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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01일 (목)

“대리처방으로 심정지 온 환자, 결국 사망”

“대리처방으로 심정지 온 환자, 결국 사망”

간호사에게 불법의료행위 떠넘기는 구조 개선해야
의사 수 확대·PA 간호사 양성화 등 제안…보건의료노조, 9월 총파업 예고
‘2021 국제 간호사의 날 보건의료노조 현장 좌담회’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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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지난 12일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개최한 ‘2021 국제 간호사의 날 보건의료노조 현장 좌담회’ 토론 결과를 두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주던 대로 주라’던 의사 지시에 따라 대리처방을 받은 환자가 심정지 상태 이후 사망한 사례가 현직 간호사의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업무 박탈, 부서 이동 등 병원 측의 보복이 두려워 불법의료행위를 거절하기 어려운 간호사들은 불법의료 근절을 위해 PA간호사 양성화, 의사 수 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좌담회에 참여한 12년차 영상의학과 간호사 A씨는 “전공의 2년차가 하는 일 뿐만 아니라 전임의 업무까지 하고 있다”며 “집도의가 수술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PA간호사가 직접 개복하고 수술을 진행했다”고 털어놨다. 수술 중에 자리를 바꿔야 하는 경우에도 ‘네가 그 자리에 있으니 직접 하라’고 지시한 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현직 PA 간호사 C씨는 “심장수술이나 혈관 성형술을 할 때 쓰는 혈관을 환자 몸에서 채취하는 업무나 심장에 이어붙이는 업무까지 하고 있다”며 “이처럼 우리가 의사 업무를 대신 하는 일이 많지만 병원에서는 업무가 하는 중요성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리처방, 드레싱, 침습 의료행위 등 불법의료행위에 투입됐다는 D씨는 “의료법상 의사·한의사·치과의사만 처방을 할 수 있는데도 현장에서는 간호사에게 의사 ID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대리 처방을 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지난해 의사와 전공의 집단진료휴진 당시 병원이 큰 타격을 입지 않았던 건 우리 간호사들이 병원 업무를 다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 안전은 뒷전에 놓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D씨는 “대리처방을 할 때 의사들에게 처방에 대해 물으면 ‘주던 대로 주라’는 대답이 돌아오는데, 한 신규 간호사는 이 과정에서 처방을 잘못 낸 결과 환자는 심정지가 왔고, 그 결과 사망한 적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가족이 우리 병원에서 다른 간호사의 불법의료행위 때문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며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너무 속상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항의하자, “일하기 싫으면 나가” 


불법의료행위 지시를 거부한 간호사도 없지 않았지만 돌아오는 건 부서이동, 업무 박탈 등 인사 보복이었다. 한 간호사는 “불법의료행위를 못 하겠다고 말해본 적이 있는데, 하루에 3번만 재면 되는 환자의 혈압을 2시간마다 재는 등 불필요하게 일을 늘리는 식의 보복을 당했다”며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는 입장인 회사 측에 어떻게 불법의료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해도 된다고 생각해서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다는 것이다. C씨는 “불법은 좀 더 쉽게 일을 하거나 쉽게 돈을 벌 때 쓸 수 있는 말인데, 나는 쉽게 일하거나 돈을 벌지 않는다. 집에도 잘 못 가고 잠도 잘 못 자며 돈을 많이 벌지도 않는다”며 “이게 정말 불법일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처음에는 고민이 되던 불법의료행위였지만 응급 상황이 자주 일어나고, 일도 많으니 갈수록 무뎌졌다고 했다. 다른 간호사는 “응급 상황에서 하나하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다보면 일을 할  수 없다”며 “법정 소송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조차 못할 만큼 바쁜데, 불법의료행위를 마친 후에는 언젠가 걸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불법의료라는 인식 강화


간호사들은 불법의료행위 근절을 위해 의사 수를 늘리고 PA간호사를 양성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C 간호사는 “의사가 자신의 일을 간호사에게 떠넘기는 것은 그만큼 의사 수 자체가 부족하다는 의미”라며 “미국은 이미 1980년대부터 PA를 양성화한 ‘NP’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가 정말 불법이라면 미국·독일·영국 등 의료선진국은 모두 망했어야 한다”며 PA 양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A 간호사는 “의학, 간호학 등 의료계에 종사하는 모든 학과에서 불법의료에 대한 실상을 알려야 한다”며 “현재 대학에 재직 중인 많은 교수는 PA를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졸업생이 좋은 병원에 취직하면 끝인 것으로 아는 경우가 많다. 신규 간호사로 입사했을 때 불법의료행위를 종용하는 관리자 등을 막아줄 보호막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의대 증원 등 관련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불법의료행위 해결을 위해 병원협회·의사협회·전공의협의회·간호협회에 공개 토론을 제안한 후에도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오는 9월 총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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