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한방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방검사실은 한의학의 한 분야인 ‘생기능의학(biofunctional medicine) 검사’를 담당하는 부서다.
흔히들 한의학은 진찰·진단 과정을 한의사의 주관적 관찰에 의해서만 진행된다고 생각하지만, 현대 한의학에서는 생기능의학 검사 도구를 활용해 객관적이고 정량화된 데이터를 진찰과 진단에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한방검사실에서는 △자율신경검사(수양명경경락기능검사, 양도락 검사) △맥전도검사 △경피온열검사 등을 통해 과학적이고 통합적인 한의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한방검사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검사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자율신경검사 중 ‘수양명경경락기능검사(심박변이도검사)’는 사지말단에서 심장박동을 측정해 심박변이도를 측정하고, 이를 통해 자율신경기능을 평가하는 검사다.
심박변이도는 일반적으로 연속한 심박의 변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 몸의 자율신경은 신체 다양한 장기에 영향을 줘 인체 내부와 외부 환경 변화에 즉시, 혹은 서서히 대처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심장은 여러 신체조건의 변화와 주위 환경에 대응해 비교적 규칙적이며 조율성을 가지고 박동하는데, 바로 이 심장박동의 조절에 자율신경계가 관여한다. 검사시간은 약 20분이 소요되며, 일정 기간 안정 후 전극을 사지 말단에 부착한 후 5분간 심장박동을 측정해 심박변이도 지표(parameter)를 계산한다.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교수(한방검사실장·사진)는 “통상 신체 및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능력이 좋을수록 심박변이도는 크게 측정되고 대응능력이 저하될수록 심박변이도는 저하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며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기능 및 균형 정도, 육체적 스트레스나 정신적 스트레스, 신체 내·외부 환경에 대한 인체의 적응 정도,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성 등을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율신경검사 중 ‘양도락’은 피부통전저항이 작은 양도점에서 전류량을 측정하는 검사로, 여기서 양도락이란 양도점을 연결해 만든 가상의 선이다. 양도점은 인체에서 전기가 잘 흐르는 점을 의미하며, 인체에 전류를 흐르게 하면 피부의 통전저항에 반비례해 전류량이 나타나게 된다.
양도점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피부 통전저항은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이 담당하는 기능이므로, 양도락 검사의 결과는 교감신경기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내장에 이상이 있으면 신체의 체표에 반사현상이 나타나며, 내장의 변화가 시시각각 체표 신경 상에 반영돼 그 변화를 알면 역으로 내장의 상태를 알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 양도락 검사를 활용하게 된다.
권 교수는 “양도락은 우리 신체에 좌우 총 24개가 분포하고 있으며 주로 좌우 손목과 발목관절에 위치한 경혈점(양도점)에서 전류량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교감신경의 기능과 균형을 평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맥전도검사(맥진검사)는 기존에 한의사의 주관적 감각에만 의존하던 진맥을 요골동맥의 맥파(pulse wave)를 측정하는 센서를 활용해 객관적으로 재현함으로써 맥의 높낮이, 굵기, 길이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검사시스템이다. 권 교수는 “맥진을 통해 체내 에너지(기혈)의 부족 여부, 노폐물(담음, 어혈)의 과잉정도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한의사가 진 시 참고할 수 있는 객관적 데이터를 제공하는 검사로, 한의치료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언급했다.
또 경피온열검사(적외선체열검사)는 체표에서 방사되는 적외선 신호를 통해 체표 온도 분포를 산출해 화상으로 구성해 주는 검사다. 건강한 인체의 경우에는 좌우 피부온도는 균형을 이루며, 얼굴·손바닥·발등의 온도도 일정하게 유지된다. 하지만 혈액순환이 저하되거나 통증, 마비, 다한증 등의 문제가 있으면 피부온도 분포에 이상이 발생한다.
권 교수는 “적외선체열검사는 피부온도를 측정해 수족냉증, 두통, 관절 통증, 마비 등 다양한 질환의 진단 및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며 “검사 전 약 2시간 동안은 피부온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침·뜸 등의 시술, 흡연, 음주, 복약, 카페인음료 복용을 삼가야 하며, 보다 정확한 검사결과를 위해 측정 부위 피부를 일정시간 노출해 검사실 온도에 적응시킨 후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