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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11일 (토)

김영우 금문재한의원장

김영우 금문재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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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개원가 일기



파릇한 새순이 돋아나는 봄철이다. 무릇 새생명의 활력은 참으로 아름답기까지 하다. 화려한 꽃잎보다 푸릇푸릇한 여린잎사귀가 오히려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걸 보니, 나 역시 나이가 든 것 같다. 봄철은 새로운 활력이다. 장차 다가올 성장과 결실을 위해 새롭게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려야 하는 시간이다. 봄철에 노력이 없으면, 어찌 가을의 수확과 겨울의 갈무리가 있을 수 있을 것인가. 결실의 기쁨은 씨뿌린 이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든 만물에게 소중한 축복이 될 것이다. 이렇듯 봄철의 준비는 귀중한 순간이겠다.



“따르릉~~! 안녕하세요 선배님? 저 김○○ 입니다.” 전화기 너머 낯설은 목소리가 들린다. 약간 들뜬 듯한 밝은 목소리에는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작년 학교행사 때 인사를 나눈 후배인데, 올해 졸업하여 한의사고시를 패스한 말하자면 ‘새내기 한의사’인 셈이다. 합격자 발표가 있었던 지가 몇달전 인듯한데 그동안 어찌 지냈냐고 물으니, 서울에 올라와 한참동안 자리를 알아보러 다녔다고 한다.



아마도 개원이나 취업을 염두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지금은 선배님들 한의원을 순회하며, 참관겸 실습겸 수련의생활(?)을 한다고 말한다.



객지에 올라와 거처도 마땅치 않은데 고생이 많다고 인사를 하니, 허걱! 이번에는 우리 한의원에서 한동안 참관을 하고 싶단다. 보기만 좋아 서울 대로변이지, 인적 드문 지역에 별다른 특화나 광고없이 소소하게 동네환자나 보며, 그럭저럭 세월만 허송하고 있는 우리 한의원의 실상을 들킬까 갑자기 걱정스러운 마음이 밀려왔다. 선배체면에 불안함을 티낼 수는 없고 해서, 짐짓 점잖은 목소리로 그러라고 마지못해 대답을 하니, 반가운 목소리로 며칠 후에 찾아오겠다는 말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어지간히 간절한 상황인 것 같아 마음 한편이 조금 아려왔다.



그러나 걱정은 그때부터였다. 둘이 있을 때 내원환자라도 없으면 그 뻘줌한 상황은 어찌해야 하나, 무엇 하나라도 제대로 된 것을 일러주어야 할텐데, 이미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을 거쳐온 후배에게 혹 책잡히는 것은 없을까 좌불안석이었다. 허나 어쩌겠는가? 알몸을 다 보여주자고 체념하며 맘 편히 기다리기로 하였는데, 그 몇일이 지나도 후배는 연락이 없었다. 그사이 개원을 하지는 않았을 테고, 혹 양도나온 병원을 벌써 구했나? 아니면, 봉직의자리를 구하였나? 이도저도 여의치 않아 체념하고 고향으로 내려갔나 싶어 연락처를 찾아보니, 아뿔사 후배 연락처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걱정스러운 마음이 슬며시 들며, 호기롭게 어서오라는 말을 하지 못한 게 내심 미안하였다. 잘 지내고야 있겠지만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세월은 참 빠르다. 2011년도 어느덧 5월을 맞이하고 있고, 올해도 예외없이 한의사고시를 통과하여 새로이 면허를 취득한 수많은 후배한의사들도 사회에 진출하게 되었다. 들리는 말로는 매년 800여명 정도라고 하니 적은 숫자는 아닌듯하다.



새로운 사람들이 나타나는 곳은 언제나 약간의 시끌벅적함이 있는 법이다. 이곳저곳에서 적지 않은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 낼 터이니 어찌 조용하기만 하겠는가. 그러나 요즘 분위기는 그런 소란스러움은 없고 어찌 오히려 정적감마저 감도는 것 같다.



들리는 풍문 역시 신규 한의사들의 사회 진출이 예전과 달리 그리 활발하지는 못하다고 한다. 평소라면 신규 개원이나 기존 한의원을 인수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고, 아니면 명성있는 선배나 병원에 봉직의로 들어가 어느 정도 수련과정을 하며 개원 준비를 하느라 여기저기서 바쁜 움직임들이 느껴졌었는데, 최근은 이러한 활력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들 새내기 한의사들 중 적지 않은 수는 상당시간동안 사회에 진출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존 개원의들 입장으로는 사회전반에 걸친 경기침체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는다는 정도로 그칠 상황이지만, 우리 후배들에게는 새롭게 의료계에 진출할 기회 자체가 적어진다는 것이니 참으로 걱정스러운 문제이다.



또한 이러한 인력 적체가 우리나라 총인구의 감소추세와 함께 시간이 갈수록 좀더 심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물론 노령화사회로 전환되면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좀더 증가하겠으나, 의료인력에 대한 수요가 대폭 늘어나는 정도까지는 아닐 듯하다. 따라서 앞으로 한의계를 포함하여 의료계 전체적으로 이들 의료인력 적체현상이 점차 대두되면서 작지만은 않은 문제로 등장할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선배들은 후배한의사들의 이러한 진로문제를 단순히 공급과 수요 그리고 경쟁과 같은 시장경제이론으로만 바라봐서는 안될 것 같다. 한의계의 소중한 인재들인 이들 신규한의사들이 임상의로써 봄철을 맞는 이때, 사회라는 토양에서 생생한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려, 점차 의료인이라는 커다란 재목으로 자라나고, 치료의학이라는 소중한 결실을 거두며, 우리 모두 함께 한의학이라는 울창한 숲을 만들어가야 할 터이니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봄날의 따스한 햇살과 촉촉한 봄비와 같은 세심한 보살핌이 좀더 필요하지 않을까?



최근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준법지원인제도’란 것을 추진하고 있단다. 쉽게 말해 공공기관에 법률조언을 해줄 수 있는 법조인을 일정정도 의무적으로 채용하자는 것인데, 혹자들은 이권과 관련된 사업이라고 비난은 하지만, 변호사협회로서는 폭증하는 변호사들의 진로를 위한 불가피한 일이라며 항변하고 있단다. 회원들의 이권문제로부터 자유로울수 없는 곳이 바로 각종 직능단체들이니 비난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한의사협회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새롭게 사회에 나오는 우리 후배한의사들에게 사회의 모진 풍파 속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자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보장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갈곳 몰라 이리저리 배회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 후배소식이 궁금하다. 봄이긴 하지만 우리 후배한의사들에겐 아직 봄날은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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