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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15일 (목)

“평창올림픽, 한의학의 힘과 봉사의 기쁨 모두 느끼게 해준 특별한 계기”

“평창올림픽, 한의학의 힘과 봉사의 기쁨 모두 느끼게 해준 특별한 계기”

34-1시간이 흐른 후에 소중해지는 순간들이 있는 것 같다. 파릇한 학창시절이나 불타는 연애시절처럼 말이다. 그런 특별한 순간이 나이 들수록 잦아든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진료실에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정진해야 하는 한의사에게 숙명이라 받아들이던 차였다. 그런 나에게 평창올림픽은 한의학의 힘과 봉사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특별한 계기가 되어주었다. 공익을 위해 진료실 밖을 나왔을 때 얻는 기쁨을 동료 한의사들과 함께 나눴으면 해서 펜을 들게 되었다.



성공적인 평창올림픽 한의의료…숨은 공로자들에게 감사

평창올림픽에 참여한 한의사는 선수촌 폴리클리닉팀, 기자촌 Khidi팀과 강원도한의사회의 페스티벌파크팀이 있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의료산업 진흥과 한의학 홍보에 앞장서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의 Korean Medicine Center(KMC)는 기자촌에 둥지를 틀고 언론인 대상 한의학 홍보에 주력했다. 1월15일부터 2월25일까지 42일간 13개의 의료기관에서 24명의 한의사가 기간을 분담해 참여했다. 총 방문자수는 646명으로, 국내 165명·국외미디어 관계자는 481명이었다.

진료코디네이터로 한의대생 2명과 운영지원 관리인력 2~3명이 상주하며 진료에 도움을 주었다. 진료시간이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여서, 낙산해수욕장에 마련된 숙소에서 아침 6시에는 나서야 했기에 며칠 다녀가는 한의사들에 비해 장기간 상주하는 지원인력들의 고생이 많았다.

이처럼 한의사가 아니면서도 자기 일처럼 애써 주신 분들에게 먼저 감사인사를 올리고자 한다. 처음 KMC가 자리잡을 때 미리 온 경찰이 휴게실 명목으로 예정지를 선점해서 진료소 자체를 차리지 못할 뻔 했을 때 평창올림픽 조직위에 강력히 어필해서 자리를 잡아준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 김영호 행정사무관과 이번 사업의 브레인으로 총괄 기획하고 살뜰히 보살펴준 Khidi 한의약글로벌TF 김희정 팀장, 이번 사업의 혈관과 신경이 되어 지금도 결산과 통계작업을 하고 있을 Khidi의 장은수·이미소 씨와 함께 진료소 주변 인맥으로 불가능이 없었던 KMC 이민규 PM 등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치료효과 소문으로 진료 비중 높아진 ‘한의학 홍보관’

당초 KMC의 야심찬 계획은 평창올림픽에 취재하러온 기자들을 대상으로 질병을 넘어서 좀 더 건강해지기 위한 한의학의 선진기술을 홍보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치료의학으로써 한의학의 힘을 체험하고서부터 입소문이 돌아 실제 질환을 하소연하기 시작하면서 홍보관의 진료비중이 높아지게 됐다. 결과적으로 한국 한의학의 본모습도 홍보되는 효과를 낳게 된 셈이다.

의학에 치료효과만한 홍보가 어디 있겠는가. 8년 전에 싸움을 말리다 다친 허리를 치료받지 못하고 살아온 Ricardo, 근육이완제로 호전되지 않는 사타구니 근육 위증을 호소하던 Marc, 한국에 와서 3일간 설사와 3일 동안의 변비 끝에 진음이 고갈돼 입이 바짝 말라 음식을 먹지 못했던 Lotti, 양어깨에 오십견과 수지 저림의 원인인 경추디스크와 심허를 모르고 마사지와 진통제로 버텨왔던 Gabi 등 양의학에서는 어려워도 한의학에서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명의를 만드는 명환들이 많이 내원해줬다.

KMC에 간식을 사다준 사람들도 있고, 치료받은 기쁨에 얼마를 내야 되냐며 지갑을 꺼낸 사람도 있었는데 이처럼 진심어린 감사를 받을 때 느껴지는 보람이 우리 팀원들을 신바람 나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이 자국의 살인적인 의료보험과 양방 일변도의 의료제도 탓에 병원 가는 것을 참거나 치미병하지 못해서 작은 병을 감수하다 큰 병의 위험에 노출되었던 터라 전신 균형과 예방의학에 강점이 있는 한의학에 놀라워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서양인들 특유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표현들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둘째 날 진료실에 들어선 Marc가 전날의 치료에 대해 만족감을 표현했던 것이 내국인과의 표현차를 나타내는 대표적 사례였다. 그가 삿대질과 함께 째려보며 날 당황케 했던 말이 “You’re so amazing”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외국에 비해 한국, 특히 한의사는 굉장히 저렴하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에 표현에 인색한 우리 환자들에게 막 서운하다가도 수많은 임상으로 국위 선양할 실력을 함양하게 해준 것은 감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상체질, 서구권 환자에게도 다름없이 적용돼

서구권 환자들에게 사상체질의학이 적용되는지가 궁금했는데 병체질 패턴이 동양권 환자들과 다름없이 적용되는 것을 발견한 것은 KMC에 참가해서 얻은 큰 수확이었다. 특히 양약을 복용해도 차도가 더딘 신허 음허한 소양인들의 경우에 예상 병인 병기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때 속으로 쾌재를 불렀는데 어떻게 자기에 대해 알 수 있는지 환자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때에는 ‘인류가 고안해낸 최신 의학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밖에도 김치를 좋아하고 소음인 캐리커쳐에 불만을 표현하며 태양인이고 싶다던 Helen, 수양명기능검사상 부정맥이 발견돼 심허하다 진단하니 ‘정말 심장 약한 거 맞냐?’고 되물으며 ‘나 수술해야 되냐?’고 걱정하던 Eric도 한국에서 보던 환자들과 똑같은 양상이었는데 이럴 때마다 외국인 진료에 대한 자신감이 충전되는 기분이었다.



치료의학으로의 정립…의학으로 인정받는 지름길

평창을 계기로 미리 좀 더 준비해야만 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양방과 협의 끝에 한약을 전혀 사용치 못했고, 평창에 온 세 팀이 유기적 사전조율이 부족해서 차트 공유나 역할 분담이 약간 부족했던 것이 그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창올림픽의 한의학은 세계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가장 효과적으로 의학으로 인정받는 길이 치료의학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라 깨닫게 되었고, 진료실 밖을 나서 봉사하는 길이 처음에는 조금 낯설어도 한의학의 우수성을 색다르게 체험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더불어 좀 더 많은 한의사들이 함께해서 보람도 얻고 덕도 베풀다보면 환자들에게 사랑 받고 세상으로부터 열렬히 응원받는 한의학이 되겠다는 희망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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