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만성피로증후군(ME/CFS)의 원인이 단순한 호르몬 부족이 아니라, 호르몬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조절 장애’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대전대 한의과대학·대전한방병원 만성피로증후군연구센터 손창규·이진석 교수 연구팀은 전 세계 46개 연구, 약 2700명의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양’은 정상과 큰 차이가 없지만, 실제로 체내에서 활용되는 ‘활성 상태’는 유의하게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정신신경과학 분야 최상위권 국제학술지 ‘Molecular Psychiatry(IF=10.1)’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호르몬 부족이 아닌 체내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대응과 생체리듬 유지에 핵심적인 호르몬으로, 일반적으로 아침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며 하루를 시작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에서는 혈액 내 총 코르티솔 수치는 정상 범위에 가깝지만 타액, 소변, 모발 등에서 측정되는 ‘활성 코르티솔’은 전반적으로 낮았으며, 특히 아침 시간대에 가장 뚜렷한 감소를 보였다. 이는 환자들이 충분히 쉬어도 아침에 극심한 피로를 느끼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연구팀은 이를 “호르몬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체내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에서는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들이 운동이나 활동 이후 나타나는 특징적인 증상, 즉 운동 후 악화(PEM·post-exertional malaise)와 관련된 중요한 패턴도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나 운동 후에는 코르티솔이 증가하지만,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에서는 다음날 오히려 코르티솔 반응이 과도하게 저하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과 관련해 이를 “스트레스에 대한 생체 반응 시스템이 비정상적으로 억제된 상태”라고 해석했다.

만성피로증후군의 객관적 평가지표 개발 기대
그동안 코르티솔 이상은 만성피로증후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지만, 대부분 혈액검사 중심 연구에 머물러 결과가 일관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 이공계 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우태욱 박사과정생이 주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혈액뿐 아니라 타액, 소변, 모발 등 다양한 생체 지표를 통합 분석해 코르티솔 ‘양’과 ‘활성’의 차이를 구분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의 한계를 넘어 통합 분석을 통해 규명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연구를 진행한 대전대 한방병원 만성피로증후군연구센터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향후 만성피로증후군의 진단과 치료 방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단순 혈액검사 중심 평가의 한계를 보완하고 호르몬의 기능과 활성도를 반영한 새로운 평가방법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는 만성피로증후군을 단순한 호르몬 결핍 질환이 아닌, 신경-내분비 조절 시스템의 기능 이상으로 이해할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이는 그동안 명확한 진단 기준이 부족했던 만성피로증후군의 객관적 평가 지표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손창규 교수는 ‘Scientific Reports(IF=3.8)’에 질병과 피로도와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Comparative study for fatigue prevalence in subjects with disease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라는 제하의 논문을 게재하는 등 만성피로증후군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