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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8일 (일)

내과 진료 톺아보기 32

내과 진료 톺아보기 32

“늘 피곤하고 손이 붓고, 가슴이 한 번씩 답답하고 두근거려요”
다약제 복용(Polypharmacy)의 굴레를 끊어 낼 수 있도록 환자의 삶을 조율하는 것, 한의사가 실현하는 진정한 일차의료 주치의의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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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이제원 원장으로부터 한의사가 전공하는 내과학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한의학이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고 생명 활동의 조화를 돕는 데 탁월하다면서,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물 의존을 줄이고 환자의 근본적인 건강 회복을 이끄는 일차의료 주치의로서의 생생한 임상 기록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최고의 의사는 약을 가장 적게 쓰는 의사다.” (The best doctor gives the least medicines.)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이 남긴 이 말은 현대 내과학이 태동하기도 전에 약물의 오남용을 경계한 선지자적 통찰이었다. 


“늘 피곤하고 아침에 손이 부어요. 가슴이 한 번씩 답답하고 두근거립니다. 마른기침을 자주 하고, 대변은 하루에 3~4번씩 보고 늘 무른 편입니다.” 65세 남성 환자가 내원했다.


환자는 대규모 조직을 이끄는 책임자였다. 옆에서 환자를 유심히 지켜보던 그의 지인이 최근 얼굴이 너무 붓고, 낯빛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고 크게 염려돼 한의과 의사의 진료를 한 번 받아보라 했다고 했다. 환자는 그 조언을 듣고 내원한 것이다. 


환자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았다. 그는 조직의 책임자로서 항상 무거운 책임감과 스트레스를 견뎌야 했다. 그리고 다른 지역 출장과 외부 일정으로 인해 외식과 야식이 잦았으며, 늦은 밤 폭식도 많이 하고 있었다. 환자는 피곤함, 부종, 두근거림, 마른기침, 무른 변 증상 외에도 입이 자주 마르고 갈증이 심했고, 소변을 자주 보며, 밤에 잘 때 자주 깬다고 했다. 


환자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주 5회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성분 분석(BIA)상 BMI 25.8 kg/㎡, 체지방률 25.4%의 과체중 상태였다(표 1). 만성 스트레스, 외식, 야식 및 폭식으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 및 대사 불균형이 크게 의심됐다.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해 최근 1년 동안의 약물 사용 내용을 조회해 보았다. 환자는 적어도 1년 전부터 프로파페논과 페노피브레이트를 복용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두근거림이 지속되고, 가슴 답답함까지 나타나 내원 2주 전 양방 내과에서 진료받았다. 진료 후 메트포르민, 아토르바스타틴, 에제티미브 세 가지 약물이 추가돼 환자가 복용 중인 약물은 총 5가지로 늘어난 상태였다. 


환자의 舌質은 淡紅하고 齒痕이 관찰되었으며, 舌苔는 白•厚•潤•粘했다. 脈象은 沈•細•滑 하면서 結脈이 관찰됐다. 이러한 진찰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의 상태를 便溏을 동반한 消渴 및 濕痰證으로 辨證할 수 있었다. 환자가 가진 질병의 내면을 더욱 정확하게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病名에 대한 진단도 이뤄져야 했다. 초진 당시 증상 완화를 위해 소청룡탕을 우선 일주일 처방하는 한편, 심장 표지자를 포함한 진단의학적 검사, 장기 연속 심전도(Holter) 검사 및 연속혈당측정검사(CGM)를 시행해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했다.  


혈액 검사 결과, Troponin-I, CK-MB, NT-proBNP 등 심장 표지자 검사에서는 특이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지만, 크레아티닌 수치가 1.33 mg/dL까지 치솟아, 사구체여과율(eGFR) 59 mL/min/1.73m²로 만성신부전 3a기 단계에 진입해 있었다(표 1). 

 

표 최종.png

표 1. 화학약물 감약 및 포괄적 한의 치료에 따른 진단의학적 검사 및 체성분 변화

약물 재평가를 통한 감약 및 중단과 함께 약 3개월간 포괄적 한의 개입을 시행한 결과. 신장 기능(eGFR)이 만성신부전 3a기 수준에서 의미 있게 개선되었으며, 당화혈색소 안정화와 함께 근손실 없는 체지방 중심의 대사 회복이 객관적 지표를 통해 확인됨. 

