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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에서 찾은 소우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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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에서 찾은 소우주-3

어렵지만 육아 과정 자체가 삶의 배움터
“자연이든 인체의 장기든 단독으로는 존재할 수 없어”
‘개인주의’ 성향 뚜렷하던 시절 지나 ‘시월드’에 따뜻한 연대감 느껴

박윤미.jpg

 

박윤미 한의사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육아와 한의학, 인문학 등의 분야를 오가며 느꼈던 점을 소개하는 ‘육아에서 찾은 소우주’를 싣습니다. 

대전시 중구 보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저자 박윤미 한의사는 서울대학교 수학교육과를 졸업한 후 뒤늦게 대전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중고등학생에게 한의 인문학을 강의하며 생명과 건강의 중요성을 나누고 있습니다.


고1 막내는 요즘 서울 사는 고모네 집에 가 있다. 여름 방학을 이용한 단기 서울 유학인 셈이다. 모의고사 점수가 발단이었다. 고등학교 진학 후 치른 언어영역 점수가 매번 바닥을 치자, 막내는 고민스러워했다. 사정을 알게 된 시누가, 동네에 실력 있는 국어 선생님이 있다며 방학 특강을 권유한 것이다. 막내는 고모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 새로운 환경에서 공부도 하고 모처럼 또래 사촌들과 어울려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도 찬성했다.

막내는 어릴 때부터 숫자는 빠른데, 한글이 느렸다. 초등 1학년 때 학습지 선생을 매일 부르다시피 해도 영 진전이 없더니만, 3학년이 되어서야 간신히 한글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6학년이 되니, 간단한 독서를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 교과의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교과서나 참고서는 전부 한글로 설명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결혼·육아서 낯선 환경 만났지만…더 큰 세상 알게 돼 


처음엔 막내가 집 떠나 타지 생활을 잘할지 염려스러웠다. 그러나 웬걸, 표정도 밝아지고 체중도 늘었다. 전업주부인 고모가 살뜰하게 챙겨 주는데다 또래 사촌들과 함께 운동하고 어울린 덕 같다. 평소 막내는 자신이 늦둥이란 사실이 불만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형과 누나가 서울로 대학을 가버렸기 때문이다. 

평소, 동생이나 형을 동반해서 운동 나온 친구들을 무척 부러워했었다. 형제가 있으면 뭐하냐고, 자기는 외동이나 마찬가지라고 신세 한탄을 했는데, 이번에 또래 사촌들과 살게 되자 좋은 모양이다. 시누도 무더위에 아이들 건사하느라 힘들 텐데도 늘 밝게 전화를 받는다. 참 고맙다. 

돌아보면, 20대의 나는 자아의식 뚜렷한 개인주의자였다. 뭐든 목표를 세우면 달성해내는 편이었고, 대인 관계도 나와 코드 맞는 사람들끼리만 만나는 식이었다. 타인을 이해하려는 마음이나 타인에게 나를 맞추려는 시도 같은 건 염두에 없었다.

그러다 결혼 및 육아의 세계에 진입하면서 더 이상 내 스타일만 고집할 수 없는 환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처음엔 모든 게 불편하고 낯설었다. 시댁 식구들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처음 맺는 인척 관계 앞에서, 우리는 서툴렀고 작은 오해를 크게 부풀리기 일쑤였다. 그렇게 단단했던 벽이 첫 아이가 태어나면서 스르륵 무너져 내렸다. 

나는 사랑스러운 우리 아기를 열광적으로 좋아해 주는 ‘시월드’ 일원들에게 따뜻한 연대감을 느꼈다. 시누들은 워킹맘인 올케를 대신해 유치원 행사에 가주는 등 육아에 큰 도움을 주었다. 얼마 후 시누들도 결혼해서 엄마가 되었고, 더욱 자주 모이게 되었다. 이웃에서 놀이방을 하느냐고 물어올 정도로 집이 늘 시끌벅적했다. 간혹 피로지수가 상승할 때도 있었으나, 이 시기도 잠깐 지나가는 소나기 같은 날들이었다. 아이들이 차례로 학교에 입학하면서 공동 육아는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니 우리 아이들의 나름 우수한 사회성은 그때 형성된 것 같다. 당시, 그들이 늘 사이좋았던 건 아니다. 싸우기도 하고, 편 가르기도 하고, 누군가 중재를 하고, 화해하고, 또 놀고...그때는 내 몸이 힘들어서 아이들이 좀 얌전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그들은 타인을 수용하고 관계를 맺어가는 법을 배웠던 것 같다. 

그렇게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우리도 달라졌다. 낯설었던 시월드와 점차 하나가 되어 가면서, 이전보다 더 큰 세상을 알게 되었다. 내가 고집하던 ‘내 코드’ 라는 게 얼마나 비좁고 오만한 틀이었는지를 알게 된 것이다. 그 틀을 조금 키우자 세상은 이전보다 훨씬 더 아름다워 보였다.


◇오행의 ‘상생상극’(相生相克)은 우리 삶의 기본 원리 


우연의 일치인지, 아이들을 키우면서 공부한 한의학 속엔 관계에 대한 이론이 참 많았다. 예를 들어‘, 오행의 ‘상생상극’(相生相克) 이론으로 보면 자연이든, 인체의 장기든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다. 상대의 ‘생’(生)을 도와주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의 도움으로 내가 ‘생’(生)하기도 한다. 

때로는 누군가로부터 억제를 당해 조절을 받아야 할 때도 있다. 얼핏 보면, 그 조절이 나를 괴롭히는 것 같지만 나의 치우침을 바로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 이런 한의학 이론들은 자연과 인체뿐 아니라, 우리 삶에 적용되는 기본 원리라는 생각이 든다. 

나만 편안하려고 내 주변의 살짝 불편한 관계들을 차단하며 살고자 했던 20대의 생각을 쭉 고집하며 살아왔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작은 우물 안에서 내 마음에 맞지 않는 세상을 탓하며 살고 있진 않았을지? 

요즘은 결혼이나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이 많다. 취업, 결혼, 육아…. 뭐 하나 만만한 게 없는 세상이다. 특히 육아는 내 체력과 재력, 정신력을 전부 쏟아 부어도 뜻대로 되지 않는, 얼핏 보면 꽤 손해 보는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어렵더라도 과정 자체가 삶의 배움터가 되고 촘촘하게 연결된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작게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왕 태어난 세상, 조금 고되더라도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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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미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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