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이진용·이하 한의학연)은 지난 23일 서울드래곤시티 한라룸Ⅲ에서 ‘IDW(국제데이터주간) 2022’의 일환으로 ‘한의 연구데이터의 현황과 미래’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 한의 연구데이터의 현황 및 미래를 조망해보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세미나에 앞서 한의학연 한의약데이터부 이시우 부장은 인사말을 통해 “바야흐로 데이터 세상이다. 과학계는 물론 국가정책 의사결정 과정에서, 나아가 최근에는 기업의 ESG까지 데이터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며 “한의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점점 더 정량적인 데이터, 깊고 넓은 범위의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세미나에는 현재 한의학 임상과 연구에서 데이터를 구축하고 활용하는 대표적인 연자들을 한 자리에 초청했다”며 “아무쪼록 이번 세미나를 통해 한의약 연구 데이터의 현황과 미래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세미나에서는 △오믹스 데이터 기반 한의정밀의료 연구(한의학연 진희정 박사) △인공지능을 이용한 변증유형과 침치료 패턴 분석(경희대 채윤병 교수) △한의약 임상연구와 Real World Data 활용(한의학연 양창섭 박사) △심부전이라는 주제를 통해 본 Real World Data 기반 한의약 임상 연구 경향(원광대 임정태 교수) △한의 임상의 Digital Transformation을 위한 AI-ready data 생산 및 표준화 전략(한의학연 이상훈 박사) △한의학 데이터의 정상변동량을 구성하는 요소에 대한 모형 제안(가천대 김창업 교수) 등이 발표됐다.
한의 맞춤 진단·치료 기술 개발사업 현황 ‘공유’
이날 진희정 박사는 현재의 평균의료로 인한 치료의 한계로 인해 맞춤형 치료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임상·오믹스·생활습관 정보 분석 등을 통한 한의 맞춤 진단·치료 기술의 개발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인프라 구축 및 현황, 이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 연구결과들을 소개했다.
진 박사는 “한의학과 인공지능 기반의 유전체 정보 분석 등의 결합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의정밀의료 개발에서는 기존 유전체 분석의 문제점을 해결코자 △딥러닝 기반의 유전체 분석방법 △한의유형·질환 연관 다유전자 구조 확인 △전장유전체서열 정보 분석 등을 통해 해결해 나가고 있다”며 “한의정밀의료 기술 개발을 통해 한의유형 기반의 건강행태 해석으로 한의 맞춤 진단·치료 기술 개발을 비롯 세계 의료시장에서 한의학 원천기술을 활용한 의료서비스 활용 확대 등에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채윤병 교수는 그동안 진행했던 인공지능을 활용한 변증유형과 침치료 패턴을 연구한 결과를 소개하는 한편 현재 진행하고 있는 ‘기능성 위장장애 변증유형별 최적경혈 예측모델’ 연구에 대해 발표했다.
맞춤형 침 치료 위한 최적의 경혈 조합 예측 모델 개발
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실제 한의원을 방문하는 기능성 위장장애 환자의 증상들에 기반해 변증 유형을 분류하고, 이에 따른 침 치료효과와 관련된 경혈 조합의 특성을 확인코자 한다”며 “특히 이번 연구는 한의원 단위 전향적 관찰연구 방식으로, 기능성 위장장애의 변증 유형을 예측하고 변증 분류를 고도화하는 한편 실제 임상데이터 기반 환자 맞춤형 침 치료를 위한 최적의 경혈 조합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양창섭 박사는 한의약 분야에서 ‘Real World Date’(이하 RWD) 관련 연구에 대한 어려운 점과 더불어 향후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양 박사는 “RCT 디자인 임상연구의 제한점으로는 △시간과 비용의 문제로 장기연구에 필요한 만성질환 관찰 어려움 △중재와 효과 인과관계 위한 변인통제로 복합 중재, 중재변경 어려움 △노령인구, 소아 대상 연구의 어려움 등을 들 수 있다”며 “이러한 RCT 연구에 한의 임상진료의 특수성과 의료서비스 수요를 더한다면 △임상연구에 채택된 중재와 실제 임상에서 사용하는 치료기술의 차이 △개별 중재의 효과와 안전성 근거가 임상 실제에서 다르게 작동 △장기간 치료·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의 유효성 근거 부족 등과 같은 제한점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RDW 활용한 한의 임상연구 활성화 ‘필요’
특히 이같은 제한점의 개선방안으로 그는 “한의진료 RWD의 품질관리를 위해서는 한의원 진료기록의 표준화를 통한 정보자원화와 함께 한방병원급 의료기관 전자의무기록 관리체계 고도화, 임상의의 체계적 진료기록 작성법 및 진료 결과평가 도구의 보급·확산 등이 필요하다”며 “더불어 △공공보건자료원 보완을 위한 한의의료기관 진료기록 연구 촉진 △질환 중심 레지스트리 연구 등 체계적 진료기반 임상연구 확대 △한의 진료기록의 집적과 원활한 분석적 접근을 위한 제도 정비 등을 통한 RWD 활용 한의 임상연구의 활성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임정태 교수는 대만, 일본, 중국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RWD를 활용한 관찰연구의 동향을 소개하는 한편 향후 개선방향에 대해 제안했다.