 

당화혈색소는 5.9%로 당뇨병 전단계(Prediabetes)였으며, CGM 검사에서는 잦은 외식 및 야식으로 인해 심한 혈당 변동성이 관찰됐다(그림 1). 

 

이제원_그림1.png

그림 1. 치료 전 1주일간의 외래 혈당 프로필(AGP)

대사 불균형 환자의 치료 전 연속혈당측정 결과. 환자의 혈당 중앙값이 대사 회복을 위한 엄격한 목표 구간(70~130 mg/dL)을 빈번하게 이탈하며 심한 변동성을 보임.

AGP, ambulatory glucose profile; IQR, interquartile range; Avg, average.

 

Holter 검사에서는 3연발 심방조기수축(PAC triplet)과 최고 심박수 158 bpm에 달하는 비지속성 심방빈맥(NSAT 4 beats)이 포착됐다(그림 2).

 

이제원_그림2.png

그림 2. 치료 전 장기 연속 심전도(Holter) 검사에서 관찰된 심방성 부정맥 파형

가슴 두근거림을 호소하는 환자의 심전도 기록. 대사 불균형 상태에서 간헐적으로 나타난 (A) 3연발 심방조기수축(PAC triplet) 및 (B) 최고 심박수 158 bpm에 달하는 4회 연발의 비지속성 심방빈맥(NSAT 4 beats) 소견을 나타냄.

Holter, Holter electrocardiogram; SVE, supraventricular event; PAC, premature atrial complex; NSAT, non-sustained atrial tachycardia; HR, heart rate.

 

결과적으로 환자의 상태는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과 생활 습관으로 인해 심한 혈당 변동성, 대사 불균형 및 수분대사 이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면서 만성 피로와 부종, 두근거림, 마른기침, 장 기능 이상 등 다양한 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활 습관에 대한 근본적인 개입 없이 약물이 추가되는 동안, 환자의 신장 기능 저하도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환자의 대사 상태와 신기능 평가 결과를 종합적으로 설명한 뒤 환자의 동의를 얻어 프로파페논은 급격한 중단에 따른 위험성을 고려하여 4주에 걸쳐 점진적으로 감량했고, 나머지 약물은 적응증과 위험-편익을 재평가하여 우선 감약했다. 


이와 함께 停滯된 水濕을 제거하는 五苓散에 宣肺平喘의 효과가 있는 桑白皮, 麻黃, 石膏 등의 약재를 加味하여 약 3개월간 투여했다. 치료 동안 환자에게 식후 혈당 급상승을 최소화하기 위해 목표 혈당 범위(70~130 mg/dL)를 제시하고, CGM을 지속적으로 부착하여 혈당을 감시했다. 


한약 복용과 생활 습관 개선, 적절한 약물 감약이 병행되는 과정에서 eGFR은 빠르게 회복됐고, 신장 기능은 한약 복용이 종료된 후에도 잘 유지됐다(표 1). 인슐린 저항성 지표(HOMA2-IR)는 0.99에서 0.39로 현저히 감소했고, 당화혈색소는 5.7%로 안정됐다. 체성분 역시 골격근량의 손실은 거의 없이 체지방만 4kg 감소하는 변화가 관찰됐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환자의 대사 불균형이 뚜렷하게 개선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피로감과 부종, 마른기침은 소실됐으며, 두근거림은 완화됐고, 대변의 상태도 호전되어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회복됐다. 

 

약은 음식이 아니기에 근본적으로 부작용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약은 곧 毒'이라는 명제가 의학의 출발점이었다.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약물을 기계적으로 추가하는 접근만으로는 환자의 근본적인 건강 회복에 한계가 있다. 현명한 의사란, 환자의 삶을 깊이 있게 통찰하고 조율하여 오히려 약을 줄이고 끊어낼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는 의사다. 천연물 기반 약물과 화학합성약물의 특성을 함께 이해하고, 전체론적 整體觀念을 바탕으로 환자를 ‘진정한 건강’으로 인도하는 한의사는 현대 보건의료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의료인이며, 일차의료 주치의로서도 큰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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