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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01일 (금)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오히려 교육 방향·방식 변화 이끈 소중한 기회”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오히려 교육 방향·방식 변화 이끈 소중한 기회”

간결한 교육내용 전달 및 비대면 교육 활성화…한의학의 세계 진출에 ‘큰 도움’
한의학 체계 정립 아래 의학교육 연계…한의사 정체성 확보 및 임상능력 향상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이재동 학장

이재동.jpg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전국 11개 한의대·1개 한의전 학(원)장에게 한의학 교육의 현주소와 각 대학의 발전방향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호에서는 이재동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 및 한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한대협) 이사장으로부터 한의학 교육의 방향성 및 한대협이 진행한 교육과정 개편 관련 연구용역 결과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교육 현장에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갑작스러운 감염병의 유행으로 인해 모든 교육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오히려 이번 기회가 향후 교육 방향 및 방식의 변화의 필요성을 일깨워준 소중한 계기가 된 것 같다. 

 

우선 비대면 방식이다보니 교육내용을 압축해서 전달해야 한다는 인식이 심어졌으며, 하이테크놀로지와 결합된 다양한 비대면 강의방식도 개발·정착됨에 따라 오히려 강의의 질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게 됐다. 코로나 이후에도 대면·비대면 강의를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적절하게 혼용하고, 나아가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공간에서의 새로운 강의 방식 등을 도입한다면 더욱 질 높은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통의학의 선도국가로써 외국대학들의 강의 요청이 많이 들어오곤 하는데, 시간·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모든 요청을 수락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활성화된 비대면 강의방식으로 인해 이같은 한계가 극복됨으로써 앞으로 한국 한의학이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Q. 취임 이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이 교육과정 개편이었지만, 아직까지 최종적으로 완성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취임 전부터 교육과정 개편에 대한 큰 그림을 구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1년이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갖고 있었지만, 막상 일을 해보니 조율과정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100여차례의 회의를 통해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 이젠 막바지에 이르렀다. 아마 교육과정 개편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정착된다면 학장이라는 보직을 수행하면서 가장 큰 성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교육과정 개편의 진행경과는?

“최근 의학계의 교육 트랜드는 임상역량 중심, 수요자(학생) 중심이다. 우리 한의학 교육은 여기에 국내외 의학교육기준에 충족이라는 원칙을 하나 더 추가해 교육 개편을 추진했다. 교육과정 개편 과정 중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한의사가 왜 의학교육을 받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임상현장에서 KCD를 사용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인인 만큼 충실한 의학교육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한의대 교육의 큰 틀은 대략 임상 각과의 질환에 대한 교육을 시작하기 전인 본과 2학년 때까지는 최소한 한의학적인 진단과 치료, 예방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질병이 아닌 몸을 중심으로 인체를 진단·치료하는 한의학의 특성을 모두 교육해 적어도 환자를 보고 몸에 왜 그러한 증상들이 나타나는지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까지는 완료하는 것이다. 이후 본과 3학년 때부터는 정립된 한의학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양의학의 개념인 질병을 연계시킨 임상교육 진행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한의학’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채 양의학의 개념까지 배우는 것은 자칫하면 학생 자신이 무슨 학문을 배우고 있는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앞으로의 교육은 제대로 된 한의학의 체계 속에 양의학을 융합시켜 환자를 치료해 나간다면 질병 치료에 보다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것이 오히려 한의학의 올바른 정체성을 확립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이러한 정립된 교육의 방식은 수업시간을 줄일 수 있으며, 오히려 이 시간을 진단기기 활용 등에 대한 교육을 보다 강화해 나감으로써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위한 근거를 확립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Q. 대한한의사협회가 발주한 교육과정 개편 관련 연구용역을 한대협에서 수행했다.

“한대협에서 ‘한의학 영역별 학습목표 및 표준교육안 개발’이라는 제하의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이 연구의 핵심은 교육과정 개편의 모델 제시 및 표준교육안 개발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개편 모델에서는 임상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임상실습 시간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 제시와 함께 3가지 원칙과 6가지 기준 아래 각 과목의 조정 과정 및 모델, 중복강의의 조정 방안, 각 주차에 따라 교육해야 할 학습목표를 상(한의사로서 반드시 알아야 할 필수 지식 및 술기)-중(한의사로서 알아야 할 보통 지식 및 술기)으로 나눠 제시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와 함께 표준교육안 모델에서는 △한의학 입문 및 개요 △정상인체 △질병 △치료 및 예방 등의 카테고리를 만들어 이수체계도를 제시, 각 카테고리에서 교육돼야 할 기초한의학, 기초의학, 인문사회의학 등 과목들을 연계해 제시하게 된다.”

 

이재동1.jpg

 

Q. 특히 각 대학마다 임상실습시간 확대에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교육 틀 안에서 임상실습시간을 확대하는 것은 모든 대학이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한대협이 진행한 연구를 통해 임상실습은 병원에서만 해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한 방식의 임상실습 방안을 만들어 제안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기초와 임상을 연계하는 임상실습 방안을 만들기 위해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에서 오래 활동해온 김남일 전 경희한의대 학장에게 ‘인문사회의학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부탁드렸다. 앞으로 이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기초와 임상을 연계하는 다양한 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방제학과 한방병원 약제실을 연계해 실습하는 방안 및 재학생과 졸업생을 매칭시켜 실제 한의원 개원가에서의 임상실습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안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학생들이 졸업 후 사회에 대한 적응능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으로는 학부모협의회와 지역 보건소를 활용할 생각이다. 즉 다양한 직종을 가진 학부모들을 활용, 재학생들이 인턴 등의 활동을 통해 직접적인 사회활동을 함으로써 실제 사회적응능력을 높일 수 있는 또 다른 실습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며, 더불어 보건소에서의 보건행정업무에 대한 체험은 향후 한의의료기관 운영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기존의 임상실습의 틀을 깨고, 재학생들에게 보다 다양한 방식의 실습을 제공함으로써 임상역량을 갖춘 한의사의 양성에 매진코자 한다.”


Q. 강조하고 싶은 말은?

“교육과정 개편을 연구하면서 ‘표준변증진단법’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표준변증진단법은 국민들에게 한의학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인 만큼 연구기간 중 경희대 차원에서 진행해 보기도 했지만, 워낙 진단법이 다양하고 방대한 작업이라 결론을 맺지 못했다. 앞으로 각 대학은 물론 학회, 개원가 등 전 한의계 직역이 참여하는 연구가 진행돼 표준변증진단법이 도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한의과대학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다양한 개선방안이 도출되고 활용되면서 한의학교육에도 새로운 희망을 엿보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미래에도 변하지 않는 불변의 진리라고 생각한다. 한의대 교육과정 개선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도출돼 우리나라 국민은 물론 세계 인류의 질병 치료와 예방에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한의학의 미래를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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