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본란에서는 대한한의사협회 산하 분회 회장으로부터 분회 활성화를 위한 주요 추진사업과 향후 계획 등을 소개한다.
Q.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A. 1988년에 경영학도로서 대학을 다녔다. 민주화와 통일의 열풍이 대학가를 휩쓸던 시절, 운명적으로 ‘북한의 침구학’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사람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는 한의학의 매력에 빠지면서, 약간은 늦은 나이에 원광대 한의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졸업 후 익산에서 개원한 이후 거의 10년 동안은 분회 활동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던 중 당시 분회장을 맡고 계셨던 최민호 원장의 권유로 ‘한의 난임사업’을 준비하면서 분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학술이사, 난임사업단장을 역임하였고, 전임 분회장이었던 박용권 원장과 함께 ‘산후건강관리 사업’을 준비하였다. 주위 사람들에게 ‘허당’이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별명이 마음에 들어 몇 자 적은 것이 있는데, 지금은 좌우명 같은 것이 되었다.
허당(虛堂)
허허롭고 싶었습니다.
비우지 못한 게지요.
당당하고 싶었습니다.
부끄러운 줄 아는 게지요.
Q. 익산시한의사회를 소개한다면?
A. 익산시한의사회 활동을 하면서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게 된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이 내용으로 익산분회 소개를 대신할까 한다. 첫째, 익산분회는 지역보건의료사업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2013년부터 시작한 ‘한의난임사업’과 2019년 시작한 ‘산후건강관리사업’이 대표적이다. 둘째, 1999년에 발간된 ‘익산시한의사회의 발자취’라는 책이다.
익산시한의사회는 1952년 처음 결성되었는데, 이 책에는 1952년부터 1998년까지의 익산시한의사회 50여년의 역사가 회의록 및 사진을 통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한의학 의권수호 투쟁 당시 삭발 사진과 의료봉사 회의록 등을 보며 지금은 원로가 된 선배들의 열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전통이 있었기에, 지금의 익산시한의사회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지역보건의료사업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듣고 싶다.
A. 우선 ‘한의난임사업’은 2013년부터 9년째 진행하고 있다. 참여하신 회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그 동안의 임신 성공률은 30% 내외로, 양방 보조생식술에 비해 만족할만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1인당 지원액은 180만원이었는데, 올해부터는 배우자(남편)에 대한 치료도 병행하고 있어서 총 230만원을 지원받고 있다. 다음으로는 ‘산후건강관리사업’이다.
10여 년 전부터 익산시한의사회 자체로 산모에 대한 한약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었는데, 그 성과를 바탕으로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건소와 함께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20만원 한도 내에서 침, 뜸, 약침, 추나, 한약 등의 산후 건강관리 및 치료를 하는 사업으로, 산후건강관리 한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산모의 한약 복용률이 30~40% 정도였는데, 현재는 80% 이상이다.
산후에는 한약으로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사업인데,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한 것 같아 기쁜 마음이다. 2020년부터는 전라북도 사업으로 확장되어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장학금 사업, 무료 배식 봉사 등 지역사회와 함께 할 수 있는 사업들도 진행하고 있다.
Q. 추가로 계획하고 있는 사업도 있는가?
A. ‘치매예방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익산은 대표적은 도농복합도시로, 노인인구가 많은 편이다. 이 중 치매 유병률은 8%이며,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유병률은 20% 정도다. 치매예방사업은 경도인지장애자에 대해 한의 치료를 실시하여 치매 발병률을 낮추기 위한 사업이다. 현재 보건소와 협의하기 위한 사업안은 마련되어 있는 상태인데, 코로나로 인해 협의가 미루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Q. 코로나가 많은 것을 바꿔놓고 있는 것 같다. 회무를 추진하는데도 제약이 있을 것 같다.
A. 익산시분회 집행진이 회장을 포함하여 9명인데, 4인 이상 모임 금지 때문에 오프라인 모임을 거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카카오톡 등을 통해 회의를 하고 있지만, 직접 만나서 논의하는 것에 비해서 깊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또한 총회 및 분기별 분회 모임도 모두 취소되는 상황이라 회원들과의 소통은 온라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취임하면서 만들었던 익산시한의사회 밴드와 카카오톡 등이 어느 정도 소통창구 역할을 해주고 있다.
Q. 최근 분회에서 모금 운동을 진행했는데 어떤 내용인가?
A. 이번 여름 익산시 분회 소속 한의원이 침수피해를 입었다.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자 분회 차원에서 모금을 진행하였는데, 많은 회원들이 동참해주셨다. 지면을 빌려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Q. 코로나-19로 인해 고생하고 있는 현장에 한의약품을 기부하기도 했다.
A. 코로나 시국에 한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다. 지난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익산시한의사회 임태형 부회장이 보건소에 쌍화탕을 기부했다는 미담을 듣게 되었다.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되어, 2020년 3월부터 수개월 간 보건소, 경찰서, 소방서 등에 쌍화탕 릴레이 기부를 하게 되었다.
많은 회원들이 릴레이 기부에 동참해주어서 깜짝 놀랐다. 또한 올해 7월에 관계자로부터 다시 쌍화탕 기부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은 걸로 보아 현장의 반응도 아주 좋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지금은 생맥산을 릴레이 기부 중이고, 올 연말까지 쌍화탕도 릴레이 기부를 지속할 계획이다.
Q. 분회의 역할과 활성화 방안은?
A. 뿌리가 튼튼하지 않은 나무는 외풍에 쉽게 흔들리기도 하고, 내부에서부터 썩기도 한다. 지난 수년 간 한의사회를 격랑으로 몰아넣었던 당파적이면서도 격렬했던 논쟁이 한의학 전체의 발전으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분회 차원의 소규모 사업들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보건의료사업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관념적 논쟁은 지양될 수밖에 없으며, 실천 속에서 신뢰에 기반한 논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회는 단순한 친목모임에서 벗어나, 지역보건의료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한의학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이런 노력들이 동반되지 않는 분회의 활성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