임 교수는 “대만의 경우에는 건강보험 자료에서 얻을 수 있는 장기 추적 지표들을 토대로, 또한 일본·중국은 단일 혹은 여러 병원의 후향적 코호트 결과들을 바탕으로 RWD 기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는 (한의약)효과에 대한 연구가 주로 진행되고 있지만 향후에는 한의약 중재의 Responder가 누구인지, 한의약 중재를 선택하는 과정에는 어떤 요소가 관여하는지 등에 대한 연구자의 관심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의 한약·침 중재연구를 위해서는 해당 변증의 유병률을 알아야 우선적으로 집중해서 연구할 주제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 앞으로는 건강검진 문항에 변증 설문이 포함된다든지, 기관간 자료의 결합 연구 등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품질의 정량적 한의 임상 빅데이터 구축 필요
더불어 “의료인공지능 개발을 위해서는 고품질의 정량적 임상 빅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밝힌 이상훈 박사는 “고품질의 정량적 임상 빅데이터란 측정대상(측정 물리량)이 명확하고, 측정 도구와 방법이 표준화되어 있어 어디서, 누가 측정하더라도 차이가 없어 오류의 위험이 관리되는 한편 수집되는 데이터의 포맷이 표준화되어 있고, 데이터의 원형이 손실되지 않은 임상데이터를 의미한다”고 설명하며, 한의임상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데이터의 실례들을 소개했다.
특히 이 박사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AI한의사 개발을 위한 임상 빅데이터 수집 및 서비스 플랫폼’ 사업과 관련 △한의인공지능 지식모델 및 알고리즘 개발 △한의 인공지능 서비스 플랫폼 개발 및 임상데이터 구축 △한의 임상정보 표준 수집 기술 개발 △한의 빅데이터 통합 플랫폼 개발 및 참조 데이터 구축 등의 추진현황을 공유했다.
임상적 조치시 변동량 요인 체계적 파악해야
이밖에 한의학 데이터의 정상변동량(normal variability)을 구성하는 요소에 대한 모형을 제안한 김창업 교수는 “정상 범위를 설정하고 이를 벗어나는 경우 이상치로 간주해 이에 대한 임상적 조치를 취하기 위해선 변수별 정상 변동성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한의 임상과 교육 현장에서는 한의학적 변수 측정시 발생하는 변동량의 요인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려는 시도가 부족하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의 필요성 역시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이에 측정값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모형화함으로써 반복측정시 관측된 변동량의 요인들을 모형화하고 추론가능성을 제시하는 한편 이를 활용한 시범데이터 분석을 통해 모형에 기반한 접근의 활용성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한의학 연구자들이 이 모형을 바탕으로 데이터 변동량을 이해하고, 한의변수별로 각 요소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한편 주제 발표 후에는 강연자들이 참석해 ‘한의 연구데이터의 미래가치’를 주제로 한 패널토의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