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전국 11개 한의대·1개 한의전 학(원)장에게 한의학 교육의 현주소와 각 대학의 발전 방향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호에서는 유준상 상지한의대 학장에게 앞으로의 한의학교육 방향과 상지대 한의대 학사일정 운영 계획 등을 들어봤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올해 2월부터 상지대학교 학장을 맡은 유준상 교수다. 상지대학교 한의과대학 2기로 졸업하고 상지대 한방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 수련과정을 마친 후 사상체질과 전문의가 됐다. 이후 한의 군의관으로 3년을 보내고 동의대학교 한의대와 세명대 한의대 교수를 거쳐 2006년에 상지대학교로 다시 돌아와서 재직하고 있다.
Q. 지난해 학사일정 진행에 가장 어려웠던 점은?
지난해 1학기부터 시작된 코로나 사태로 1~2주마다 학사행정을 조정하는 모습을 봤다. 당시 보직을 맡고 있지 않았지만 전임 학장, 현재 학과장, 예과 학과장께서 수고를 많이 하셨다. 당시에는 온라인 수업이 주류를 이루었으며 주로 동영상 수업이 진행됐다. 그러다 2학기가 되면서 일방적인 방향의 수업에 한계가 있어 점차 동영상 수업과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시험이 가장 큰 문제였다. 시험을 온라인으로 치른다는 것은 거의 오픈북으로 시험을 보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학과장들은 휴대폰으로 시험 보는 학생 주위를 촬영하도록 하면서 컴퓨터로 시험을 보게 하고, 실시간으로 감독하는 형태를 취했다. 그래도 기발한(?) 방법으로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들이 있었고 이를 잡아내 유급을 주기도 했다.
Q. 백신 접종 등으로 코로나19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교육부에서 2학기부터는 초중고의 경우 대면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했고, 서울대 등 국립대도 대면 수업을 예고하고 있다. 상지대도 대면 수업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아마도 한의과대학의 경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전체 6개 학년 모두 대면 수업에 참여하리라 예상한다.
Q. 학장 취임 후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올 3월부터는 본과 3학년 외에 5개 학년이 대면 수업을 진행했다. 학과장들이 강의실을 배정하고 시간표를 조정해 최대한 대면 수업을 진행했으며 온라인과 대면 수업을 병행한 과목도 일부 있다. 또한 온라인의 경우에도 최대한 실시간 온라인수업을 진행해 동영상 수업의 단점을 보완하려고 했다.
이번 여름방학 동안 교육과정 혁신위원회 회의를 거의 매주 시행해 교육과정을 실기, 실습 위주로 바꾸고 이론수업을 줄이며 학년별 연계과정, 양방과목 확충, 선택과목 증대 등을 목표로 바꾸어 나가도록 하고자 한다.
실험 실습비를 사용해 실물 크기의 화면에 해부 이미지를 볼 수 있고, 터치와 조작을 통해 얕은 층부터 깊은 층까지 실제 해부를 하듯이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매해 실제 해부학 실습과 화면을 이용한 실습을 병행하고자 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조별로 쉽게 해부학을 공부할 수 있게 하고, 관련 과목도 해부학에서 침구학·경혈학·재활의학·안이비인후피부과학 등 다양한 과목들이 이 시스템을 이용하리라 생각한다.
현재 1학기에 토요일을 이용해 표준화 모의환자를 대상으로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임상술기시험(CPX)을 실시했다. 2학기에도 몇 종의 CPX를 추가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상지대학교 직제규정을 개정해 한의학교육실을 신설했고, 곧 운영규정을 만들어서 그동안 학과장이 관여하던 많은 부분을 한의학교육실에서 일관성 있게 진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방제학 실습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서도 준비하고 있다. 현대 학생들에게 적합한 방제학 실습 부분이 무엇일지를 고민하면서 기자재를 보강하고 있다.
Q. 한의학 교육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방향은?
한의학교육평가원의 평가를 통해서 인증평가를 통과하기 위해서 그동안 많은 것이 바뀐 것은 사실이다. 다만 내부적인 고민과 합의를 바탕으로 했는지는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PBL, TBL, OSCE, CPX 등 다양한 방법을 적용해 학생들이 이론수업에서 실제 해 볼 수 있는 수업을 구현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다만 기존의 서양의학 교육에서 했던 것을 처음에는 따라가겠지만, 한의학 고유의 진단방법을 체계화하고 진찰과 술기를 하는 부분들이 채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환자 사례를 보면서 서로 토론하고 적절한 치료방법을 찾는 가운데에서 좀 더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한다. 한의과대학은 한의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되어야 하는데 한의사 반, 양의사 반으로 섞여 있는 한의사를 양성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서양의학이나 관련 의학지식을 배우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디까지나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를 하기 위한 것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본다.
Q. 남기고 싶은 말은?
코로나 상황으로 대면 수업이 줄어서 학생들의 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면서 평생학습으로 이어지게 할지가 고민이다. 한의학에는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많은 것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