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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10일 (금)

김영우 원장

김영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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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이들'

개원가 일기



“원장님~~~!” 간호사들의 호들갑에 원장실이 시끌하다. “화장실 고장났어요~~~!” 어쩔 줄 몰라 허둥대기만 하는 전후사정도 없는 호들갑에, 이내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막힌 변기를 능숙하게 뚫는다. 원장체면은 진작에 사라졌고 단지 한명의 일꾼을 자처하는 자영업자의 모습만 있을 뿐이다.



애초의 병원설비도 3~4년이 지난 데다가, 작은 규모의 영세한 한의원이지만 남들도 다 한다는 구색들은 갖추어야겠기에 이리저리 일을 벌리다 보니, 성과는 여의치 않아도 일복만은 넘쳐나는 느낌이다. 결국 가끔씩 터지는 예기치 않은 소소한 사건들에 적지 않게 당황하면서도 그때그때마다 땜빵식으로 상황들을 수습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어느샌가 어지간한 잡부일은 손쉽게 감당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화장실 고장이나, 가벼운 전기문제 정도쯤은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 임상가의 일상도 실은 여느 자영업자들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듯 하다.

내가 아니고 누가 하랴~~!



원장실에 앉아 있다가 때때로 장갑을 끼고 현장으로 달려가야 하는 경우는 이뿐이 아니다. 가끔가다 말썽인 수도꼭지도 그렇고, 더운 여름철이면 더더욱 골치거리인 탕전실 환풍기며, 심심하면 하나씩 깜빡거리는 천장의 전구들이 원장인 나를 귀찮게 한다. 병원살림이 넉넉하다면야 사무장이나 남자직원을 쓸만도 하겠지만, 사정도 여의치 않으니 간호사 대신 원장이 일꾼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혹자는 내부설비가 문제라며 근본해결을 지적하는 이도 있을지 모르나, 대대적으로 보수공사를 할 수 없을 바에야 대부분의 원장님들은 어쩔 수 없이 이러한 곤욕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일상사일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약과에 불과하다. 냉난방기나 탕전기 같은 전기문제가 일어나거나, 누수나 배수관 문제라도 터지는 날엔 나로서도 두손두발을 들 수밖에 없어 곧장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영세한 병원사정에 철물점주인이라도 부르기에는 부담스러워, 어쩔 수 없이 평소 거래하는 협력업체 중에 부탁할만한 분들을 불러 밥이나 한끼 대접하며, 인정상 이런저런 일들을 부탁하게 된다. 그 빈도가 점점 늘고 있어, 맘이 항상 미안하지만 현재로서는 딱히 별다른 방도가 없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곤란한 상황에 도움을 청할 때면 쏜살같이 달려와 성의껏 도와준다는 점이다. 평소 원만한 관계를 맺은 덕이랄까?



돌이켜보면, 이런 조그마한 한의원이라도 이래저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맡은 바 역할을 감당해주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비단 골칫거리가 일어나 어쩔 수 없는 부탁을 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이분들이 있기에 우리들의 병원은 별다른 잡음없이 그럭저럭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흔히 병원 운영의 성패는 원장의 실력과 직원들의 서비스에 달려 있다거나, 혹은 시스템과 특정 치료기술에 있다고들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바탕이 보여지는 결실보다 때로는 더 중요할 수 있듯이, 드러나지 않게 병원 운영에 관여하고 있는 이분들의 역할 역시 참으로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하나의 병원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 약재나 소모품, 의료기기나 설비 등 여러 요소들이 제대로 협조되지 않고서야, 어찌 원장 홀로 환자를 상대하여 성심성의껏 진단과 치료를 행하고 처방을 할 수 있겠는가?



최근 정부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관계를 통한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정책 발표가 많아지고 있다. 경제적인 강자와 약자 사이의 상생관계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데 있어 참으로 소중한 의미가 있겠다. 이러한 상생관계와 동반성장의 요구가 우리 한의학계라고 별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임상가들도 이들 협력업체들과 함께 상생을 하며, 동반성장을 하여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일방적이며 계약적인 관계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그리고 그 성과들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말이다. 임상의 경영상황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비단 우리 한의학계만의 상황은 아닐 것이다. 우리뿐 아니라 의료계 전체와 사회 전반적으로 경제적 경색이 확대되고 있어, 많은 이들을 곤란에 처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임상가들의 경영상황이 경색된다고 하였을 때, 사실 우리들과 삶을 같이 할 수밖에 없는 협력업체들은 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빠질 수밖에 없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요즈음 같은 때에 더더욱 소중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한다.



우리 병원에 있어서 가장 마지막 업무이자,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존재! 바로 의료폐기물 처리이다. 담당자가 폐기물을 수거해 가는 한달의 두 번, 나는 그분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눈다. 항상 바지춤에 얼른 훔치고는 무척이나 공손히 내미는 그분의 손을 맞잡으면, 오히려 송구스러움을 느끼며 나는 묘한 감동을 느낀다. 가장 낮은 자세로 험하다면 험한 일을 성심껏 감당하는 소중한 그분의 모습에서, 우리 의료인들이 환자에게 가져야할 미덕을 배운다. 이분과 함께라면 상생하며 동반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커져간다. 다시금 돌이켜보면 고마운 분이다.



대한민국 상이군경회 폐기물사업소 서영석 과장님 감사합니다!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위한 노력으로, 일단 다른 것은 필요없을 것 같다. 정해진 기한에 결제정도라도 잘 해준다면, 아마도 절반은 동반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엊그제 결제금액을 맞추느라 전전긍긍한 피로가 아직도 풀리지 않은채 원장의 두 어깨 위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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