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 경기도한의사회(회장 이용호·이하 경기지부)는 23일 지부회관 및 온라인(ZOOM)을 통해 ‘건강한 소통을 위한 우리말 약방문’을 주제로, ‘2024 경기도 한의약 리더십 최고위과정’ 3회차 교육을 개최, 의료현장 등에서 간과하기 쉬운 우리 말·글의 오류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강사로 나선 정재환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1983년 MBC 개그맨으로 데뷔해 TV예능 MC, 라디오 DJ 등 방송인으로 활동해오면서 올바르고, 정확한 우리말을 사용해야겠다는 책임감에 20여 년 동안 한글운동을 펼쳐오고 있으며, 우리 말·글을 지키기 위한 조선어학회의 투쟁사인 ‘나라말이 사라진 날’, 바른 우리말 지침서인 ‘우리말 비타민’ 등을 간행하기도 했다.
이날 정재환 대표는 ‘우리 말·글과 사랑에 빠진 방송인’, ‘한글운동으로 시작된 인생의 전환’을 주요 내용으로, 현대인들이 생활 속에 흔히 사용하는 언어 오류 사례들을 특유의 재치와 입담으로 풀어내 큰 호응을 얻었다.
정재환 대표는 영화 ‘말모이’ 이야기를 통해 일제강점기인 1942년 일제가 우리말 말살을 위해 조선어학회를 항일독립운동단체로 몰아 집단 체포 및 투옥했던 ‘조선어학회 사건’과 주시경 선생의 ‘말모이’ 원고 등을 소개했다.
조선어학회는 1945년 해방 후 재건과 함께 1949년 한글학회로 이름을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중단됐던 국어사전 편찬 사업도 해방 후 재개돼 1957년 ‘우리말 큰사전’의 편찬 사업이 완료됐다.
이와 관련 정 대표는 “우리 말·글은 어머니와 조국처럼 태어나면서부터 선택받은 운명이자 민족의 정신이기에 이를 바로 잡고자 한글운동을 시작했다”면서 “우리나라 생활 속 언어문화를 살펴보면 ‘저 친구 핸섬하네’, ‘물은 셀프’ 등 외래어 남용이 자리잡고 있으며, 과거 정부가 ‘동사무소’를 ‘동센터’로 명칭을 전환하는 등 국민 정서와는 반대적인 성향으로 가고 있는 반면 정작 영문 표현이 필요한 곳에선 어법에 맞지 않게 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조선어학회가 우리 문화의 기초가 되는 언어의 정리와 통일을 꾀하고자 발표한 △한글 마(맞)춤법 통일안(1933) △표준어 사정(1936)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1940)을 통해 해방 후 민족어를 회복하고, 언어생활의 혼란을 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언어는 근대의 산물이자 약속, 소통 수단, 생각을 담는 그릇으로, 건강한 소통을 위해 글 표기에 있어 맞춤법, 띄어쓰기, 어법 등 정확하게 기재해야 한다”면서 현존하는 ‘동시흥분기점(동시흥 분기점)’, ‘그 맛을 간음(가늠)할 수 없다’, ‘골이 따문한(고리타분한) 성격’, ‘소 잃고, 뇌 약간(외양간) 고친다’ 등의 표기 오류와 더불어 관광지에서 육회(肉膾)를 ‘Six times’으로, 곰탕(膏飮湯)을 ‘Bear thang’로, 손 건조기를 ‘Son Gunjogi’로 표기해 외국인들에게 혼란을 준 사례 등도 지적했다.
또한 현대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단어인 ‘먹방’, ‘혼밥’, ‘단짠’, ‘밀당’ 등에 대해선 “신조어·축약어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새로운 말이 생겨나지 않으면 언어는 정체되고, 발전하기 어려우나 다만 혐오표현 등은 건강한 소통에 걸림돌이 되므로 피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특히 한의원 의료현장에서 일어나는 대화 중 흔히 간과하기 쉬운 ‘돌아누우실게요’, ‘허리를 드실게요’, ‘만원이십니다’, ‘결재되셨습니다’ 등의 존칭 오류를 비롯해 안내 및 광고에선 ‘자동차사고부상치료’, ‘일자목치료’ 등의 띄어쓰기 오류와 ‘올케어치료’ 등 외래어 혼용·중복 오류사례 등을 제시해 참석자들로부터 눈길을 끌었다.
정 대표는 아울러 “우리 민족 고유의 의학인 한의약을 담당하는 한의원을 시작으로, 바른 우리 말·글 운동이 전개되길 바라며, 지난 2월부터 의료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경기지부 회원을 비롯한 전국 한의사 여러분들이 많은 환자 곁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오는 30일에 열리는 4회차 강의에선 채널 tvN ‘벌거벗은 세계사’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김봉중 전남대 사학과 명예교수가 ‘세계사의 흐름과 우리’를 주제로, 미국을 통해본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해 조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