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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10일 (금)

희망과 비전을 확인한 러시아 의료봉사

희망과 비전을 확인한 러시아 의료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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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TA 115차 러시아 의료봉사단 단장 성윤수(KOMSTA 국제이사)





설렘



14년 전 1998년 러시아를 떠난 후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하게 됐습니다. 러시아 의료봉사 한 번 해보자는 동료 임원의 권유로 콤스타 115차 해외의료봉사를 기획하면서 기대 반 걱정 반 설레었던 마음이 귀국한 지금까지도 남아있습니다.



필자는 러시아에 파견된 공무원이셨던 아버지를 따라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과정을 현지에서 수료한 바가 있어 러시아가 제2의 고향으로 느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낡은 공항과 불친절한 서비스가 오히려 친숙하게 느껴지는 자신을 보며 ‘고향이 맞구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긴 세월이 지난 그곳은 ‘제1사할린 프로젝트’ 유전 개발로 많은 자본이 흘러들어와 도시가 확장되고 당시에 비해 부동산은 100배가 올랐으며, 물가는 수도 모스크바보다 비싼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아도는 석유와 가스가 무색하게도 도시에는 20여년 전과 마찬가지로 매일 정전이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1995년 제1차 사할린 의료봉사, 1996년 제2차 의료봉사를 치르고 16년이 지난 지금 1·2차 의료봉사를 주도하셨던 KOMSTA 임일규 고문님께서 80세를 바라보시는 연세임에 불구하고 3차 사할린 의료봉사에 흔쾌히 동참해주셔서 큰 힘이 되어 주셨습니다. 당시 만나셨던 주요 인사들을 소개시켜 주셨고, 많은 사진 자료들을 준비하셔서 현지 사람들로 하여금 잊었던 기억들을 되살릴 수 있게 도와주셨습니다. 당시 현지에 계셨던 몇몇 분들은 돌아가시고, 영주귀국하신 분들도 다수임을 확인했습니다.



8.15 광복절 행사기간에 맞추어 진행된 이번 의료봉사는 ‘돌린스크(Долинск)’ 시의 ‘꼬프(Быков)’란 곳에서 중점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곳은 주정부가 있는 ‘유주노-사할린스크(Южно-Сахалинк)’시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떨어진 곳으로 일제시대 강제징용으로 끌려온 조선인들이 탄광에서 강제노역을 하다가 죽어간 곳입니다. 필자가 어릴 적 러시아에 살 때는 한 번도 방문해 본 적이 없는 시골 중의 시골입니다. 탄광이 활발히 운영되었을 때에는 24시간 운영되는 식당들이 있을 정도로 사할린에서 가장 활발한 도시 중 하나였으나, 지금은 폐광되어 공식적으론 4000여명, 실제론 2000여명의 주민만이 남아있는 썰렁한 시골이었습니다.



직접 방문한 탄광 내부엔 관리자 몇 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얼마 안 가 이곳도 완전히 폐쇄되어 자신들도 이곳을 떠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갱도 입구에만 들어섰는데도 이내 어둡고 습한 것이 얼마나 고생스러웠을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습니다. 일본인들이 강제로 노역을 시키고, 이후 러시아인들 아래 비록 돈을 받으며 일을 했지만 가장 고된 일들은 항상 조선인들 몫이었다고 안내자가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들어섰던 지하갱도는 90km 떨어진 옆 탄광촌까지 이어져 있다고 하니 그 규모가 대단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환자분들 중엔 젊은 시절 이곳에 끌려와 일을 하셨던 일부 1세대 한인들이 계셨습니다. 일본인들이 패전 후 떠난 뒤, 얼굴도 말도 다른 러시아인들의 지배 아래 또 다시 적응하고, 고향을 그리워하며, 생계를 꾸리며, 자녀들을 키운 그 분들이 존경스러웠습니다. 한국어도, 러시아어도 어눌한 그분들의 말투가 참으로 답답했을 당신들의 삶을 표현해주는 듯 했습니다. 지금은 많은 1세대, 2세대 한인들이 영주귀국을 한 상태로, 현지에서 태어나 러시아식 사고방식을 가지고 현지에 정착한 3~4세대 후손들과 또 다시 이산가족이 된 상황입니다. 이 문제는 원인을 제공한 일본과 대한민국 정부에게 지금도 끝나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희망과 비전



이곳의 환자들은 이미 한의학 치료에 호감과 신뢰를 가지고 있어서, 큰 기대를 가지고 우리들을 맞이했습니다. 즉효를 나타내는 침과 교정 시술에 탄복했으며, 뒤늦게 소식을 듣고 한 두 차례만 시술을 받으신 분들은 안타까워하며 출국 전날 밤 우리 숙소를 방문하면서까지 진료를 받았습니다. 우리를 필요로 하는 분들이 이곳에 많음을 느꼈습니다. 더군다나 북쪽 오지엔 의료혜택이 전무한 곳도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 4차 의료봉사지를 고민해 보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반가워해 주시고, 다음 회에 더 큰 지원을 약속해 주셔서 큰 힘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러시아는 한의학에 대한 수요가 매우 큰 지역이지만 아직 체계적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젊은 한의사들이 도전한다면 무궁무진한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된 의료봉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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