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연구원
[한의신문=강현구 기자] 정혜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연구원은 한의약에 대한 친밀도 제고를 위해 어린이들이 자칫 무서워할 수 있는 한의원의 진료 도구를 바다생물로 캐릭터화한 동화책 ‘하나도 안 무서워’를 발간했다.
이번 도서는 지난해 공모한 ‘2024 대한한의사협회 소아청소년을 위한 서적 출판 지원’ 대상작으로 선정돼 ‘도서출판 KMD’를 통해 간행됐다. 본란에서는 저자이자 한의약 정책 연구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정혜인 연구원을 통해 한의약의 대중화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Q. 현재 한의약 관련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2021년 우석대학교를 졸업하고, 석·박사를 연이어 밟고 있으며, 올해로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박사과정 2년차다.
한의사 과학자로 진로를 선택한 후 한국한의약진흥원, 보건복지부와 함께 지역사회에서 고령화 인구에 대한 보건복지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에 한의약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정책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최근에는 대한예방한의학회지를 통해 ‘한의약육성법의 함의 및 발전방향’,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한의사 인식도 조사’, ‘의료인 업무범위 관련 법률 고찰’ 논문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정책 관련 연구를 진행하면서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Q. ‘하나도 안 무서워’는 어떤 내용인가?
한의원에 처음 간 주인공 ‘새싹이’가 침과 뜸을 처음 마주하게 된다. 낯선 것들에 놀라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늘 들고 다니는 고래 인형에게 이끌려 꿈속 바다를 여행하게 된다.
바다 한의원에서 만난 다양한 바다 생물들에게 진료를 받고,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다음날 다시 찾아간 한의원에서는 진료 시 바다 생물들이 정령처럼 나타나 금세 마음의 안정을 찾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 이상 한의원이 무섭지 않고, 친숙한 곳으로 인식하는 이야기로, 제목도 ‘하나도 안 무서워’로 지었다. 어린이 대상 동화책이라 줄거리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삽화에 힘을 많이 쏟은 책이다.
Q. 집필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한의신문에 게재된 기사를 통해 대한한의사협회에서 매년 소아청소년을 위한 서적 출판 지원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친한 고등학교 친구이자 예전부터 일러스트와 동화책에 관심이 많았던 이승지 작가가 떠올랐다. 바로 연락해 공모전에 나가보자고 제안했고, 지난해 6월부터 스토리, 캐릭터, 표지 디자인 등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Q. 이번 작품의 모티브는 어디서 얻었나?
삽화가인 이 작가가 가장 좋아하고, 자신 있는 소재가 바다였으므로 이를 주제로 한 한의약 관련 동화를 쓰고자 했다.
이에 자연스럽게 침, 부항, 뜸 등을 대표할 바다 생물들이 떠올랐고, 침은 성게로, 부항은 문어로 표현하는 등 하나하나 특징을 살려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스토리 구상은 어렵지 않았지만 세부적인 대사를 다듬는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이 과정에서 다른 동화책들도 많이 참고했다. 주말마다 도서관에 가서 동화책을 수십권씩 봤던 것 같다.
Q. 작업은 어떻게 진행해 왔나?
근무시간이 있어서 퇴근 후 시간을 이용하거나 주말에 따로 시간을 내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간단한 건은 ZOOM을 통해 소통하기도 했다.
초반에는 러프한 스토리를 함께 스토리보드로 만들었다. 들어갈 대사나 상황, 간단한 그림 구성을 짜두면 삽화 작가가 수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스토리보드가 확정된 이후에는 밑그림을 그리고, 세부적인 디테일을 같이 잡아 나갔다.
‘침이나 뜸은 어떤 모양으로 그려지면 좋을지’, ‘한의원 내부는 어떤 모습일지’ 등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동화책이지만 사소한 부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꼼꼼하게 작업했던 것 같다.
이후 나온 스케치와 대사를 합쳐 손바닥만 한 책으로 만들었다. 이는 피드백을 수월히 받기 위해서였는데, 화면보다는 인쇄된 실물을 보여주니 훨씬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보름 동안 가족 등을 포함한 주변인들에게 보여주며 의견을 모아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반영했다.
스케치와 대사가 확정된 이후에는 그림을 색칠하기 시작했다. 큰 색감 덩어리들을 먼저 칠해두면 삽화 작가가 섬세하게 색을 조정하고, 배경까지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 무렵 한의협 소아청소년위원회에서 대상작에 선정됐다는 기쁜 소식을 받을 수 있었다. 계약서 작성에 힘입어 나머지 일러스트 작업을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좌측부터 이승지 작가, 정혜인 연구원
Q. 삽화 작가는 어떤 분인가?
삽화를 담당한 이 작가는 제 고등학교 동창이자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학생들과 그림 관련 활동을 많이 해오고 있다.
지속적으로 재봉틀 모임도 가져왔던 친한 친구로, 지난 2년간 담당 학급 마스코트 캐릭터를 함께 인형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책 제작으로 많이 바빠 요즘에는 업로드를 많이 못 하고 있지만 평소 그의 말랑말랑한 그림체로 ‘숭어(tiny._.things_)’라는 인스타툰(Instatoon)도 연재하고 있는 능력자다.
▲삽화가 이승지 작가의 작품들(학급 마스코트 인형 및 인스타그램 계정)
Q. 나에게 한의약이란?
한의약은 내 창작활동의 근간이다. 창작을 좋아해 다양한 주제로 많은 시도를 해봤는데 결국 내가 가장 잘 알고, 자신 있는 건 한의약이었다.
앞으로는 한의약이 대중들에게 최대한 많이 접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젊은 층으로 갈수록 한의원에 못 와본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를 통해 홍보하다 보면 호기심이 생겨서라도 와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도구로 한의약을 풀어내 볼 계획이다.
Q. 그외 강조하고 싶은 말은?
이번 간행은 한의협과 소아청소년위원회가 없었다면 시작하지 못했을 프로젝트다.
물심양면 지원 덕택에 작업에 힘을 얻을 수 있었고,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한다.
좋은 취지의 협회 사업인 만큼 더 많은 회원들에게 홍보하고, 다양한 시선의 다채로운 작품들이 많이 배출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