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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20일 (금)

“조선의학 고전문헌, AI 시대의 지식 활용 본격화 기대”

“조선의학 고전문헌, AI 시대의 지식 활용 본격화 기대”

‘조선의학 질병 인식구조 RDM’ 30병문, 국가 연구데이터 플랫폼에 승인
현상 인식-판단 구조-치료 실행의 3단계 정리 통해 연구 데이터로 가공
전종욱 교수(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한의사)

전종욱1.jpg

 

[편집자주] 최근 국가 연구데이터 플랫폼에 조선의학 질병 인식구조 RDM’ 30병문이 승인됐다. 본란에서는 전종욱 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교수로부터 승인된 의미와 함께 향후 연구과정, AI 시대에서 한의학 연구가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들어본다.

 

Q. 국가 연구데이터 플랫폼에 조선의학 질병 인식구조 RDM’ 30병문이 승인된 의미는?

무엇보다도 한의학 원전을 단순히 읽고 해석하는 대상으로 보는 단계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것으로, 조선의학 고전문헌의 서술을 판단 가능한 의미 단위로 다시 나누고, 이를 공적으로 검토 가능한 연구데이터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30병문 승인은 병명 몇 개를 정리한 것이 아닌, 조선의학이 질병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며, 언제 어떤 방식으로 개입했는지를 구조적으로 복원한 결과이며, 이는 전통의학을 오늘날의 연구, 특히 AI 시대의 지식 활용이라는 방향에 본격적으로 발맞추게 하는 첫 단계라고 생각한다.

 

조선의학 질병 인식구조 RDM’은 이전 제 논문에서 원전 교육이 지식 전달을 넘어 존재의 깊이를 더하는 수양과 판단력의 계발이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도 이어지는 것으로, 30병문 RDM 작업은 원전 교육의 장벽을 넘는 하나의 유력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원문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의 판단 구조를 드러내 주기 때문에, 학습자에게 조선의학 원전의 정수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그 사고방식에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AI 시대에 이런 구조화 작업은 고전을 단순히 쉽게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람과 AI 모두를 더 깊고 단정한 판단 주체로 훈련시키는 새로운 교육적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로 내린 제 결론은 조선의학 질병 인식구조는 치료 지식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 원인을 차분히 배열하고, 개입의 시점을 조율해 때로는 멈추고 물러설 줄 아는 절제의 훈련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조선의학은 원인배열의학이자 개입타이밍 조율의학이며, 동시에 삶을 더 깊고 단정하게 운영하도록 이끄는 판단의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다.”

 

Q. ‘RDM’이라는 의미가 생소하다.

“RDM은 원래 Research Data Management, 곧 연구 데이터 관리라는 의미이다.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연구자가 읽고 해석한 내용을 논문 속 문장으로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연구자도 다시 보고 활용할 수 있도록 일정한 구조를 가진 데이터로 만드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제가 하는 작업에서는 조선의학 고전문헌 속 병문(病門)을 한 줄 한 줄 분석해 현상 인식-판단 구조-치료 실행3단계 층위로 정리하고, 그것을 다시 서로 연결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연구데이터셋으로 만드는 방식이라고 RDM을 이해하면 될 것 같다.”

 

Q. 국가 연구데이터 플랫폼에 승인을 추진하게 된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조선의학 고전문헌 연구가 더 이상 개인 연구자의 해석에만 머물지 않고, 공공적인 연구 자산으로 축적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은 해석과 연구가 있어도 그것이 논문 속에만 머물러 있다면, 다른 연구자나 다음 세대가 다시 연결해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동의보감’, ‘의방유취’, ‘인제지같은 대표 문헌(조선의학 문헌 3)에 담긴 질병 인식 구조를 공적 연구데이터로 축적해 두면, 향후 한의학 연구는 물론 AI 기반 지식 활용이나 교육, 융합연구에도 훨씬 넓게 쓰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Q. 승인된 병문의 향후 연구과정은?
승인된 병문 데이터는 앞으로 더 정밀한 구조화와 상호 연결 과정을 거치며 계속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RDM 특성상 여기에 참여하는 방법은 누구에게 열려 있다. 특히 ‘FAIR’ 원칙, 곧 찾기 쉽고(Findable), 접근 가능하며(Accessible), 서로 연결해 활용할 수 있고(Interoperable), 다시 쓸 수 있도록(Reusable) 만드는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 데이터는 개인 연구의 결과물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연구자·교육자·개발자·기관이 함께 검토하고 확장할 수 있는 공공지식 자산으로 기능하게 된다. 다시 말해 조선의학 RDM의 강점은 한 번 읽고 끝나는 자료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찾아오고, 연결하고, 수정·보완하고, 새로운 연구와 교육·AI 응용으로 재사용할 수 있도록 열려 있는 구조라는 점이다.

