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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01일 (금)

“발걸음 멈추게 한 첫 야생화, 꽃뿌리가 ‘태자삼’이었죠”

“발걸음 멈추게 한 첫 야생화, 꽃뿌리가 ‘태자삼’이었죠”

등산은 ‘실패 없는 일’…가족과 마라톤 참여해 화합 다져
나대운 가온경희한의원장

나대운1.jpg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등산, 야생화, 사진 촬영 등 다방면의 취미를 가진 나대운 가온경희한의원장에게 각각의 취미를 갖게 된 이유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등을 들어봤다. 가천대 한의대 외래교수 등을 역임하고 현재 체형사상학회장을 맡고 있는 나 원장은 ‘프란쯔’라는 닉네임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야생화, 지리, 등산 등 관심사를 업로드하고 있다.


Q. 닉네임 ‘프란쯔’는 어떤 뜻인가?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프란쯔 페터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를 좋아해서 지은 이름이다.


Q. 야생화에 관심갖게 된 계기는?

대학 다닐때부터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가 산에서 산악자전거(MTB)를 타면서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30대 시절에는 당시 유명한 MTB 사이트 ‘와일드바이크’의 사진 소모임인 ‘와일드앵글’에서 방장도 하면서 자전거도 타고 사진도 찍곤 했었다. 다만 MTB로는 산의 정상까지 오르기가 어려워서 점차 등산과 병행하게 됐다.

 

똑같은 산을 왜 자주 오르냐고도 하는데 산과 길의 색깔이 사시사철 다름을 안다면 같은 산이 똑같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산의 다름을 알게 해 주는 것이 바로 나무와 풀이었고 자연스럽게 산과 들에 피는 꽃들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운동을 위해서는 빠른 걸음으로 산의 정상을 향해 숨돌릴 틈 없이 오르곤 했던 산이 야생화를 보기 위해서는 아주 느린 걸음이 필요해서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은 너무나 흔해서 그냥 스쳐 지나가는 ‘개별꽃’이 산에서 처음 마주친 야생화였는데 꽃도 예쁘지만 그 꽃의 뿌리가 ‘태자삼’이라는 한약재라는 걸 알고는 더욱 관심이 가게 됐다.


Q. 사상체질의학과 야생화, 약초 등의 효능을 접목한 포스팅이 흥미롭다.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태자삼’이 나오지 않지만 다양한 야생화 관련 책과 약초도감을 보면서 흔히 한의사가 쓰는 약초뿐만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약초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등산을 하러 가는 동네에 심어져 있는 자두나무, 살구나무, 복숭아나무가 새삼스럽게 보이고, 소설 <은교>에 나오는 쇠별꽃이 ‘아, 이거구나’ 하면서 새로운 즐거움이 늘어났다.

 

본격적으로 전국에 있는 식물원과 수목원을 다 방문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시간날때 틈틈이 다니다보니 새롭게 만들어진 곳을 빼고는 거의 다 가본 듯 하다. 약초원에 조성되어 있는 약초와 등산하면서 찍은 야생화를 찍으면서 내가 찍은 사진으로 사상체질의학과 야생화를 일반인이 알기 쉽게 블로그 포스팅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글을 쓰기도 했었다.

 

나대운3.jpg

 

Q. 전국 지자체의 형태를 그림에 빗대 표현한 포스팅도 눈에 띈다.

산을 오르는 일은 실패가 없다. 오르는 그 자체는 심폐운동이 되고 지구력과 근력을 길러주는 일이고, 오르는 길에서 보이는 야생화는 잠시 숨돌릴 틈을 주고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서 좋다. 정상이나 전망대에 오르면 발 아래 보이는 자연과 도시의 모습이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다가선다. 셋 중 하나만 건져도 성공이다.

 

도시근교 산에 오르면 뷰를 설명해 주는 간단한 안내판이 있지만 평소 지리와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눈에 보이는 길과 다리, 건물 들을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 사진을 자세히 찍고 돌아와서는 해당 지역의 지명과 아파트 등에 이름표를 붙이는 작업을 하고 해당 지역의 역사와 변천에 대한 글과 함께 만든 사진자료를 ‘프란쯔여지도’라는 이름으로 포스팅을 하기도 했다.

 

의외로 좋아하는 분들도 많고 반응도 좋았다. 특히 청계산에 올라 몇 년간에 걸쳐 과천의 변화를 사진으로 찍고 과천이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과 현재의 상태를 쓴 글은 과천시민인 분들도 배우는게 많다고 들어서 특히나 기억에 남는다.

 

서울 25개구의 모양을 쉽게 기억하게 이미지화 시켜 보기도 하고, 다른 지자체의 모양도 그렇게 해 보니 지리와 역사 공부가 한결 쉬워졌다. 

 

나대운4.JPG

 

Q. 최근 새롭게 흥미를 갖게 된 취미는?

40대에 들어서면서 MTB, 등산보다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코로나가 있기 전까지는 매년 10km, 하프 마라톤 등을 자주 했다. 1년에 1회 춘천마라톤 풀코스를 뛰었고 3회 완주하기도 했다. 가족들과도 가끔 10km 마라톤 대회에 나가서 가족화합도 다지곤한다.


Q. 한의원 경영과 취미 병행이 어렵지 않는가?

운동과 취미는 삶을 살아가는 또다른 활력소가 되기 때문에 진료시간에는 환자들에게 더 집중할 에너지를 준다. 쉬는 날 집에 있기보다는 가까운 곳이라도 나가게 되고 길가나 물가, 산에 핀 꽃과 나무를 설명해 주고 같이 알아나가는 일이 즐겁다.


Q. 누구나 즐기는 취미가 있으면 좋을 듯 싶다.

대회에서 상을 탈 정도로 MTB를 잘 타던 연세 많은 분의 말씀이 기억난다.

 

자전거를 대충 타면서 경치구경하는게 더 좋지 않느냐는 말에, ‘자전거를 잘 타게 되면 경치가 더 잘 보인다’는 말씀이었다. 취미를 가지려 해도 체력이 필요하니 운동과 늘 병행하시기를 바란다.


Q.남기고 싶은 말은?

누군가는 등산, 마라톤, 야생화, 출사 등 여러 가지를 하는게 힘들지 않냐고도 묻는데 사실은 산이 좋아서 꽃이 좋아서 즐거운 것 같다.

 

무엇을 하든 본인이 재미난 일을 하는 게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삶이지 않을까 한다.

 

나대운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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