다. 창립 30주년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앞으로도 전통 한의진단의 가치를 계승하면서 현대 과학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미래 한의의료에 적합한 진단·평가 체계를 구축하는 학회로 발전해 나가고자 한다.
Q. 지난 30년을 돌아볼 때 가장 큰 성과와 아쉬운 점은?
지난 30년의 가장 큰 성과는 한의진단학이 전통적인 진단 이론을 계승하면서도, AI와 디지털 기술, 의공학과의 융합 가능성이 매우 높은 한의학의 핵심 분야로 발전해 왔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맥진·설진·문진 등 한의학의 다양한 진단정보를 객관화·정량화하고, 이를 AI와 의료기기 기술에 접목하려는 연구가 확대되면서 한의진단학이 미래 한의의료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반면 가장 아쉬운 점은 이러한 학문적 중요성과 가능성에 비해 학회의 양적·질적 성장이 충분히 빠르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연구자와 회원의 저변 확대, 젊은 연구자의 참여, 다학제적 연구 네트워크 구축 등에서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 앞으로는 한의학뿐 아니라 AI·데이터과학·의공학·의료기기 분야 연구자들과의 적극적인 융합과 교류를 통해 학회의 외연을 넓히고, 한의진단학의 학문적·임상적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높여 나가고자 한다.
Q. ‘한의 진단의 객관화·표준화’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국내 한의진단의 객관화와 표준화는 과거의 개별적인 진단기술 연구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임상데이터의 체계적 수집과 빅데이터 구축, 진단기기의 정량화, 국가 차원의 참조표준 마련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도 한의진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진단의 객관성과 재현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지속돼 왔다.
특히 국가참조표준 사업을 통해 맥진을 중심으로 한 한의진단 데이터의 국가 표준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맥진파형과 임상 진단정보를 연계한 참조표준 개발은 향후 진단기기 개발과 교육, AI 기반 진단시스템의 중요한 기반 데이터가 될 수 있다.
다만 한의진단의 표준화는 아직 완성 단계라기보다는 기반을 구축하고 적용 영역을 확대해 가는 단계라고 본다. 앞으로 맥진과 설진뿐 아니라 복진, 경락·경혈진단 등 다양한 한의진단 영역으로 국가참조표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우리 학회도 관련 연구기관 및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한의진단 데이터의 신뢰성과 재현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표준화된 진단데이터–AI 분석–임상 활용’이 연결되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자 한다.

▲나창수 대한한의진단학회장이 30주년 기념식을 겸한 2026년 학술대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Q. 향후 10년 내 한의진단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앞으로 10년은 한의진단이 경험 중심의 정성적 진단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객관적·정량적 진단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맥진·설진·안면진단·음성·복진·경락진단 등의 한의학적 진단정보가 영상, 혈류, 생체전기신호 등 다양한 생체신호 계측기술과 결합하면서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로 축적될 것이다.
특히 중요한 변화는 각각의 진단정보를 개별 분석하는 단계를 넘어, AI가 여러 종류의 진단정보를 동시에 분석하는 ‘멀티모달 한의진단’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자의무기록, 임상검사 및 환자의 생활·건강정보까지 연계된다면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변증과 치료방향을 제시하는 AI 기반 한의진단 의사결정지원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AI가 한의사의 진단을 대체하기보다는, 한의사의 임상적 판단과 경험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보완하는 협력도구가 될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앞으로 학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신뢰할 수 있는 진단데이터의 표준화와 임상적 검증이다. 이러한 기반이 마련된다면 향후 10년은 한의진단이 ‘경험의 의학’에서 ‘경험과 데이터가 융합된 정밀한의학(Precision Korean Medicine)’으로 발전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Q. 재택의료와 통합돌봄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의진단 기술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령사회에서 재택의료와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확대될수록 질병을 진단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의 건강상태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관리하는 기술이 중요해질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맥진·설진·문진을 비롯한 한의진단은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와 변화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통합돌봄과 접점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향후에는 휴대형·웨어러블 생체신호 측정기기와 디지털 맥진·설진기기 등을 활용해 가정에서도 건강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AI 기반 한의진단 및 변증 기술과 연계해 건강상태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노인과 만성질환자의 건강 악화를 조기에 파악하고 한의사의 방문진료 및 치료 필요성을 판단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한의진단 기술이 ‘병원에서의 일회성 진단’에서 ‘생활공간에서의 지속적인 건강평가와 예방관리’로 확장된다면, 한의의료가 지역사회 통합돌봄에서 보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 한의진단학회의 향후 비전은?
창립 30주년은 지난 시간을 기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30년을 준비하는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대한한의진단학회는 한의진단의 학문적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객관화·표준화와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학회로 발전해 나가고자 한다. 특히 AI 기반 진단기술,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기 및 국가 연구사업과의 연계를 확대해 한의진단학이 미래 한의학을 선도하는 핵심 분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
이를 위해선 학회만의 노력보다는 회원 여러분과 한의계 전체의 관심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의진단의 미래는 한의학의 임상적 경험과 AI·데이터·의공학 등 현대 과학기술을 어떻게 조화롭게 융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젊은 연구자들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교류할 수 있는 열린 학회를 만들어 가겠다.
앞으로 대한한의진단학회가 ‘전통과 과학, 임상과 기술을 연결하는 학회’로서 미래 한의의료의 새로운 진단 패러다임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회원 여러분과 한의계의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