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매주 수요일 저녁, 축구에 진심인 대한민국 레전드 여자 태극전사들 그리고 여자연예인들로 구성된 축구팀이 안방극장을 달구고 있다. SBS 예능스포츠 프로그램 ‘골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이 그 주인공이다. 그녀들의 건강과 부상을 방지해주기 위해 ‘한의사 전담 주치의’가 합류했다.
전담 주치의 역할을 맡은 박호영 원장(경희궁전한의원)은 “출연자들도 처음 하는 운동이다 보니 짧은 시간 동안 강도 높은 연습량으로 인해 미세한 근육 파열, 염좌 질환 등에 시달리고 있어 한의치료를 실시하고 있다”며 “방송을 통해 한의사도 스포츠 분야 등에서 활약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부름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박 원장으로부터 ‘골때녀’ 비하인드 스토리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Q. SBS 예능스포츠 프로그램 ‘골때녀’에서 전담 주치의로 합류했다.
이전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팀닥터 제의를 여러 차례 받은 적 있다. 실제 뮤지컬과 주짓수 대회 등에서 팀닥터를 역임하기도 했고, 팀닥터 활동으로 맺어진 엔터테인먼트 대표와의 인연으로 이번에는 ‘골때녀’라는 예능스포츠 프로그램 팀닥터 제의를 받게 된 것이다.
이에 프로그램 PD, 작가 분들에게 ‘한의사 팀닥터’ 제안서를 PPT로 만들어 보내드렸고, 작가 회의를 거쳐 연습경기부터 전담 주치의로 참여하게 됐다. 골때녀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참여하는 인원들이 확장함에 따라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내 의지와 방송 관계자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좋은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Q. 진료와 프로그램의 병행이 힘들지 않은가?
골때녀를 시청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약 50명이 넘는 유명한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촬영을 시작한다. 이렇게 많은 유명인이 한 자리에 같은 시간에 모이는 것이 쉽지 않다보니 날짜를 정하고, 하루를 통째로 빌려 촬영에 돌입한다. 주말에 촬영을 하게 되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촬영이 평일 아침 7시부터 늦게는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진행됐다.
환자 분들에게 가장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일일이 연락을 드려 양해를 구하고, 조그마한 선물을 드렸더니 이해해주시더라. 오히려 환자분들께서 무더운 날씨에 장시간 진행돼야 하는 촬영으로 인해 나를 걱정해주고, 격려해줘 마음이 따뜻해졌다.
Q. 프로그램에서 가장 기억나는 연예인은?
아무래도 스포츠 경기를 다루다보니 긴박한 시간들의 연속으로 연예인들과 교류할 기회가 없었다. 가수 신효범 씨가 한약에 많은 흥미를 보였다. 팀으로 봤을 땐 키가 크고 얼굴이 작은 모델팀이 튀었다.
예전에 방송에서 만났던 수근이 형과 한의원을 방문해주는 외국연예인 친구들까지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지만 카메라가 꺼지는 순간까지 대회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에는 나가지 않았지만 연예인 분들에게 한약을 선물해주면 좋을 것 같아 밤을 새워 직원들과 정성스레 포장을 했다. 한약을 받은 연예인 분들이 좋아하시는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Q. 체질적 성향이 스포츠에 드러나는가?
소양인의 경우 성격이 화끈하고 폭발적이나 체력적으로 뒷심이 약하고, 태음인은 힘이 있고, 꾸준함, 묵직함이 드러나더라. 사오리의 경우 폭발적인 힘은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으나 꼼꼼한 부분이 있다. 이는 소음인의 특징으로 남들보다 더 정확하고 세밀하게 패스를 하는 사오리의 성향과 유사하다.
Q. 타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노출이 적다.
내가 미디어에 노출이 돼 나 자신도 알리면서 한의원도 홍보가 되면 좋겠지만 전담 주치의로 합류하게 된 근본적인 목적은 한의사도 스포츠 분야에서 팀닥터로서 할 수 있는 영역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고, 한의계 전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가령 응급상황에 있어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영역들, 급성으로 뼈를 맞추고 테이핑을 하고, 침을 놓기도 하며 근육이완과 기력회복에 필요한 한약을 사용하는 등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한의사들도 팀닥터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방송관계자들에게 심어준다면 더 많은 교류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연예인들의 입소문이 파급효과는 크겠지만 실제 촬영에 참여한 100명이 넘는 스탭들이 실질적으로 한의학의 미래 소비자라 판단했고, 밤새 준비했던 한약을 드리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던 게 기억이 남는다.
Q. 스포츠, 방송 등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초·중학교 시절 야구를 했었다. 선수출신으로 대만에서 열리는 대회에도 참가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격렬한 스포츠를 통해 흘리는 땀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 같다.
방송에도 관심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방송의 분위기, 방송에서 발산되는 바이브가 나와 잘 맞는 것처럼 느껴진다. 학창시절에도 같은 계열의 친구들보다 연극영화과나 음대 친구들과의 교류가 많았었다. 특히 대학원생 때는 단역을 제안 받기도 했다.
단순히 스포츠와 방송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취미의 영역이다. 취미의 영역에서도 한의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면 나에게도 한의계에도 윈윈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의치료가 국민들에게 친숙해지기 위해서는 대중적인 관심과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 좋은 약재, 훌륭한 논문들도 중요하지만 좋은 재료들이 잘 팔리려면 훌륭한 마케팅을 쓰는 것도 필요하다. 봉사활동, 지역사회 지원사업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지만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방송이라는 필드다. ‘골때녀’ 전담 주치의로 지원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통해 대중들이 한의사의 활동을 볼 수 있고, 한의계가 다양한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음을 인지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탄이 쏘아지길 기대한다.
Q. 남기고 싶은 말은?
한의사가 갖고 있는 능력이 무궁무진하다. 치료적인 면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200%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똑똑한 의료인이다. 직업의 전체적인 면면을 살펴봤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왕 한의사로 살아가면서 갖고 있는 능력을 발휘하고 싶다. 내가 갖고 있는 장점, 다른 직역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한의학을 알릴 수 있는 역할을 앞으로도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한의학이 주류 의학이 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