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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10일 (금)

이상곤 원장

이상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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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술 깨는 약은 무엇일까?



‘술’하면 생각나는 선배가 있다. 회식 후 이튿날 앞니가 완전히 깨진 채 나타났다. 집으로 돌아가는데 평소 집 앞에 있던 전봇대가 갑자기 두 개로 보였다는 것이다. 중간으로 가야겠다고 걸었는데 전봇대와 정면으로 부딪혀 앞니가 나가버렸다. 한번은 얼굴에 상처가 있어서 물었더니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아스팔트가 번쩍 일어나서 자기 뺨을 때렸다는 변명을 하였다.



음주로 인한 건강의 적신호는 조심해야 할 대상이다. 특히 소주는 지금도 우리가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이지만 예전에도 경계 1호의 술이었다. ‘지봉유설’에는 소주가 원나라에서 생긴 술이며 오직 이것은 약으로만 쓰고 함부로 마시지는 않았다라고 풍속을 해설했다. 그러면서 소주독이 무섭다고 예를 들었다. “명종 때 김치운(金致雲)은 교리(校理)로서 홍문관에서 숙직을 하다가 임금이 내린 자소주(紫燒酒)를 지나치게 마셔 그 자리에서 죽었으니 소주의 해독은 참혹한 것이다”라고 기록하였다. 또 “술이 독이 됨은 심한 것이다. 평상시에 내섬시(內贍寺)에는 술을 빚는 집이 있다. 그 집 위에 덮은 기와는 쉽게 낡아 몇 해만큼 한번씩 바꿔야 했다. 그리고 그 위에는 까마귀나 참새 떼가 모여들지 않는다. 이것은 술 기운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고 하였다)



술은 본래 약재로 쓰였다. 고의서인 ‘양생요집’을 보면 “술은 약재로 적당히 마시면 모든 맥을 조화시키고 나쁜 독들을 물리치며, 차가운 기운을 제거하고,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장위를 튼튼하게 하고, 피부를 윤택하게 하며, 습기를 제거한다”라고 그 장점을 밝히고 있다. 의사의 의(醫)자도 술과 관련이 깊다. 밑받침이 닭 유(酉)로 되는데 이것에 물(水)을 더하면 술 주(酒)자가 된다. 이런 탓에 의사들은 신체 이상에 약재 대신 술을 가지고 치료하기도 했고, 술을 백약의 으뜸으로 평가하기로 한 것이다.



한의학에서 술의 성질은 크게 더운 것으로 보았다. 술은 본래 불꽃이 치솟는 것과 같은 치열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술을 마신 이튿날에는 열량이 대량 소실되어 몸이 차갑게 식어진다. 술은 물로 빚어지는 것이고 물은 차가운 겨울을 의미하기 때문에 위장에 차가운 물만 남게 되는 것이다. 해장국으로 매운 콩나물국이나 북어국을 먹고 사우나를 하는 것도 바로 위장에 남는 차가운 물을 데워서 혈관 속으로 흡수하거나 증발하여 위장의 따뜻한 생리기능을 되돌리기 위해서다.



칡이 음주 후에 좋다는 것도 바로 이런 차가운 물을 흡수 발산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칡은 땅에 깊이 뿌리를 박고 있다. 심지어는 칡을 캘 때 포크레인으로 캐내야 할 정도다. 그러나 그 줄기는 다른 나무의 꼭대기까지 올라가 햇볕을 독점하고 나무의 햇볕을 차단하여 죽이기까지 한다.



칡의 줄기와 잎사귀가 뿜어내는 물의 양은 엄청나다. 한 시간에 두 양동이 정도의 물을 뿌리에서 끌어올려 잎사귀에서 증발시킬 정도다. 이런 칡의 특성은 인체에서도 가장 깊은 위장에서 물을 끌어올려 가장 높은 목 뒤의 뻣뻣함이나 열감을 식혀주고 풀어준다. 이런 약성으로 술독으로 생긴 위장의 차가운 물을 끌어올려 입이 마르는 갈증을 해소한다.



콩나물이 술독을 잘 푸는 것도 거의 같은 이유다. 콩은 콩나물로 자랄 때 물로 몸을 적시지만 물을 배설하면서 위로 자라 오른다. 위장에 있는 차가운 물기를 잘 배설하여 위장의 온기를 되돌린다. 이런 생각의 연장선상에 해장술도 존재한다. 술로 차가워진 속을 데워야 위장의 온기가 되살아나면서 인체의 신진대사가 정상으로 되돌아간다고 믿은 것이다.



최근에 술 깨는 약의 대명사가 된 헛개나무는 어떤 약성을 가지고 있을까. 헛개나무의 열매는 지구자(枳 子)다. 지구자라는 이름은 가지가 꾸불꾸불 굴곡하고 뻗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점은 술을 해독하는 간이 봄을 상징하고 봄이 영어로 굴곡한 스프링이라는 점과 의미가 일치한다.



육기(陸機)의 글에 “강남에서는 이것을 맛있는 것이라 하여 나무꿀 즉, 목밀(木蜜)이라고 한다. 술맛을 삭혀버리는 것으로 이 나무는 기둥으로 만들면 그 집안에 있는 술은 모두 산패한다”라고 한다. 어떤 남방인이 주택을 수선하는데 이 나무 한 조각을 술 단지에 떨어뜨렸더니 그 술이 물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설화를 소개하였다.



좀 더 살펴보면 치료 일화에는 숙취에 효과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음주가 과도한 원인으로 열이 쌓여 입이 마르면서 소변이 자주 나오는 만성 알콜성 신체 이상 증상에 유효한 것으로 풀이하였다.



앞에서 말하듯이 숙취의 핵심은 위장이 차가워지면서 신진대사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헛개 열매는 위장온기를 되살리는 매운 맛은 없다. 위장의 습기를 배설하는 이뇨작용과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 ‘본초강목’의 요지다. 최고의 술 깨는 약은 무엇일까? 한의학서에 보면 갈화 즉, 칡꽃이다. 처방 이름으로 ‘갈화해성탕’, 갈화로 만들어진 술 깨는 처방이란 이름이 붙을 정도다. 칡꽃은 보라색으로 여름초입에 흩뿌려지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한겨울에는 이 꽃이 있을리 없다. 몸에 맞게 마시고 삼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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