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대한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학회 학술이사
이번호에서는 고막 천공에 대한 궁금한 몇 가지를 알아보려고 한다.
지난해 12월12일 평소 여드름 치료를 위해 외래로 다니던 25세 남자환자가 치료를 마치고 가던 중 귀를 혹시 봐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증상을 물어보자 귀에 물이 들어간 것처럼 먹먹한데 아마 전날 복싱을 하던 중 귀 주위를 맞아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혹시 과거에도 고막에 문제가 있었는지 물었더니, 지난 2월에도 복싱을 하다 천공이 있었던 적이 있었고, 이번에도 증상이 비슷해 상태를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내시경으로 고막을 살펴보니 예상대로 천공이 발생된 상태였다. 간접적 외상(파열성 외상)으로 갑작스런 압력에 의해 발생한 천공인 만큼 직접손상에 비해 천공 부위 병변은 출혈이나 충혈이 거의 없이 방추형의 예리한 변연을 보였다. 외상에 의한 천공은 면봉이나 기구와 같은 직접적인 손상보다는 손바닥, 주먹, 물체에 의한 충격으로 인한 외이도의 갑작스런 압력 변화에 의한 원인이 훨씬 많고, 가격으로 인한 것이라면 오른손에 의한 좌측 손상이 대부분이다. 또한 위치는 외이도에 대하여 가장 직각으로 위치하는 고막 전하방, Grade Ⅰ인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이 환자 또한 좌측, 전하방, Grade Ⅰ의 상태였다.
참고로 고막의 천공은 Griffin의 분류법에 따라 ‘Grade Ⅰ’은 고막긴장부의 25% 미만의 천공, ‘Grade Ⅱ’는 천공의 크기가 25∼50%이거나 사분면 중 두 곳에 천공이 있을 때, ‘Grade Ⅲ’은 50∼75% 또는 사분면 중 세 곳에 천공이 있는 경우, ‘Grade Ⅳ’는 그 이상 또는 크기와 관계 없이 고막의 이완부나 변연부의 천공이 있는 경우로 분류한다.
외상으로 인한 고막천공의 경우 크기가 25% 이하면 75∼90%는 자연적으로 치유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다음의 몇 가지를 살펴봐야 한다.
첫째 어지럽거나 눈이 떨리는 느낌이 있다고 호소하는 경우 내이의 손상이 있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둘째 이차감염의 예방이 중요해 천공 주위의 혈종이나 가피 이구를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제거할 필요는 없다. 셋째 화농성 이루가 동반되는 경우라면 항생제가 필요해 의과와의 협진이 필요하다.
위 환자처럼 귀가 먹먹한 것 외에 특별한 증상이 없고 크기가 25% 안쪽이면서 병변도 깨끗한 상태라면 일단 조심하면서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조심한다는 것은 감염 관리와 압력차를 말하며, 먼저 샴푸액이나 오염된 물이 들어가 않도록 가급적 귀를 막는 샤워캡을 사용하는 것이다. 또한 중이강에 양압, 음압이 발생하면 천공 부위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유합될 때까지는 코를 양쪽으로 동시에 세게 풀거나 빨대 사용 등의 행동에 주의해야 한다.
천공이 크기가 크거나 이명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소독된 paper patch를 천공 위에 올려두어 유합을 도와주기도 한다.
유합에 걸리는 시간은 ‘웅급실에 내원한 외상성 고막천공 환자에 대한 임상적 고찰’ 논문에 의하면 Grade Ⅰ은 17.5일, Grade Ⅱ는 27.2일, Grade Ⅲ·Ⅳ는 30일 정도로 보고하고 있다. 급성 중이염에 의한 천공의 유합 또한 고막의 상태와 체력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몇 주 이내에 유합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 환자의 경우는 수상 8일차에 거의 다 유합됐고, 15일차에는 완전히 회복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증상은 저음 위주의 난청과 천공으로 인해 귀에 물이 찬 듯이 먹먹함만이 있었고, 보통의 Grade Ⅰ에서의 청력 저하는 평균 12.5dB로 나타나는데 이 환자의 경우에는 청력저하감은 거의 없다고 하여 따로 진행하지는 않았다. 더불어 환자가 주로 호소했던 먹먹함은 수상 8일차에 거의 다 소실됐다.
안타까운 예로는 최근 만성 재발성 화농성 중이염으로 내원했던 환자의 경우 구타에 의해 고막이 터진 이후 오래도록 반복 재발하는 중이염 상태로 이어졌다.
이렇듯 외상에 의한 천공은 사후관리만 잘 된다면 다른 합병증 없이 호전되는 것이지만, 환자에 따라서는 귀의 건강을 잃어버리는 시작일 수 있어 한의의료기관에서의 지도와 관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