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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10일 (금)

황성연 한의학 박사

황성연 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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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한 인내의 가치 ‘457전 458기’



“아주 먼 옛날 백설공주가 살았는데 예뻐. 새 엄마가 왔는데 예뻐. 아주 곱게 늙었어. 백설공주가 독사과를 먹고 쓰러졌는데 지나가던 왕자가 발견했어. 그런데 딱 보니까 예뻐.”



이는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사마귀 유치원’에서 동화구연 선생인 ‘쌍칼’ 조지훈이 백설공주 이야기를 전하는 내용입니다. 그는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를 ‘잘생겼냐’, 아니면 ‘못생겼냐’로 구분짓습니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이같은 외모지상주의에 환호하는 것이 오늘날의 세태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외양보다는 내실, 순간의 환호보다는 인내의 가치가 더 숭고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적지 않은 영웅들이 있습니다.



최근 보도됐던 두 가지 예가 그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첫 번째는 KBS 2TV의 오디션 프로그램 ‘톱(Top) 밴드’에서 지난달 15일 우승한 팀인 톡식(Toxic)입니다. 김정우(25)와 김슬옹(20)이 만든 밴드로 5개월에 걸쳐 진행된 오디션 이후 우승의 영예와 더불어 ‘천재 밴드’라는 칭찬을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천재 밴드의 탄생이 있기까지는 엄청난 연습의 결과가 있었습니다. 김정우씨는 “적어도 1000번 이상 합주를 거쳐 무대에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편곡·연주·노래의 독창성과 음악성을 인정받기까지는 밤잠을 잊고 숱하게 흘린 땀이 있었던 것입니다.



두 번째 사례는 아마 톡식(Toxic)보다 더 절절한 고통의 산물이 잉태한 영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457전 458기’의 신화를 쓴 1급 지체장애인 경상선(32)씨의 이야기입니다.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경씨는 무려 458차례의 도전 끝에 ‘2종 자동’ 운전면허증을 땄습니다. 넘어지고, 넘어질 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선 것입니다. 필기시험에 들어간 응시료만도 237만8000원이었고, 2004년부터 매년 50차례에서 100차례씩 필기시험을 보았다고 합니다. 경씨는 “몸이 맘대로 되지 않아 먼 데를 가는 것이 무척 불편했기 때문”이라며, 운전면허 도전 이유를 밝혔습니다.



톡식(Toxic) 밴드와 경씨의 성공 배경은 무엇일까요. 저는 ‘절실함’이었다고 봅니다. 바로 ‘궁즉통(窮卽通)이면 통즉궁(通卽窮)’인 것입니다. 얼마나 절실히 원하고, 그 절실함을 이루고자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였느냐가 엄청난 결과의 차이로 나타나는 셈이지요. 이는 이순신 장군이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나이다(今臣戰船 尙有十二)”라고 말한 것과도 상통할 것입니다.



우리는 한방의료기관 경영이 힘들다고들 쉽게 말합니다. 환자가 없어 죽겠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톡식(Toxic) 밴드와 경씨처럼 죽을 힘을 다해 보았는지, 현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과 반성은 있었는지, 그것들에 대해서는 말하기를 꺼립니다. 왜냐하면 남들처럼만 하면, 대충 어느 정도만 해도 남들과 비슷할 것이라는 안이함이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비급여 환자의 숫자는 눈에 띄게 줄고 있고, 급여 환자의 수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한약제제를 다시 보기 시작했고, 천연물신약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한의사협회도 이를 직시하고 얼마 전 ‘천연물신약 사용을 위한 TF’를 구성,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그럼에도 천연물신약을 우리 한의사의 손으로 갖고 오기까지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듯 합니다. 왜냐하면 천연물신약을 개발·보급하는 제약사의 입장에서는 항상 규모의 경제를 우선시하기 때문입니다. 의원과 한의원 중 어느 곳에 공급하는 것이 유리한지를 놓고 저울질하게 마련입니다. 결국 규모에서 앞선 양방의료시장을 타깃으로 정할 것입니다. 따라서 연구개발(R&D) 및 기획 단계에서부터 한약제제 보단 천연물신약으로 방향을 잡게 됩니다.



역으로 한의계에 어느 정도의 시장만 존재한다면 이들 제약사들은 언제라도 한약제제와 천연물신약을 한방의료기관에 공급하고자 할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천연물신약 사용을 위한 TF’가 구성돼 천연물신약에 대한 한의사 처방권 확보 및 사용 확대를 위해 팔을 걷어 부친 것은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의 개원가에 한약제제와 천연물신약의 사용이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결코 ‘대충’으로는 안 될 것입니다. 꼭, 반드시 사용하겠다는 절실함이 배어 있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거대 제약사들의 눈길을 뺏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한약제제 및 천연물신약의 사용 확대는 전 한의계에 들불처럼 번져 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배고프다고 말하면서 얼마나 절실히 배고픈지에 대해 솔직하지 못했습니다.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선 지금까지 무엇을 해 왔던가에 대한 숙고의 시간도 필요합니다. 궁하면 통합니다. 그러나 그냥 통하지 않습니다. 절실함을 뛰어넘는 극한의 인내와 끝없는 도전이 있을 때만이 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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