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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10일 (금)

윤지연 원장

윤지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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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해서 제일 먼저 하는 일

개원가 일기



얼마 전 라디오를 들으며 출근을 하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출근을 해서 제일 먼저 하는 일’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컴퓨터를 켠다’, ‘신문을 본다’, ‘커피를 마신다’ 등 사람들마다 하는 일이 제각각이었는데, 문득 ‘나는 출근해서 뭘 먼저 하지?’하는 궁금증이 생겨서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아침에 출근도장을 찍고 진료실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바지를 갈아입는 것이다. 아이들을 진료하다보면 이래저래 바지가 더러워지는 일이 많아서 더러워져도 티가 안 나고 신경이 쓰이지 않을 만한 검은색 정장바지로 갈아입는 것이다. 진료하는데 왜 바지가 더러워질까 의아하기도 하겠지만 아이들을 몇 번 진료해본 사람들은 이 마음을 알 것이다.



아이들을 진료하다보면 호의적으로 진료에 임해주는 아이들도 있지만, 병원과 의사라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싫어해서 병원 입구부터 울고 들어오는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을 울리지 않고 아프게 하지 않고 진료를 하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가급적 빨리 진료를 끝내는 것이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좋을 때가 많다. 그래서 엄마의 힘을 빌어서 진료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필사적으로 엄마의 팔과 다리의 압박을 이기려고 발버둥치다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나에게 분노의 킥을 날리는 아이들이 있다. 아이의 힘이 얼마나 셀까 하겠지만 어느 때는 나도 모르게 신음이 나올 정도로 센 아이들도 있고, 비라도 온 날이면 내 가운과 바지에 어김없이 신발 자국을 내놓고 가는 아이들도 있다.



이 정도 일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일에 속한다. 아이들을 진료할 때는 설압자로 구강 진찰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혀를 설압자로 누르고 편도를 봐야하는 경우에는 약간 구역감이 생기기 때문에 진료 전에는 가급적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진료 전에 과자나 우유를 많이 먹고 오거나 구토 증상으로 진료를 받으러 온 아이들 중에 구강 진찰을 하다가 정말로 구토를 하는 경우가 있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이라 나의 가운과 바지가 또 한 번의 수난을 겪게 되는 것이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날 음경이 아프다고 하는 남자 아이를 진료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바지를 벗긴 후 아픈 곳을 보려고 하는 순간 아이가 갑자기 내 앞에서 오줌을 싸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진찰을 하려고 손에 위생장갑 끼고 있던 터라 나는 다른 행동을 취할 겨를도 없이 바로 내 손으로 소변을 받아버렸고 간호사가 휴지통을 가지고 온 후에야 정리가 되었다. 소변을 시원하게 본 아이는 이 상황이 무안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는지 너무 신나게 웃어버려서 엄마도 나도 간호사도 아이와 함께 신나게 웃어버렸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가운이나 바지가 더러워질까봐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하고 피하는 모습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검은 신발자국이 나도 티가 안 나고 아이가 구토를 해도 피하지 않고 심각하게 더러워져서 버리게 되더라도 신경이 쓰이지 않는 바지를 입었더니 마음도 편하고 아이한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출근하자마자 이렇게 바지를 갈아입고 진료를 시작한다.

그래도 분노의 킥을 날리던 아이가 진료도 잘 받고 반갑게 인사를 하면 아픈 기억은 싹 잊혀지고 뿌듯해진다. 나는 이렇게 극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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