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한의사 진료복 제안… 1994년 첫 선
쇼핑몰 운영통해 전통문화 바로 알리기 ‘앞장’
‘겨레문화가 나라를 살린다’ ‘스스로 겨레문화의 자존심을 잃지 말라’고 호소하는 사람이 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이자 생활한복과 한방진료복을 생산, 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김영조(53) 대표가 바로 그다.
1980년대 말 한겨레신문이 창간될 당시 온 식구를 모두 한겨레신문의 주주로 가입시키면서 민족문제에 적극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한 그의 겨레문화 사랑은 방식이 조금 남달랐다.
90년대 초반 참교육학부모회 서울 동북부지회장을 지냈고, 한겨레신문 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 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내는 등의 시민운동을 통해 민족문화를 알게 되면서 이에 심취하게 된 것도 그의 남다른 겨레사랑 방식의 표현이다.
“민족문화에 매료된 이후 손을 댄 것이 전통한복입니다. 전통한복을 현대에 올바로 계승하자는 신념으로 ‘솔아솔아푸르른솔아’를 설립하게 되었고, 이를 생활한복을 생산, 판매하는 일에 매진하게 된 것이죠.”
모든 일이 그렇듯 만만한 것이 없다는 말을 알고는 있었지만 사업 초기, 승복·도복·중국 옷 같다며 비아냥대는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우리 문화에 대한 의식부터 바꿔야겠다고 생각한다.
그 때부터 겨레문화에 대한 나름대로 공부에 매달리게 됐다. 그런데 여기에도 벽에 부딪혀야 하는 일이 생겼다. 책을 보아도, 강연을 들어도 소위 전통문화 전문가란 사람들은 전문용어를 남용하고 앞뒤가 잘 맞지 않는 내용 구사에 도무지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자기들은 어렵게 잘난 체를 하면서도 대중들이 우리 문화를 몰라준다며 투정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부터 대중들을 위해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글쓰기와 강연이 꼭 필요함을 절감하고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부터 오마이뉴스에 ‘김영조의 민족문화 바로알기’를 연재해 무려 200여편의 글을 올린 것도 그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죠.”
최근엔 이렇게 모인 글들이 모여 책을 펴낼 만큼 분량이 늘어나면서 출간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던 그에게 한의학과의 인연은 다가왔다. 생활한복 사업과 겨레문화 운동의 초기, 극에 달한 한약분쟁을 보면서 그는 겨레문화의 한 축인 민족의학이 서양약학·의학에 밀릴 수 있는 위기에 그냥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약학과 나름의 투쟁을 하던 중 대한한의사협회 ‘국민건강과 한의학수호를 위한 위원회’ 위원들에게 한 제안도 이 때문이다.
“저는 국한위에게 ‘나름의 차별화가 되지 않고, 스스로의 자존심을 챙기지 못하니 약사들에게 밀리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약사들도 입고, 안경사, 조리사들도 입는 가운을 같이 입기보다는 차별화된 진료복을 개발해 입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하지만 예상외로 한약분쟁의 어려운 가운데서도 그의 제안을 청취한 국한위 위원들의 호응은 적극적이었다.
1993년부터 1년 반에 걸쳐 국한위와 솔아솔아푸르른솔아 공동으로 개발한 제품들이 마침내 1994년 11월 롯데호텔 ‘한의학 학술대회’에 ‘한방진료복 선보이기’(패션쇼)로 드러난 것이다.
좋은 결과를 기대했던 이같은 일들이 협회 사정상 한 기업체와의 제휴는 어려워 지정복이 될 수가 없었고, 영세업체로선 제대로 마케팅을 펼치지 못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2002년 서울시한의사회와 한의사협회 로고사용계약 체결과 한의신문과 민족의학신문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홍보를 하게 되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갔지만, 아류 업체들의 모방제품 난립과 경기악화로 인해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여기서 좌절해 죽을 수 없다는 생각 뿐입니다. 그래서 2004년 1월 국내 최초로 생활한복 전문 인터넷쇼핑몰 ‘푸른솔겨레문화모음시장’(www.sol119.com)을 구축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이 쇼핑몰을 단순한 생활한복의 판매장으로 끌고 갈 생각은 없다. 우리문화를 널리 알려가는 마당으로 적극 활용할 생각인 것이다.
쇼핑몰 첫 화면 메인 배너 바로 아래 가장 중요한 자리에 상품이 아닌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란 꼭지를 만들어 10줄짜리 겨레문화 정보 보여주기를 펼친다.
한복을 비롯해 먹거리, 살림살이, 굿거리, 말글문화와 민족의학까지 아우르는 짧고 쉬운 공부의 장을 매일 업데이트 했다. 손수 글을 쓰고, 올리는 작업을 하루도 빠짐없이 해나가다 보니 벌써 140번째가 되었다.
“겨레문화는 그저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쉽고, 재미있는 것이 될 수 있으며, 우리의 삶에 크게 보탬이 되는 것입니다.”
그는 세계화시대를 맞아 우리 스스로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없으면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고, 결국 또 다른 식민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게 평소 지론이다.
이를 위해 일생을 바칠 각오를 밝히는 김영조씨. 그는 이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는 그런 목표를 위한 작은 수단의 하나이며, 작은 부분을 할애하여 꼭 해야 할 당위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는 최근 경제적 어려움으로 경희대 앞 가게를 정리하고 제기동으로 자리를 옮겨왔다. 요즘 같은 최악의 불경기엔 기업이 생존을 위해 전력을 다한다. 그런 팍팍한 삶에 우리문화 이야기로 하루를 따사하게 열어가는 그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