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원 원장(울산 경희솔한의원/한의학박사)
지난 10년간 부산·울산·경남(이하 부울경) 지역의 성장잠재력이 크게 하락하면서 지역사회 경제 침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진단됐다. 지역내총생산(GRDP) 중 동남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6.4%에서 2020년 14.1%로 줄었고, 국내 매출 1000대 기업 중 부울경 소재 기업은 2010년 110개에서 2020년 84개로 24% 급감했다. 부울경의 쇠락과는 대조적으로, 수도권 집중현상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2020년을 기준으로 수도권 인구가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섰고, 100대 기업 본사의 90%가 수도권에 있다. 2019년을 기준으로 100억원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의 숫자는 수도권이 149개로 전국 비중의 92.5%다.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으로 지역 대학의 경쟁력은 계속해서 약화되고 있다. 지방소멸위험은 더 이상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대한민국 내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다극체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유엔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33개에 불과한 1000만명 이상의 메가시티가 2030년 43개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일본의 간사이(関西) 광역연합, 독일의 뮌헨 대도시권, 함부르크 대도시권,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대도시권 등과 같은 사례가 이러한 다극체제로 육성된 도시권의 경우다.
부울경의 경우 신라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거의 같은 행정구역에 소속돼 있었기 대문에 역사적·문화적 동질성이 강하다. 또한 조선업, 석유화학, 정유업, 자동차 산업, 정밀기계 산업, 기계 산업, 철강 등 산업 연계가 긴밀하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광역교통망을 갖고 있지만 생활권 잠재력이 충분한 상태다. 또한 오랫동안 지역 현안이었던 식수 문제, 쓰레기 문제, 미세먼지 문제, 신재생에너지사업 등 부울경의 협력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규모 재난, 감염병 대응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공공보건의료 인프라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부울경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원전 밀집 지역이다. 게다가 원전 주위로는 활성단층이 여럿 분포돼 있어 2017년 포항 지진과 같은 일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낙동강 홍수 문제도 부산과 경남 두 광역지자체에 걸쳐 있고, 반구대 암각화 보호와 울산 식수문제 해결을 위해 낙동강에서 식수를 공급받는 울산도 직·간접적 영향권에 놓여 있다.
그밖에 기후변화나 해양사고, 미세먼지 등 초광역적 관리가 필요한 재난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고, 해당 재난상황 발생시 대응할 수 있는 트라우마 치료시설도 필요하다. 부울경 광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해 부울경 재난을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광역재난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부울경 메가시티 행보에 발맞춰 우리 협회도 다극체제 전환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 협회 행정능력 대부분이 중앙회와 서울·경기·인천 지부에 편중돼 있다. 의료광고 심의 등 대부분 의사결정구조가 수도권 위주로 구성돼 있어, 지방자치 거버넌스 시대에 뒤떨어지는 조직체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나 돌아봐야 한다.
지난 4월 13일과 15일에 부울경 시의회와 도의회에서 부울경 특별연합 규약안을 통과시켰고, 이어 18일 행정안전부에서 규약안을 승인했다. 기존 행정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부울경 특별의회 의원 및 특별연합 단체장을 선출해 2023년 1월 1일부터 정식출범할 계획이다. 우리 협회도 현행 지부-분회 체계를 유지하되, 부울경 특별연합 지위에 맞는 광역단체를 만들고 그에 맞춰 행정가들과 보건의료 관련 논의를 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울경 지부장 및 임원들과 컨퍼런스 개최 등을 통해 메가시티 시대를 잘 준비해야 할 것이다. 지부간 협력과 유대를 통해 지부역량을 강화하고, 교류확대를 통한 친목 도모 및 각 회원들의 복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면 한다. 우리 한의사회가 기민한 행보로 메가시티를 주도하고 지방분권과 발전을 선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