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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10일 (금)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17)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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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교수(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현종에서부터 경종년간까지 생존한 이서의 『弘道先生遺稿』 8권에는 ‘論稟氣’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성인은 순청한 기운을 품부받았고 중인 이하는 섞인 기운을 품부받았다. 氣는 가히 사그라져 흩어지게 할 수 있고 자라나 길러지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醫書에는 虛證을 보하고 實證을 덜어내고 묶은 것을 밀어내고 새로운 것을 생겨나게 하는 道가 있다. 사람의 呼吸은 오래된 기운을 吐하고 신선한 기운을 들이는 이치이다. 濁氣가 사그라들면 淸氣가 자라나고 淸氣가 자라나면 濁氣가 점차 사그라진다. 濁氣가 다 사그라지면 淸氣가 채워져 가득해진다. 陽氣는 맑고 陰氣는 탁하고, 陽氣는 순조롭고 陰氣는 거스른다. 순조로우면 소통되고 거스르면 막힌다. 소통되면 理가 드러나고 막히면 理가 어두워진다. 氣는 淸濁이 있고, 情은 善惡이 있다. 心은 처음에 幾微를 움직이게 하니, 사그라들고 자라남의 벼리는 幾微에 있다. 幾微에서 소홀히 하면 善이 도리어 사그라지고 惡이 도리어 자라난다. 그러므로 君子는 幾微에서 삼가야 한다. 경계하고 삼가 두려워하는 것은 涵養하는 일이고, 보이거나 드러내지 않는 것은 省察하는 일이다. 涵養은 幾微 이전에 있으니 幾微 이전은 즉 中庸의 이른바 未發이다. 省察은 幾微 이후에 있으니 幾微 이후는 中庸의 이른바 已發이다. 水는 火가 될 수 없고, 金은 木이 될 수 없고, 木은 土가 될 수 없고, 陽은 陰이 될 수 없고, 陰은 陽이 될 수 없다. 氣가 비록 서로 어그러졌어도 또한 서로 어지럽게 하지는 않는다. 그러한 것은 각각 한계가 있어서 用事가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봄여름가을겨울과 낮밤과 깨어나고 잠듦이 같지 않은 것이다. 어떤 사람은 濁氣가 가히 淸氣로 바뀔 수 있고 淸氣가 가히 濁氣로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자못 부족한 견해이다. 그는 濁氣가 淸氣에 섞여서 분별하기 어려운 것을 본 것이니, 하루 아침에 濁氣가 사그라들면 淸氣가 자라나니 대강 보면 마치 옛 것으로 변화한 것으로 의심한다. 이것은 그 잠겨있는 것 가운데 사그라지고 자라나는 벼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풀을 파종함에 雜草가 무성해지면 良草가 점차 쇠멸하고 雜草가 다 제거되면 良草가 무성해지는 것을 본다. 이것이 섞여서 한가지 色이 되어 대강 보면 마치 雜草가 바뀌어 良草가 된 것 같아진다. 또한 金을 제련할 때 조잡한 것이 제거되면 순수한 것이 정수로 모이니 대강 보면 마치 조잡한 것이 정수로 바뀐 것처럼 보이니 이것이 그 증험이다.”



위의 글은 이서가 稟氣를 논한 것으로 陰陽, 淸濁 등이 정해져 있음을 논한 것이다. 이 글을 보면 한의학과 관련된 몇가지 논의가 가능하다.



첫째, “虛證을 보하고 實證을 덜어내고 묶은 것을 밀어내고 새로운 것을 생겨나게 하는 도가 있다”는 것에서 虛實補瀉가 인체의 氣를 다스리는 방법으로서 인간의 본연의 理를 제대로 드러내게 하는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氣를 다스리는 방법도 하나의 선천의 상태를 드러내게 해주는 방안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하는 것이다.



둘째, 호흡을 인체의 기의 조절 방안으로서 크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방안은 『東醫寶鑑』 氣門에서도 ‘氣爲呼吸之根’, ‘六字氣訣’ 등에서 중요한 방안으로 꼽고 있는 것이다. 『東醫寶鑑』에서는 呼吸法을 인체의 기를 조절하는 방안으로서 의학적 수용을 하였는데, 이것이 이 시기에 성리학자에게 내재화된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心과 幾微에 대한 것이다. 기미의 벼리가 움직이지 않기 위해서는 心의 움직임이 제어될 필요가 있다. 이것은 心火의 발동을 억제하여 相火의 망동을 제어해야 한다는 한의학적 원리와도 통한다. 幾微 이전의 涵養은 治未病하는 예방의학 사상과 통하고 幾微 이후의 省察은 조기에 질병을 퇴치해내는 방안과도 궤를 같이 한다.



넷째, 전체적으로 이야기되는 ‘稟氣의 不變’論은 후대의 體質醫學의 體質不可變의 원리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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