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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10일 (금)

김호철 교수

김호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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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료초법, 흙이나 모래와 함께 한약재를 볶는다

꼭 알아야 할 한약이야기-30



초법 중에는 한약만 넣고 볶는‘청초법’과는 달리 고체보조재료를 용기에 넣고 가열하면서 약물을 함께 넣고 볶는‘가보료초법(加輔料炒法)’이 있다. 고체보조재료를 첨가한다는 점에서 액체보조재료를 사용하는 ‘자법’과 구별된다. 이 방법은 근대에 들어 발전된 것으로 보료(보조재료)를 첨가한다는 뜻으로 중국에서 ‘가보료초법’이라고 하는데, 우리에게는 그리 익숙하지는 않지만 적당한 용어가 없어서 이 용어를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 포제법은 우리나라에서는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다지 널리 사용되지는 않는다.



필자는 20여년 전 상지대학교에서 한약재료학과가 처음으로 생겼을 때 포제학을 강의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포제학’이라는 과목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만들어졌고 실습도 함께 하여야 하므로 다양한 포제법을 실습한 적이 있다. 그때 학생들과 함께 쌀이나 흙, 모래 등을 재료로 가보료초법을 실습하였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번거롭지 않았고 청초법을 쓰는 것보다 더 좋은 음편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가보료초법에 대한 경험은 90년대 말 중국 산동성 부속 병원제제과에 교환교수로 갔을 때 다시 하게 되었다. 거기에서는 밀기울과 함께 백출을 볶는 ‘부초법’을 시행하였는데, 비록 석탄을 사용하였지만 자체로 제작한 가보료초법기계를 가지고 대량으로 부초법을 시행하여 포제품을 만들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보료초법이 일반적으로 널리 쓰였으면 하는 생각을 당시에 한 적이 있다.



가보료초법을 할 때 볶은 후 고체보조재료를 어떻게 제거할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제거하는 과정은 매우 간단하다. 보료를 첨가하기 전에 미리 적당한 크기의 체를 준비한 다음 체로 걸러 빠져 나오는 보조재료를 사용하면 된다. 이 보조재료를 가지고 약재와 함께 볶은 다음 다시 같은 크기의 체로 거르면 이미 한번 걸러진 보조재료는 모두 걸러지고 약재 포제품만 얻게 된다. 보통 보조재료의 양은 약재의 20~50%를 사용한다.





가보료초법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교미교취의 효과인데 맛이나 향이 나쁜 약재들, 특히 동물성 약재들은 이 방법을 사용하면 맛이나 향이 좋게 교정된다. 둘째는 고체보조재료의 성질을 약물에 덧입히는 것이다. 고체보조재료는 액체보조재료를 사용하는 ‘자법’에 비해서는 약물에 미치는 영향이 적기는 하지만 약물만 볶는 ‘청초법’보다는 영향이 크다.



청초법을 하지 않고 가보료초법을 하는 또다른 중요한 목적이 있다. 약재를 보조재료와 함께 볶으면 약재들이 매우 고른 정도로 볶이게 된다. 용기에 넣고 약재를 볶는 청초법을 사용하면 용기에 닿는 부분만 열이 가해져서 아무리 잘 뒤섞으면서 볶는다고 하더라도 고르게 볶을 수는 없다. 하지만 보조재료를 넣고 볶으면 약재가 보조재료에 파묻혀서 볶이는 과정에서 보조재료가 전열체의 역할을 하여 약재 표면에 닿으면서 열을 고루 가하기 때문에 매우 균질하고 보기 좋은 포제품을 만들 수 있다. 이 효과는 생각보다 매우 커서 필자는 가보료초법의 가장 큰 효과라고 생각할 정도이다



가보료초법은 보조재료의 종류에 따라 부초( 炒), 미초(米炒), 토초(土炒), 사초(砂炒), 합분초(蛤粉炒), 활석분초(滑石粉炒) 등이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부초( 炒)는 밀기울과 함께 넣고 볶는 방법으로 백출(白朮), 산약(山藥) 등의 보비(補脾) 효과를 높인다. 또 부초하면자극성이 심한 약물의 약성을 완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실(枳實)은 부초한 후에 파기(破氣)작용이 완화되고, 창출(蒼朮)은 신조(辛燥)한 성질이 완화된다. 백강잠(白 蠶)을 부초하면 비린내가 없어진다.



미초(米炒)는 약재와 쌀을 함께 볶는 것으로 인삼 등의 약물에 사용하면 건비지사(健脾止瀉) 작용을 높인다. 또 반묘(斑猫)와 같은 약물의 독성을 감소시키고 역겨운 향취를 교정한다. 토초(土炒)는 흙과 함께 볶는 것으로 산약(山藥), 백출(白朮) 등의 온중보비(溫中補脾), 지구(止嘔), 지사(止瀉)의 효능을 높인다.



사초(砂炒)는 모래와 함께 볶는 것으로 구척(狗脊), 천산갑(穿山甲) 등 재질이 딱딱한 약재를 연하게 만들어 분쇄와 약효물질의 추출이 쉽게 되게 한다. 또 골쇄보(骨碎補), 마전자(馬錢子) 등의 비약용 부위를 쉽게 제거하게 만든다. 사초한 후에는 맛이나 냄새가 나쁜 약재는 나쁜 향취가 줄어들게 되며, 마전자(馬錢子) 등 약물의 독성을 감소시킨다.



합분초(蛤粉炒)는 합분과 함께 볶는 방법으로 약재의 청열화담효과를 높이는 외에 약재의 재질을 성기게 하여 제제와 조제에 편리하게 하며, 약재의 이체한 성질을 없애고 교미교취한다.



활석분초(滑石粉炒)는 활석분과 함께 볶는 방법으로 수질(水蛭) 등 약재의 독성을 내리고 불량한 향취를 교정한다. 또 약재의 질이 성기게 되어 추출이 잘되고 파쇄가 잘 되게 한다. 잘 쓰이지는 않지만 상피(象皮), 황구신(黃狗腎)이 그 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가보료초법은 보조재료와 함께 볶으므로써 보조재료의 성질을 약재에 덧입히고, 맛이나 향취가 역겨운 약재, 특히 동물성 약재들의 맛과 향취를 교정해 주며, 청초법보다 훨씬 고르게 볶이기 때문에 품질 좋은 포제품을 얻을 수 있으므로 치료목적에 맞게 널리 사용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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