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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1월 09일 (월)

2024·2025 의정갈등 20개월…보건의료체계에 남긴 구조적 과제

2024·2025 의정갈등 20개월…보건의료체계에 남긴 구조적 과제

“지역·필수의료 공백, 더 이상 의사 개인의 선택에 맡겨선 안 돼”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발간…“의사 ‘총량’ 아닌 지·필·공 방치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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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신문] 지난 2024년 2월 의대정원 2000명 증원 발표로 촉발된 의정갈등은 올해 10월 비상진료체계 해제까지 약 20개월간 이어지며 우리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깊은 균열을 남겼다. 정부와 의료계의 정면 충돌, 전공의 집단이탈, 의대생 대규모 휴학은 단순한 정책 갈등을 넘어 ‘의료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사회에 던졌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2일 ‘의정갈등 20개월이 보건의료체계에 남긴 과제-신뢰 회복부터 지역·필수의료 정상화까지(임사무엘 입법조사관)’ 보고서를 발간, 이 사태의 본질을 의사인력 ‘총량’ 논쟁이 아닌 지역·필수의료를 방치해 온 구조적 실패로 진단했다.


■ ‘전공의 중심 의료’의 한계가 드러나다

 

이번 갈등에서 가장 큰 충격은 전공의 집단이탈이 의료현장을 얼마나 쉽게 마비시킬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는 점이다. 2024년 상반기 기준, 임용 대상 전공의 1만3000여 명 가운데 실제 근무·복귀 인원은 8.5%에 불과했고, 수련체계는 사실상 1년 반 이상 멈춰 섰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전공의가 ‘보호의 대상’이자 동시에 ‘체계 유지의 핵심 노동력’으로 기능해 왔다는 현실이 드러났다는 점으로, 고난도·고위험 필수의료는 오랫동안 전공의의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의존해 유지돼 왔고, 그 구조가 붕괴되자 곧바로 수술 지연, 응급실 뺑뺑이, 의료공백으로 이어졌다.

 

이 상황은 ‘전공의 우대가 곧 의료 정상화’라는 사고의 한계를 보여준 사건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갈등 이후에도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필수과목의 전공의 지원율은 회복되지 않았다. 전공의를 붙잡는 정책만으로는 지역·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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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 수는 늘려도, 지역은 비어 있다

 

정부가 제시한 의대 증원 논리는 ‘의사 부족’이었으나, 보고서가 정리한 여러 수급추계 연구는 공통적으로 전국 총량 부족보다 ‘지역 불균형’이 핵심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4.97명인 반면 일부 비수도권 지역은 2명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감사원 감사 결과로, 보건복지부 내부 재추계에서는 2035년 의사 부족 규모가 5800명 수준으로 낮아졌음에도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 결과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임 조사관은 “총량 확대가 지역 문제를 자동으로 해결해줄 것이라는 가정 자체가 과학적이지 않았다”면서 “결국 이번 갈등은 ‘의사를 얼마나 더 뽑을 것인가’가 아니라 ‘뽑힌 의사가 어디에서, 어떤 조건으로 일하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한 정책 실패라는 평가로 귀결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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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공백의 대가는 결국 국민이 치렀다

 

20개월간의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은 약 1조9000억원에 달했다. 

 

응급·중증 수가 인상, 수련병원 선지급 등 대부분의 재정 투입은 의료공급자 측 손실 보전에 집중됐고, 환자 피해에 대한 직접적 보상이나 지역의료 인프라 강화로는 충분히 연결되지 못했다.

 

의정갈등 기간 동안 고난도 수술은 감소했고, 일부 연구에서는 초과사망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정확한 인과관계 논쟁을 떠나, 의료체계 불안정의 부담이 국민에게 전가됐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 ‘지역의사제’는 시작일뿐 실효성과 유인책이 관건

 

보고서는 갈등의 재발을 막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사회적 대화를 전제로 한 과학적·체계적 의료정책 거버넌스 재편을 제시했다. 그동안 정부는 의료공급자·수요자에게 충분한 신뢰를 제공하지 못한 채 정책을 추진해 왔고, 의료공급자 집단이 일시적으로 결집할 경우 이를 조정·통제할 역량도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임 조사관은 “건강보험 재정 압박이 가시화되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요구가 폭발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낮은 비용-높은 접근성’이라는 기존 균형에 기대 갈등을 봉합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국회는 지난 4월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을 통해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 보건의료인력의 중장기 수급을 과학적으로 추계·심의하는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신설토록 했으나 제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추계 결과만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 근거와 배경에 대한 공감대가 의료공급자와 의료수요자 모두에게 형성되는 과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한다.

 

특히 지역·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 대안으로 ‘지역의사제’를, 단기 대안으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 등을 제시하면서도 성패는 ‘의무복무’ 자체가 아닌 유인과 근무환경을 함께 바꾸는 구조개편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임 조사관은 “실제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 시범사업은 일부 필수과에서 지원자가 거의 없었고, 기존 공중보건장학제도도 참여율이 낮았다”면서 “근무 여건 보장, 법적 부담 완화, 생활 지원을 포함한 복합적 유인 설계가 결론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향후 보건의료정책의 성패는 의사 수를 얼마나 늘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과 필수의료 현장에서 의료인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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