 

현재 30병문 승인을 받았지만, 전체 병문은 50병문 또는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즉 이번 승인이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완성을 향해 나가야 하며, 병문간의 상호 비교와 유기적 연결도 강화해야 한다.

 

이들이 긴밀해지면 조선의학 전체에 공통적으로 반복되는 판단 원리와 병리 구조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지금의 형태도 사실 원문, 질병, 증상, 처방, 약재, 문헌 출전, 임상 사례 등을 서로 연결해 사실상 조선의학 지식 그래프형태에 근접한 단계이지만, 여기에 풍부한 서사, 현대의 임상, 해설 층이 함께 붙으면 최고 수준의 살아 있는 지식체계에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Q. AI 시대에 RDM의 접근이 시의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한의학을 단순히 AI의 소재나 데이터 공급원 정도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한의학이 원래 가지고 있는 사고구조 자체가 AI 시대에 매우 의미 있는 자산이라는 점, 바로 그 부분을 드러내려는 것이 제 연구의 방향이다.

 

지금까지 연구에서 내린 결론은 조선의학은 병을 하나의 단순 원인으로 보지 않고, 여러 원인을 배열하고, 관계를 보고, 개입의 시점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사고한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오늘날 AI가 잘하는 빠른 정보 처리와는 다른 차원의 판단력을 보여주며, 오히려 AI 시대일수록 더 중요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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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 AI 시대에서의 한의학의 역할과 이를 위해 준비할 부분은?

앞으로 한의학은 현대의학의 보조적 위치나 보완대체치료의 한 갈래에만 머무르기보다는, 인간이 처한 복합적인 현실을 충분히 수용하고 인정하는 위에서 질병의 발생과 경로, 과정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하나의 종합적 사고체계로서 더 주목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AI 시대에는 정보와 반응 속도는 넘치지만, 복합적인 원인을 차분히 배열하는 능력, 섣부른 개입을 경계하며 적절한 타이밍을 조절하는 힘은 오히려 더 필요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의학 고전문헌과 임상자료를 AI가 활용할 수 있는 고품질 데이터로 정리하고, 동시에 한의학의 고유한 판단 구조를 훼손하지 않도록 연구자, 임상의, 데이터 전문가들이 함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Q. 앞으로의 연구계획은?
우선 조선의학 질병 인식구조 RDM 병문을 계속 확장해 전체 병문을 완성해 나가려고 한다. 더불어 이미 만든 병문도 더 의미 있게 체계적으로 업그레이드해 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동의보감’, ‘의방유취’, ‘인제지같은 한 시대의 대표적 종합 문헌에 나타난 병문 구조와 함께, 조선 후기 실제 생생한 임상 사례를 담은 역시만필같은 자료도 별도로 구조화하여, 문헌의 판단 구조와 실제 임상 경험이 어떻게 만나는지를 함께 보여 주고자 한다.

 

병문 데이터, 임상 데이터, 처방과 약재 데이터가 서로 연결되는 조선의학 지식 그래프를 구축해 AI 시대에 활용 가능한 최고 수준의 구조화 지식 체계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Q. 이외에 강조하고 싶은 말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효율과 속도는 가히 인류사급 전환기라고 불러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때 역으로 조선의학이 축적해 온 사고의 깊이, 곧 복합적 원인을 함께 침착하게 확인하고, 서두르지 않고 절제하면서 적절한 개입의 시점을 살피는 판단 구조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드러내는 작업은 문명의 밸런스라는 점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AI 시대에 전통적 사유의 결정체인 조선의학이 기여할 수 있는 큰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치료 기술의 차원을 넘어 몸과 질병, 섭생, 감정, 공동체를 포괄해 삶을 운영하는 체계라는 관점에서 조선의학이 보여주는 깊고 단정한 판단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훌륭한 통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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