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는 예전부터 여드름을 식습관이나 체내이상과 연관이 깊다고 보고 같은 여드름 환자여도 환자의 몸 상태에 맞춰 다르게 치료해 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러한 치료법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경희대학교한방병원 김규석 교수·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피부센터 김민희 교수는 여드름 환자를 한방증상별로 구분해 혈중 대사 물질 농도를 확인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같은 여드름 환자여도 한방증상 구분에 따라 혈중대사물질이 다르게 나타나는 한편 특히 성인 이후에 나타난 여드름일수록 염증이 강하게 나타나는 특성이 두드러진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SCI급 저널인 ‘PLoS ONE’(IF: 2.740)에 게재됐다.
한의학 증상에 따라 나눠 대사물질 비교 연구
옛날에는 여드름을 피부에 국한된 질환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서구식 식단, 영양물질 대사 등 전신적인 원인과 관련성이 깊다는 해외논문이 많이 발표되고 있다.
한의학에서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구진성 여드름을 위주로 하는 풍열(風熱)형 △화농성 여드름과 습담 증상을 위주로 하는 습열(濕熱)형 △응괴성 여드름과 담, 어혈 전신증상을 위주로 하는 담어(痰瘀)형 △월경주기에 따른 이상을 보이는 충임부조(衝任不調)형 등으로 크게 나누어 유형별로 피부와 전신을 함께 치료해 왔다.
김규석·김민희 교수 연구팀은 이같은 한의약적 치료법에 대한 근거 확보를 위해 여드름 환자 총 60명을 대상으로 남성과 여성, 청소년과 성인 그리고 한의학적 증상 구분법인 풍열·습열·담어·충임부조 등으로 군을 나누어 혈중 안드로겐, 지질, 아미노산, 사이토카인 등의 물질을 분석하고 비여드름 대조군과 그 결과를 비교했다.
성인 여드름, 여성 여드름의 대사 특이성 확인
연구 결과 청소년과 충임어조형 여드름 환자에서는 혈청 안드로겐이 높게 나타난 반면 성인 여드름 환자에서는 대부분 정상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소년기의 여드름 발생에는 안드로겐의 농도 증가가 영향을 미치지만, 성인 이후에는 안드로겐의 농도 자체보다는 안드로겐의 수용체 민감성이 여드름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여성 여드름군과 충임부조형 여드름군에서 일부 혈중 지질이 높게 나타났는데, 즉 월경과 관련을 보이는 여드름 여성 환자에게서는 혈중 지질 상승이 여드름 증상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국내 최초로 여드름 환자의 혈중 염증성 사이토카인 상승을 관찰할 수 있었다. 고혈당 탄수화물·유제품 등 서구식 식사는 체내 인슐린과 인슐린유사성장인자1(IGF-1)을 증가시키며, 상승된 IGF-1은 여드름 환자에서 피부의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상승시켜 염증 병변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김민희 교수는 “염증성 병변이 주된 증상인 담어형으로 변증된 여드름군에서 혈중에서도 IL-1β, 1L-6이 높게 나타났다”며 “염증 병변이 심한 여드름 환자는 피부뿐 아니라 혈중 염증 사이토카인까지 함께 상승돼 있을 수 있으므로, 식생활의 교정이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서구적 식이습관, 여드름에 악영향
또한 김규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여드름 환자의 유리지방산, 아미노산, 사이토카인의 혈중 농도를 관찰했을 뿐 아니라 이에 대한 한방변증군별 차이를 최초로 관찰한 연구”라며 “특히 성인 이후에 지속되는 여드름, 염증이 심한 여드름 등은 전신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경희대학교 한방병원과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피부센터는 여드름 환자를 위한 한방 집중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각 환자의 피부병변과 전신상태에 따라 변증을 하고 개개인에 알맞은 한약 치료와 식생활 교정을 통해 몸과 피부 상태를 함께 개선하며, 아울러 침 치료를 통해 국소 염증반응을 억제하고 피부 재생을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