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의사 약사 면허소유 허준영 원장
상호 장점 살려나가 시너지 극대화 해야
“양방은 과학적이지만 한방은 우리의 인체를 소우주로 보는 철학관이 담겨 있는 예술이다. 인체의 오묘함을 접근하는 한의학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2000년 본과 1학년으로 편입했던 대구한의대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1월21일 실시된 한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대구시 허한방병원 허준영 원장.
그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까닭은 그가 만학도(55세)로 한의사국시에 합격한 것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한의사외에도 의사와 약사라는 보건의료분야 면허증을 세 가지나 가지고 있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93년 한·양약간 한약분쟁을 겪은 이후 최근 한·양방 의료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과정서 그의 한의사·의사·약사 자격증 소지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지난 1973년 영남대학교 약대를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 약국을 운영했었다.
최종적 인생항로 한의사로 결정
하지만 그는 약을 지어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보다 근본적으로 인간의 병을 치료하고 싶었다. 그같은 욕망이 새로운 항로를 선택케 했다. 1974년 경희대 의대에 입학해 의학공부에 전념했다. 이후 1978년 의사면허증을 받아 의원을 운영했다. 그러다 1994년에는 한의사인 동생과 함께 한·양방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병원을 개원했으나 이것만으로 그의 학구열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후 그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인생항로는‘한의사’이었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한의사·의사·약사 면허를 모두 소유한 그에게 최근의 화두는 역시 한·양방간의 갈등이다.
이와관련 허 원장은 “양방은 1+1=2다. 매우 분석적이고 과학적이다. 이에반해 한방은 1+1이 꼭 2가 되진 않는다. 이는 우리의 인체가 그렇기 때문이다. 음양오행론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한의학적관의 인체란 무엇이라고 딱 단정하기란 어렵다”고 밝혔다.
허 원장은 또 “한의학의 장점과 양의학의 장점이 서로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왜 늦깎이로 한의사 자격증을 취득케 됐냐는 질문에 허 원장은 한·양방간의 협력 필요성을 제기했다. 허 원장은 그의 아내인 도인아 원장이 병원장으로 재직중인 허병원과 허한방병원간의 진료시스템이 상호 협력관계를 맺고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으나 실제 진료현장에선 한방과 양방간 보이지 않는 벽의 실체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허 원장은 자기가 직접 한의학의 세계에 몸을 담아 한·양의학의 차이점은 무엇이며, 상호 보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부분은 없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어 한의학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한다.
부친과 남동생도 한의사 활동
허 원장은 또 “그런 이유 외에도 내 주변에서 쉽게 한의학을 느끼고 접할 수 있었던 계기도 한의학을 꼭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했다”고 밝혔다. 실제 허 원장의 부친과 남동생은 현재 한의사로서 각각 대구에서 한의업을 하고 있다.
특히 허 원장은 한·양방 갈등 해소의 가장 첫 번째 관건은 상호 존중이라고 말한다. “서로간 조금도 지려하지 않는다. 상대방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극도의 불신감을 불러 일으켜 반목의 골을 깊게 하고 있는 것 같다”는 허 원장.
허 원장은 또 “다른 학문에 비해 한의학과 양의학 분야에는 엘리트들이 많다. 이는 양 학문의 세계에 있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인력체계를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허 원장에게도 한·양방의 갈등 봉합은 필요하나 딱히 어느 직역을 손들어 주기에는 쉽지않은 부분도 있다.
그 자신의 신분 자체가 올해부터 한의사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지금껏 몸담아 왔던 양의사 신분으로서의 역할을 한순간에 져버릴 순 없기 때문이다.
허 원장은 “한·양방 서로가 상대방의 단점만을 바라본다면 그 어느 의학이건 발전은 정체할 수 밖에 없다”며 “각각의 장점을 서로 받아들여 활용할 수 있을 때 더 가치있는 의학, 국민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의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