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부천시한의사회장
[한의신문=강현구 기자] 부천시한의사회(회장 김범석·이하 부천시분회)는 부천시와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의 일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대상자를 직접 찾아가는 한의방문진료를 실시, 보건의료 직역 간 다학제 협력체계를 구축한 연계서비스를 통해 대상자에 대한 건강 관리뿐 아니라 삶의 질 개선에도 힘써오고 있다. 이에 최근 개최된 ‘2024 한의약 건강돌봄 사업 성과대회’에서 김범석 회장이 개인 부문 우수상(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본란에서는 김범석 회장으로부터 수상 소감과 사업 추진 현황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Q. 수상 소감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마스크를 쓰고, 방문진료 다니던 시절도 떠오르며, 동시에 감개무량하다.
원장 혼자 다니던 방문진료가 어느덧 간호사, 사회복지사까지 함께 참여하는 재택의료센터로까지 확대됐다.
한의원 밖으로 나가 진료하는 것이 정말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대상자들의 행복한 얼굴에서 얻는 정신적 보상이 커, 이러한 긍지로 지금까지 지속할 수 있었다.
부천시분회 회원들을 비롯한 부천시 및 지역사회의 여러 도움으로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Q. 방문진료에 나서게 된 계기는?
현재 부천시 통합돌봄사업,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장기요양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다.
2020년 부천시분회장으로 취임하고 가장 먼저 닥친 것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한의사의 투입을 요청했지만 당장의 변화는 없었다. 이러던 중
당시 부천시가 통합돌봄 선도사업 지역으로 확정되면서 부천시분회는 시와 협업하는 한의방문진료에 참여하게 됐다.
코로나19 대응에서 소외됐던 한의과가 어떻게든 공공 영역에서 시민을 위한 진료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부천시분회 허준봉사단이 이미 지역 복지관에서 활동해왔기 때문에 회원들의 이해와 참여도 좋았고, 임원들의 헌신으로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
Q. 현재 진행하고 있는 방문진료 사업은?
부천시 통합돌봄 선도사업을 시작으로, 거동이 불편한 지역주민(주로 노인군, 정신질환자군)을 직접 찾아가는 한의방문진료 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으며, 올해에는 통합돌봄 대상자에 대한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과 연계해 6회 한도로 본인부담금을 시에서 납부하는 방식으로 대상자 수를 늘려 시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 1월부터 장기요양재택의료센터를 신설, 한의-양방-간호-요양 등으로 연결되는 협진 구조 및 원스톱 보건·복지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오고 있다.
Q. 대상자들의 건강 및 환경 등의 상태는?
기본적으로 질병, 부상 등으로 진료가 필요하지만 보행이 힘든 환자, 장기요양등급 수급자 중 거동이 힘든 주민을 대상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건강상태는 젊은 환자에서 만난지 얼마 안 돼 임종을 하는 와상환자까지 다양하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임에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 5층에 살고 있었던 대상자의 경우에는 압박골절을 의심해 초음파 장비를 들고 방문한 적도 있었으며, 비가 오면 누전으로 전등을 못 켜는 곰팡이 가득한 반지하 거주 대상자도 있었다.
또한 미취학 아동들이 있음에도 장마철에 전기료를 납부하지 못해 선풍기도 켜지 못해 동사무소와 긴급 협조해 전기부터 넣은 적도 있다.
Q. 기억나는 개선 사례가 있다면?
2020년 10월부터 루게릭병이 진행되고 있는 와상 환자를 2021년 8월 만나게 됐는데 자신의 병을 모르고 있었고, 생활형편이 극히 어려워 부천시의 협조를 통해 대학병원의 진단 후 루게릭병을 확진했다.
이후 침·봉침·약침·추나 치료 및 한약 처방 등 한의진료를 시행, 현재는 걸어서 교회도 다니고, 당구도 칠 수 있을 정도로 호전(K-ARSFRS 점수 14점→ 33점)됐다.
또 한의방문진료를 통해 정신건강이 회복된 사례도 있었는데 저장강박이 있던 대상자가 스스로 집을 청소한 사례, 칩거 중이던 대상자가 집 밖으로 나와 공원을 산책한 사례 등 감사한 때가 많았다.
Q. 지역돌봄 관련 향후 부천시분회 추진 방향은?
오는 2026년 시행될 ‘돌봄통합지원법’을 앞두고 지역에서의 한의진료는 많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기에 수요자인 대상자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키 위해 많은 제도적 장벽 철폐, 인식 개선에 나서고 있으며, 종합복지관·노인복지관·재가요양센터 등 대상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한의약 돌봄이 이뤄지도록 확대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재택 환자에 대해 한·양방 교차 진료 등 지역·필수의료로서의 이해도를 증진시키고, 협업 체계를 구체화하기 위해 각 보건의료 직능간 정기적인 월례회의를 통해 진료 사례를 공유하고, 임상 데이터들도 정리하고 있다.
아울러 회원들이 돌봄 현장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방문진료뿐만 아니라 생활 지원, 주거환경 개선, 요양 돌봄서비스를 연계하는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Q. 한의약 돌봄 활성화를 위해 개선돼야 할 부분은?
우리보다 고령인구 비율이 높고, 앞서 통합돌봄 체계를 만들어 온 일본의 경우 여생을 요양원·요양병원 시설보다 재택의 비율을 높이는 쪽으로 가고 있으며,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정책 방향과도 상통한다. 즉 앞으로 한의약 돌봄이 시설 위주보다 재택의료로 고도화되는 것이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 방향일 것이다.
이를 위해 외래진료에서 벗어나 재택환자를 돌보기 위한 필수의료 분야 교육, 한·양방 협업체계 구축, 다제약물 관리 등 다학제 협업을 위한 교육이 이뤄져야 하며, 한·양방 협업수가를 비롯해 이와 연계된 다학제 의뢰 수가의 도입도 시급하다.
최근 시작된 재택의료센터도 본 사업으로 정착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범사업 초기인 현재는 대상자에 대한 사업 안내가 부족하고, 환자 연계 또한 어려운 실정이다. 안정적으로 한의계가가 재택의료에 안착하기 위한 홍보와 수가 개편 등 제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