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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5일 (월)

모두가 고군분투, 2023년은 한의약 도약의 해

모두가 고군분투, 2023년은 한의약 도약의 해

한의학 웰빙 & 웰다잉 20
“누군가의 피땀으로 하나씩 변화되고 있는 지금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수혜’라고 느끼는 분위기가 더 커지길”

김은혜 (1).jpg


김은혜 경희대학교 산단 연구원

(전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임상교수)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경희대 산단 연구원의 글을 소개한다.


첩약(한약)의 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2단계 시범사업이 시작되는 날짜가, 어느새 3개월 앞으로 훌쩍 다가왔다. ‘첩약’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파우치 한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해당 사업이 진행되기까지 내부적으로는 많은 변화와 의견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첩약의 제도권 확장을 위한 한 단계의 도약이 시작된 것은 분명하다. 또한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의료시스템의 작은 변화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올 4월부터 진행될 예정인 첩약보험 2단계 시범사업의 대상 질환은 안면마비, 월경통, 65세 이상 중 뇌혈관질환 후유증, 요추추간판탈출증(소위 ‘허리 디스크’라 부르는 것), 알레르기 비염, 기능성 소화불량 등 총 6개 질환이다. 

안면마비는 벨마비뿐만 아니라 대상포진 바이러스로 인한 증상도 포함된다. 또한 기능성 소화불량의 경우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소화불량을 호소하면서 복부 초음파, 혈액검사, 내시경 검사, 잠혈 검사 등을 통해 기질적인 병변은 배제되었을 때 진단된다. 

소화불량 증상이 시작된 이후에 시행된 관련 검사에서 증상과 연관된 구조적인 이상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어야 하므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의향이 있을 때 본인의 과거 검사 이력에 관한 내용도 의료진에게 함께 말한다면 더욱 정확한 진료가 가능하다. 


첩약 시범사업 질환, 내원 질환 중 높은 순위


그러나 아주 구체적인 검사 결과들을 기억하지 못 하더라도, 사업에 선정된 질환 모두 한의의료기관에 방문하는 질환군 중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증상들이기에 우선은 적극적으로 문의부터 해보시라 말하고 싶다. 

1인당 1년에 2가지의 질환으로, 질환별 10일분씩 총 2회 첩약 처방을 받을 수 있으며, 동네 한의원뿐만 아니라 한방병원 및 한의 진료를 운영하고 있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본인부담률의 경우 한의원은 30%, 한방병원·한방과를 운영하는 병원은 40%이므로 평소 한의의료기관의 내원 경험이 있었다거나, 난임 등의 선행 사업을 통해 유사한 진료를 받은 적이 있거나, 혹은 지인의 경험을 들어본 적이 있는 누구나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해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여전히 혹자는 첩약에 대해서 깊은 신뢰는 하기 어렵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으로 앞서 기술한 사업에 참여하기를 멈칫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무 포털 사이트를 열어서 ‘천연물 신약 매출’을 검색해 보았으면 한다. 

 

김은혜교수님2.jpg


한 예로 SK케미칼이 2002년에 출시하여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조인스정(제품명)은 2022년 자료에 따르면 누적 매출액이 5434억 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약학정보원에 따르면 조인스정의 성분은 위령선, 괄루근, 하고초이며 골관절증(퇴행관절질환), 류마티스관절염의 증상 완화를 위해 사용하는 경구용 약물이다. 


안전성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 가질 필요 없어


성분에 포함되어 있는 세 가지 한약재 모두, 한의의료기관에서 관절염이나 디스크로 발생하는 만성적인 염증을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인 약들이나 현재 ‘조인스정’ 자체는 한의의료기관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아마 가족이나 지인 중에 관절염 증상이 있으셨던 어르신이 있다면 해당 약을 병원이나 약국에서 많이 접해보았을 것이다. 


비슷한 제품으로 ‘신바로정’도 있으며 이 또한 골관절염이나 관절의 통증에 많이 사용하고. 성분은 오가피(가시오가피), 우슬, 방풍, 두충, 구척, 흑두이다. 

이 외에도 조인스, 신바로 다음으로 골관절 증상에 자주 사용되는 레일라정(당귀, 모과, 방풍, 속단, 오가피, 우슬, 위령선, 육계, 진료, 천궁, 천모, 홍화), 만성 위염 증상에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스티렌정(애엽; 쑥), 소화불량 증상 또는 복용 약물이 많을 때 발생할 부작용을 예방하고자 처방되는 모티리톤정(현호색, 견우자), 만성 기침에 사용되는 시럽제인 시네츄라(황련 및 아이비(Ivy) 잎), 기관지염에 사용되는 브론패스정(숙지황, 목단피, 오미자, 천문동, 황금, 행인, 백부근) 모두 의약품으로 허가되어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등재된 약들이다. 


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인후에 염증성 불편감이 느껴질 때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는 용각산 역시 행인, 길경, 감초 등의 한약재로 이뤄져 있다. 각 약들에 대해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기술한 경향이 있을 수 있지만, 그만큼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안전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이번 사업의 참여를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지금의 실태가 전달됐으면 한다.


인상 깊게 읽었던 한 책에서, 도약을 위한 첫걸음을 뗀 뒤, 고군분투하면서 이제야 겨우 계단 하나를 올라갔다 싶은 결과물을 제 눈으로 보기 위해서는 10년이라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글을 본 적 있다. 하지만 만약 내 발이 ‘아차’ 싶은 곳을 디뎠으나 수습하지 않고 10년을 흘려보내면 이미 낭떠러지의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누군가의 피땀으로 하나씩 변화 중


어떻게 보면 잔인한 현실을 말한 것일 수도 있으나, 그 책에서는 ‘어쩌면 현실의 가장 높은 곳은 고작 계단 몇 개의 높이 일지도 모른다’고 마무리 했다. 

2023년은 지난 10년간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가 합심돼 마침내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던 해였던 것 같다. 

 

 

누군가는 ‘이제야’, ‘겨우’ 따위의 말로 비판을 빙자한 평가질을 하겠지만, ‘도약’이라는 평가 또한 가장 많이 나왔던 해였음을 고려하면 자연스럽게 앞으로의 10년이 기대되는 것이 사실이다. 누군가의 피땀으로 하나씩 변화되고 있는 지금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수혜’라고 느끼는 분위기가 더 커지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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