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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10일 (금)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18)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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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교수(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趙廷俊(1680~?)의 東方六氣論



趙廷俊은 영조년간에 궁중에서 御醫로 활동했던 소아과 전문의이다. 그는 1760년 『及幼方』이라는 소아과 전문 의서를 편찬해낸다. 이 책은 소아과만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는 한국 최초의 전문의학서적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이 책은 錢乙의 『小兒藥證直訣』, 李 의 『醫學入門』에 나오는 소아 질환 관련 이론과 처방에 趙廷俊 자신의 치료경험을 결합시키고 있다.



소아과 관련 내용을 전문적으로 다루어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고심한 저자의 고심이 짙게 배어 있는 서적이다. 이 책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東方六氣論’이다. ‘東方六氣論’은 중국의학에서 사용하는 치료법을 조선에 함부로 사용해서 안된다는 논리를 피력한 趙廷俊의 논문이다. 그 일부를 발췌해서 살펴본다.



“우리나라는 치우쳐 한 쪽 귀퉁이에 있는데, 그 풍토가 진실로 중국과 다르다. 이동원이나 주단계 등 사람들이 우리 동방에서 태어났다면 반드시 주관하는 經과 오로지 하는 氣가 있어 책을 만들어 약물의 사용에 기준을 만들었을 것이다.……또한 古人이 이미 말한 것으로 미루어 보건데, 岐伯의 말에 東方의 氣는 天에서는 風, 地에서는 木, 臟에서는 肝, 體에서는 筋, 志에서는 怒, 色에서는 蒼, 音에서는 角, 味에서는 酸이라고 하였으니, 이것은 東土에서 오로지하는 氣를 논한 것이다.……무릇 일찍이 이로 인해 미루어 보건데, 우리 동쪽은 해와 달이 먼저 올라가 땅의 경계가 풀어져 밝아진다.



그러므로 품부받은 바탕이 총명하고 재능과 기예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 봄의 기운이 동쪽에서 발생하면 만물이 자라나 번영하게 된다. 그러므로 사람의 품성이 자애롭고 어질며 사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게 된다.



그런데 木은 風을 많이 생겨나게 하므로 잘 격노하고 싸우기를 좋아하고 높이 소리지르고 신 것을 좋아한다. 이것은 그 풍토가 진실로 서남북 나머지 모든 방위와 같지 않고 또한 땅의 형세가 산이 많고 물이 모이기 때문이다.……그러므로 동방의 의사들은 반드시 그 기운의 전적으로 하는 바와 질병이 씌우는 바를 이해한 이후에 증상에 따라서 약물을 배풀고 맥을 잡고 폄석과 자석을 사용한다면 비록 치료에 딱 맞아 떨어지지 않더라도 동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東方六氣論’이라고 제목붙인 의도는 위의 글에서 보듯 동쪽 방향에 위치한 조선의 풍토가 서남북을 가로막고 있는 중국과는 같지 않다는 논리이다. 특히 그 논리 체계는 방위의 차이가 풍토의 차이를 불러 일으켜 자생품들의 차이, 사람의 기질의 차이 등을 일으키므로 중국의학과 구별되는 별도의 치료방도를 찾아내야 한다는 이론을 기반한다.



조선땅에 살고 있는 백성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방위 차이의 논리를 정확하게 이해해서 그 방위로부터 갈라진 기운의 편차로 만들어진 백성들의 체질의 차이, 약물의 성질, 질병의 속성 등을 제대로 판정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



우리나라와 중국이 의학적으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일찍이 고려시대 ‘鄕藥醫學’에서부터 기원한다. 고려시대 전 시기 동안 숙성된 ‘鄕藥醫學’은 고려 말기 『鄕藥救急方』, 『鄕藥古方』, 『三和子鄕藥方』 등에 반영되어 이어졌고 조선 초기 세종년간에 이르면 『鄕藥集成方』(1433년 간행)으로 결실을 맺게 된다.



또한 고려말에 나온 『東人經驗方』도 ‘동쪽 사람이 경험한 처방’이라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한의학의 독자성을 말하는 것이다. 조선 중기에 이르면 『東醫寶鑑』이라는 의서가 나와 ‘東醫’라는 논리로 우리 의학의 독자성을 표방하게 된다.

趙廷俊의 ‘東方六氣論’은 그런 의미에서 고려시대부터 이어져 온 鄕藥論과 허준에 의해 숙성된 東醫論을 계승하여 완성한 의학적 독립선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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