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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10일 (금)

이상곤 원장

이상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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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에 눌린다는 것



가위 눌린 증상을 한의학에서는 귀염(鬼 )이라 한다. 이름처럼 귀신이 압박한다고 본 것이다. 동의보감은 이 증상을 이렇게 설명한다. “가위에 눌리는 것과 귀타(鬼打)의 증상은 여관이나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의 냉방에서 자다가 헛것에 홀려 생기는 것인데 다만 껄껄 웃는 소리만 들리고 곁의 사람이 큰 소리로 불러도 깨어나지 못한다. 이것이 가위에 눌린 것이다. 빨리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고 하며 사향, 서각, 영양각, 소합향, 호랑이 머리뼈로 안정할 수 있다고 기록하였다.



약물이 아닌 생활요법도 있다.



“불을 비추거나 앞에서 갑자기 부르면 흔히 죽을 수 있다. 이 때는 오직 그 사람의 발뒤꿈치나 엄지발가락 발톱 근처를 아프게 깨물어 준다.” 특이한 믿거나 말거나 하는 해결책은 얼굴에 침을 많이 뱉어주어야 살 수 있다고 한 방법이다.

가위 눌림은 현대의학에서 수면마비라고 하는 일종의 수면장애로 본다. 잠자고 있는 동안 긴장이 풀린 근육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식만 깨어나 몸을 못 움직이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동의보감은 병 이름처럼 이 증상에 대해 논리적으로 이렇게 설명한다. “잠들었을 때는 혼백이 밖으로 나가는데 그 틈을 타서 귀사가 침입하여 정신을 굴복시키는 것이다.”



자연과학적 견해는 죽음을 생명의 끝이라 정의한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삶과 죽음은 하나라고 믿었다. 삼국유사, 금오설화 등의 이야기는 물론 저승을 이야기했고 많은 저승설화, 전설들을 당연하게 인정하면서 생사를 하나로 보았다.



유학자들은 논어에서 ‘괴력난신을 말하지 않았다’고 하여 귀신존재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승에서의 삶과 죽은 이후의 존재간의 연관관계를 제사라는 형식을 통해 인정하였다.



제사 형식은 대부분 살아있는 듯이 문안하고 밥상을 챙기는 것을 뼈대로 하는 것이다. 제사를 지내는 것이 단지 고인을 기억하거나 추모하는 것이 아니라 제사 지내는 후손과 제사를 받는 어른들과는 혼백이라는 관계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초혼, 매혼 등의 형식을 통해 서로 감응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제사를 통해 아직 흩어지지 않은 고인의 시신과 그의 기에 감응하는 자손들 사이의 관계를 엮어 놓은 것이다.



그러면 혼백은 한의학에서 어떻게 정의할까. 인간의 정신에는 오장과 연결된 다섯 가지의 영혼이 있다. 혼신의백지(魂神意魄志)로 구성되어 있는데, 혼(魂)은 구름같은 양신으로 하늘로 돌아가고 백(魄)은 육신에 붙어있는 음신으로 땅으로 묻히게 된다. 나무를 태우면 연기는 하늘로 올라가고 재는 땅에 묻히는 것과 같다.



백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육체라는 말과 이어져 있다. 육은 유기합성물로 미생물에 의해 해체되는 것이고, 체는 유기물들의 합성체를 이어주는 에너지 덩어리다. 이 체가 바로 백이라는 것이다.



풍수지리설도 바로 이 백과 땅의 조화를 풀이한 것이다. 죽어서 땅에 묻히는 것은 에너지 덩어리인 양기의 총합인 백이 음인 땅과 이루는 결혼이라는 것이다.

삶이 깨어있는 것이라면 죽음도 끝나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잠과 같은 것으로 파악한 것이다. 매장도 또 다른 기의 시작이라는 것이 풍수적 관점이다. 여기서 조화가 이루어지면서 부모가 낳은 자식과 죽어서 묻힌 부모의 백(魄)이 땅과 이루는 조화의 에너지가 같은 기운으로 감응하여 서로의 관계가 이어진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풍수지리는 지관이 얻은 좋은 땅이 우선이 아니라 묻히는 자의 삶의 궤적이 결국 땅과 좋은 관계를 형성한다고 보는 것이다.



원점으로 돌아가서 왜 잠을 자면 혼백이 밖으로 나간다고 동의보감은 이야기했을까. 전통적 관점에서 천지인은 하늘과 땅이 인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늘은 인간의 마음을 만들고 땅은 인간의 육체를 만들었다.



그래서 인간의 마음은 하늘을 닮아 맑은 순수를 꿈꾸고 인간의 육체는 다양한 변화와 욕구를 낳는다고 보았다. 낮이 되면 양인 하늘의 태양과 음인 육체가 서로 만나고 밤이 되면 음인 땅과 양인 영혼이 서로 만나는 것이다. 잠은 육체의 휴식으로 낮에 잠든 영혼이 깨어나 활동하면서 밖으로 나가버린다고 본 것이 바로 잠이라고 정의한다.



이런 음양관의 연장이 가위 눌림을 바라보는 한의학 관점이다. 꿈을 꾸고 불안해지는 것의 가장 큰 원인은 현실적인 대답인 혈기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혈기는 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손상받는 것이다. 정신과 육체가 태극기의 음양처럼 서로 이어져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가위 눌린 사람이 가장 주의할 점을 동의보감은 이렇게 경고한다. 손을 가슴에 얹어서 자는 것인데 이 자세는 시신을 염하는 자세로 귀신을 부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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