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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4일 (수)

“나는 선수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됐고, 그들은 내 이름을 불러줬다”

“나는 선수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됐고, 그들은 내 이름을 불러줬다”

‘2020 도쿄 패럴림픽’에 동참, 한의사 주치의로 ‘활약’

제정진1.jpg

 

삼잘한의원 

제정진 원장

(대한스포츠한의학회 명예회장)

 

내일이면 귀국이다. 하늘은 회색으로 채워졌고, 붉은 땅위에는 여름동안 자라난 풀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도쿄에 도착한 첫 날, 조립식 하얀 조립책상에 앉았을 때 섬나라의 열기와 습기에 실려오는 “빠꾸, 빠꾸”의 원어민 발음을 듣고 실제로 일본에 당도했음을 느꼈다. 

때로는 혼자서 낯선 도시에 도착해 소박하고 겸허하게 잠시나마 살아보는 것을 꿈꾸어 보기도 하였다. 이 꿈을 위해서는 자신에게 시간을 제공하고 기회를 허용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고, 마침내 기회가 찾아와 로시난테를 타고 현해탄을 건너 멋지게 실행에 옮겼다. 

19년 봄부터 준비하던 ‘2020 도쿄 패럴림픽 대회’에 동행을 요청받았고, 별 고민 없이 대한장애인체육회의 부름에 응했다. 친구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2009년 광저우아시안게임부터 인연이 시작되었고, △인천 아시안 패러게임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등에서 한의주치의로 직·간접적으로 참가했다. 무엇보다도 거의 매주 한 번씩 이천 장애인 훈련원(현 이천장애인 선수촌)에서 얼굴을 맞대었기에 인연이 숙성되기에는 시간이 충분해 보였다. 

 

대략 12~13년 지속돼 온 인연은 나에게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생각과 이론에 초점을 맞추었던 지난날에는 소극적이며 한계를 그었지만, 판단을 그만두고 관찰하고, 주목하고, 관심을 가지고, 감각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더니 그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었다. 

장침(9cm 또는 10.5cm)으로 척추심부와 몸의 무의식적 본능(대소변과 호흡)을 풀어주었다. 무슨 일들이 생겼다. 역도선수의 척추 아치를 더 크게 해줄 수 있었다(바로 누운 자세에서 들어 올림). 사격선수의 흔들림을 줄일 수 있었다. 양궁선수의 어깨를 버티게 할 수 있었다. 배드민턴과 탁구선수의 어깨를 더 뒤로 뺄 수 있었다(어깨의 외전과 외회전 모멘트 증가). 다리를 더 펴게 할 수 있었다. 척추가 펴지고 몸통이 펴진다. 잠이 깊어지고 다음날 다시 수고로운 훈련을 계속할 수 있었다.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소소한 것은 포함시키지도 않았다. 어떤 결과로 이어지겠는가? 다 뒤져봐라. 후유증 없이 척추와 본능과 다방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유일하여 가치를 매기기 어렵다. 그렇게 나는 이 선수들에게 무엇인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그들은 이번에도 나의 이름을 불러줬다.

땅에서는 휠체어가 있고, 목발이 있고, 또 눈을 감고 다녀야 한다. 작대기, 다른 사람들 손, 어깨가 이동 수단이 된다. 높은 톤으로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동작을 하는 친구도 있다. 많은 휠체어가 있는 식당에 가면 내가 거인이 되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아찔하다. 탁구라켓을 잡을 수 없어 붕대로 싸잡고 시합을 해야 하고, 그 손으로 집 나간 마누라를 대신해 젖먹이를 길렀던 선수도 있다. 

 

손가락은 나무젓가락 같았고 차가웠다. 어깨는 좁았고, 입은 곽 다물고 있었다. 한번쯤 삶과 죽음의 번뇌를 겪었던 사람만이 품고 있을 만한 그런 다짐, 그의 입에 담겨져 있는 듯 했다. 눈이 시렵다. 

2020년 말, 우리나라에 등록된 장애인 수가 263만 3천 명이란다. 전체인구의 약 5.1%다. 장애인 수가 매년 늘어나지만 젊은 층은 늘어나지 않고, 장애인 범주가 넓어진 탓에 고령화로 인한 질병 등으로 인한 증가다. 나쁜 형태는 아니다. 평화와 넉넉함을 반영하는 느낌이다. 

2017년 기준, 호주는 18.7%, 영국은 16.3%라 한다. 선진국이라 기준이 더 넓다. 여유 때문인가? 인식의 차이인가? 우리나라는 10대 경제대국이며, 군사대국이고, 3만 불 이상의 국민 소득을 갖춘 나라가 되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10대 대국에 들어가면 좋겠다. 장애인들이 스스로 창피해하지 말고, 숨지 말고, 숨기지도 말고, 곁눈질 받지 말고 같이 살아가면 좋겠다. 

 

성적이 좀 떨어지면 대순가? 축제처럼 밖으로 나와 더 많이 참가하면 좋은 일 아닌가? 68년 간 전쟁이 없고, 환경과 영양이 좋고, 무사히 제대하고, 산업환경이 나아졌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야겠다. 

노를 젓다가 노를 놓아 보니 비로소 넓은 물을 볼 수 있었다. 감동과 감격스런 기억이 남았고, 소유보다는 풍성한 존재를 알았다. 여기까지 오는 데 혼자였다면 용기를 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끝으로 응원해준 동료와 스포츠 한의학회 선·후배님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제정진3, 탁구 서수연 선수와.jpg

 

제정진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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