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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5일 (월)

“학술대상 수상을 계기로 중꺾마 정신 재무장”

“학술대상 수상을 계기로 중꺾마 정신 재무장”

김선광 교수, 대한한의학회 학술대상 금상 수상

[한의신문=주헤지 기자]본란에서는 제22회 대한한의학회 학술대상에서 ‘Development of a spontaneous pain indicator based on brain cellular calcium using deep learning’ 연구로 금상을 수상한 김선광 경희대학교 교수를 만나 수상 소감과 연구 과정, 앞으로의 포부 등을 들어봤다. 
김선광 교수는 경희대 한의대 졸업 이후 2008년 침 전통 개인차의 뇌신경 기전 연구로 한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심화 뇌신경 이미징 연구를 위해 일본 국립생리학연구소에서 4년간 유학을 했다. 
2012년 경희대 한의대 생리학교실에 조교수로 임용된 후 강의와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으며, 현재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생리학교실 주임교수·경희대학교 대학원 기초한의과학과 및 동서의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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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광 교수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Q. 수상 소감은 어떠신지요?
 
A. 정말 큰 상을 받게 돼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대학원 조교 시절부터 앞만 보고 열심히 연구에 매진한 결과를 심사위원회에서 잘 봐주신 것 같습니다. 작년에 제가 연구책임자로 선정된 연구재단 한의디지털융합과제의 예산이 올해 80%나 삭감돼 연구 의욕이 저하된 상태였는데, 대한한의학회 학술대상 금상 수상을 계기로 소위 ‘중꺾마’ 정신으로 재무장하게 됐습니다. 이번 금상 수상 논문을 게재하는 데 기여한 모든 대학원생, 연구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Q. 이번 연구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지요?
 
A. 최신 현미경 기술인 ‘생체 내 이광자 칼슘 이미징(In vivo two-photon calcium imaging)’ 기법을 활용해 깨어있는 생쥐의 대뇌피질에서 수백 개의 신경세포 칼슘 활동을 동시에 기록하고, ‘AI-bRNN’으로 명명한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이를 분석해 생쥐가 언제, 얼마나 아픈지를 실시간 정량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뉴로이미징-딥러닝 융합기술을 기존 진통제의 효능평가에 적용한 결과, 임상에서 나타나는 결과와 가장 유사하게 나타남을 확인했습니다.
 
김선광_ 뇌신경 활동의 딥러닝 알고리즘 적용을 통한 실시간 통증 측정 예.png
뇌신경 활동의 딥러닝 알고리즘 적용을 통한 실시간 통증 측정 예

 

 
Q. 연구를 시작하신 계기 및 과정은 어떠하셨는지요?
 
A. 만성 통증은 전 세계 인구의 10~20%가 앓고 있는 난치성 질환입니다. 만성 통증 환자의 약 10%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별다른 외부 자극 없이 통증이 간헐적 또는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자발통(Spontaneous pain)’은 만성 통증의 가장 중요한 임상적 문제이지만, 외부 자극으로 발생하는 ‘유발통(Evoked pain)’에 비해 진단과 치료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동안 만성 통증 동물 모델을 이용한 전임상(Preclinical) 시험에서 진통제 신약 개발을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됐습니다만, 대부분 임상시험에서는 실패해 여전히 오래전 개발된 마약성 진통제나 항전간제, 항우울제 등이 처방되고 있습니다. 이런 약물들은 효과가 미약하거나 중독 및 부작용 등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킵니다. 
 
비마약성 진통제의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수많은 신약이 임상시험에서 실패했던 이유 중 하나는, 중요한 임상적 문제인 자발통이 아니라 외부 자극에 의한 유발통에 대해서만 전임상 효능평가가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전임상 동물 모델로 많이 활용되는 생쥐는 말로 통증 정도를 표현할 수 없어, 자발통을 객관적·정량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생쥐의 만성 자발통 지표 개발은 전 세계 통증 연구자들의 숙원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딥러닝을 도입한 이후 바뀐 연구 성과는 무엇인지요?
 
A. 연구를 하는 데 거의 6년 소요됐습니다. 처음에는 마취 상태에서 생쥐의 뇌신경 칼슘활동을 측정했더니 기본적인 신경활동 패턴이 마취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여, 마취를 하지 않고 깨어 있는 상태에서 뇌신경 칼슘활동을 측정하는 것으로 변경했습니다. 어려운 실험 방법이라 세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또 다른 문제가 통증이 없는 대조군 생쥐도 움직임에 의한 뇌신경 칼슘활동이 나타나기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 분석하는 것으로는 통증을 판정할 수 없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 시작 4년차쯤부터 딥러닝을 적용하기 시작했고, 본 논문의 공동 1저자 중 윤희라 박사는 이미징 실험을, 박명성 박사는 딥러닝 분석을 각각 전담해 연구를 거듭한 끝에 실시간으로 자발통을 측정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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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척수액 순환 촉진 혈위자극 신기술 개념도

 

Q. 현재는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지요?
 
A. 최근 몇 년간 집중하고 있는 타 연구 주제는 뇌척수액 순환을 촉진해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β), 타우(Tau) 같은 독소들을 제거함으로써 치매(Dementia)를 치료하는 ‘뇌 청소(Brain waste clearance)’ 혈위자극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동의보감의 신형장부도(身形藏府圖)에서는 척추를 위에서부터 옥침관(玉枕關), 녹로관(轆轤關), 미려관(尾閭關)으로 표시해, 이 삼관(三關)을 ‘정기(精氣)’가 오르내리고 드나드는 통로로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뇌(髓海腦)는 정기(精氣≒뇌척수액)의 오르내림을 통해 정신활동을 정상적으로 유지한다고 보았던 것으로, 한의생리학적으로 뇌척수액의 순환이 뇌 기능 유지에 주요한 기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비침습적(침 미삽입) 혈위자극 기술을 개발해 테스트하고 있으며, 이미 본 연구팀에서 개발한 웨어러블 이침 혈위 전기자극기기를 통해 뇌척수액 순환을 촉진해 혈관성 치매 동물모델에서 인지기능이 회복됨을 논문으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광, 초음파, 자기장 등 여러 자극 모달리티를 활용해 비침습적 혈위자극 기기를 개발 중인데, 일부 혈위자극 방법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고 있습니다. 제 연구실 소속 한의사 대학원생들이 주도하고 있는데, 앞으로 한의학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함께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A. 대학원 조교 시절에 열심히 실험하고 논문 쓰면서 보람을 많이 느꼈지만, 외국의 타 연구자들이 5∼10년 전 이미 밝혀놓은 연구 결과들을 따라가는 데 급급하다는 아쉬움도 항상 있었습니다. 그래서 4년간의 일본 유학과 1년간의 프랑스 연구년을 통해 최첨단 연구방법을 도입했고,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번 한의학회 학술대상 금상 수상 논문을 시작으로, 이제부터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는 혁신적인 연구를 선도해 나가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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