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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10일 (금)

김호철 교수

김호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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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류본초(證類本草), 허준 선생이 사용하였던 조선시대 본초 교과서

꼭 알아야 할 한약이야기-38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한의학은 중국과 비교해 볼 때 임상 분야에서는 상당히 발전되어 있었지만 기초 분야인 본초학은 그다지 활발하게 연구되지는 않았다. 땅덩어리가 좁은 나라에서 기초학문을 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먹고 살기 어려운 일이었나 보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기초학문보다 IT 등의 응용학문이 발달해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나라 대표 본초서를 꼽으라면 고려시대의 향약구급방, 조선 초기의 향약본초, 그리고 조선 중기의 동의보감 탕액편 등을 들 수 있다. 탕액편은 3권으로 15부 1400여종의 약재가 수록되어 있으며 향약만 수록하였던 향약본초의 범위를 늘려 수입산인 당약도 함께 수록하였다. 탕액본초는 약 40여종의 본초 및 처방서와 속방의 내용을 인용하여 저술되었다.



하지만 허준 선생은 무조건 기존 서적들을 베낀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면 인동의 성미는 ‘감, 온’으로 기존 본초서에 기록되어 있었으나 동의보감에서는 ‘감, 미한’이라고 기록함으로써 성미와 주치를 효능과 부합되도록 기록하였다.



그리고 ‘속방’이라고 인용된 부분에 허준 선생의 본초지식들을 잘 반영되어 있다. 이러한 예들은 허준 선생이 약물에 대한 상당한 지식과 함께 약물 응용의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었음을 말하여 준다.



탕액편의 약 40여 인용서적 중 ‘본초’라는 서적이 가장 많이 인용되어 있다. 필자는 탕액편을 처음 연구할 때 이 ‘본초’라는 책이 <신농본초경>을 인용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신농본초경>을 줄여 ‘본초경’이라고 하는 예가 흔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본초’라고 인용된 부분은 신농본초경이 아니라 <증류본초> 내용이 반영되어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허준 선생이 <증류본초>를 탕액편에 인용하면서 다른 인용서적들처럼 ‘증류’라고 기록한 것이 아니라 ‘본초’라고 기록한 것이다. <증류본초>를 ‘본초’라고 기록한 점과 탕액편에서 이 책을 가장 많이 인용하였다는 점, 그리고 역사적으로 볼 때 당시의 가장 최신 본초서적은 증류본초였다는 사실로 미루어 조선시대 의생들은 본초 교과서로 증류본초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잘 아는 것처럼 증류본초는 당신미가 북송시대의 <개보상정본초>와 <개보중정본초>를 근거로 하고 기타 의방서를 참고하여 <경사증류비급본초>를 편찬하였는데, 이를 여러 차례 국가에서 수정하여 <경사증류대관본초>, <정화신수경사증류비용본초> 등을 출판하였다. 후세에 두 책을 통칭하여 <증류본초>라고 한다.



증류본초는 송 이전의 본초학 성과를 집대성한 것으로 이시진의 <본초강목>이 저술되기까지 약 500여년간 의생들이 긴요하게 사용한 대형 본초서이다. <본초강목>이 저술된 후 사용도가 줄어들었지만 사실 이시진도 <증류본초>를 기반으로 하여 본초강목을 저술하였다.



당신미는 사천사람으로 학식은 넓고도 깊었으며 재능과 지혜는 남보다 뛰어났다.그는 제자백가의 학문과 고금시서에 능한 데다가 의술에도 뛰어났다. 특히 그의 뛰어난 재능과 철저한 성격은 그 시대 이전의 모든 서적들과 환자들로부터 얻은 정보들을 꼼꼼하게 이 책에 모두 수록하여 방대한 본초학전서를 만들게 된 원천이다.



당신미의 꼼꼼한 성격으로 역대 모든 의학 정보들을 수록하려고 하다 보니 내용이 일부 방만하게 서술되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현재 잃어버린 본초서들의 내용을 상당히 많이 수록하고 있어 문헌학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실용적 가치도 커서 이 책이 본초학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 한의학의 뼈대를 만들었던 허준 선생을 비롯한 조선시대 의생들이 이 책을 본초 교과서로 공부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본초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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