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대한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학회 학술이사
날씨가 점차 추워지면서 목이 아파 내원하는 환자들이 확실히 늘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목소리가 쉰 듯하면서 갑자기 안나오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목에 힘을 줘어야 하거나 속삭이듯 말을 해야 하는 급성 후두염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급성 후두염은 목으로 오는 인두염, 편도선염과 비슷하게 바이러스성 상기도 감염이 대부분이고 건조한 환경, 흡연, 음성남용으로 인하거나 세균감염 등의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후두에 염증이 생겨 진성대 주위 특히 피열연골의 부종, 발적이 두드러지고 후인두벽의 림프과립이 보인다. 성대 주위 조직이 붓다보니 성대 움직임이나 진동이 떨어져 목소리가 잘 안나오고, 특히 억지로 고음발성을 하게 되면 발성통이 심해 성대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소아의 경우 급성 후두염이 오면 후두직경이 좁은 이유로 기도폐쇄 같은 심각한 증상이 오는 경우가 있지만 성인의 경우는 대부분 목소리 증상이나 건조감, 인후통증, 기침, 발열과 같은 후두에 국한된 증상을 보인다.
성인의 급성 후두염 자체는 엄청난 치료가 필요하다기보다는 일주일 정도 시간을 두고 안정과 습도 조절, 수분 섭취, 목소리 관리만 잘하면 된다.
29세 여자 환자가 발성곤란과 목 통증으로 지난달 28일 오전에 내원했다. 25일 야간에 음주를 하고 찬 바람을 쐬고 돌아다닌 다음날 아침부터 목이 칼칼하고 건조하면서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를 않아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주말 2일 동안 복용했지만 호전이 없었고, 월요일인 28일 오전내내 직업상 어쩔 수 없이 말을 하기 위해 목에 힘을 잔뜩 주거나 속삭이듯이 하고 있다고 했다.
호소하는 증상에 비해서는 다행히 후두 발적이나 부종이 심하지는 않아 급성 후두염에 준하여 치료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급성으로 목소리가 안나오는 환자를 만났을 때 염두에 두어야할 질환은 후두염, 성대점막질환, 후두개염, 후두암 등이 있다. 성대점막질환의 경우 목소리를 사용한 병력 청취와 더불어 진료실에 후두경이 있다면 성대에 결절, 부종, 낭종, 육아종 등이 있는지를 확인하면 배제가 가능하다.
적절한 치료에도 발열과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연하곤란, 후두안쪽으로 부은 느낌, 앉아서 숨을 쉬어야 할 정도의 호흡불편감이 발생한다면 드물지만 후두개염도 염두에 두고 상급병원으로의 전원이 급하게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달 이상 쉰 목소리가 지속된다면 후두암을 의심하고 환자의 흡연력 등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급성 후두염으로 판단되면 치료와 더불어 목 관리에 대한 티칭이 중요하다. 음주와 흡연을 한다면 당분간 쉬어주어야 한다. 하지만 처음 나타난 자신의 증상을 잘 모르거나 가볍게 여겨 목소리 관리를 잘못하게 되면 이후 재발도 잦고 자칫 쉰 목소리로 음성이 변성되기도 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첫째 치료는 병원에 비치된 감기약인 선방패독탕과 은교산을 1일 3회 복용하도록 했고, 후두마사지 이후 후두 주위 침치료와 천돌혈 약침치료, 천돌 주위 전자뜸 그리고 증기욕 치료를 진행했다.
둘째는 찬 음료를 주의하고 목을 따뜻하게 하고 건조하지 않도록 할 것을 설명드렸다.
세 번째는 목소리의 오용, 남용, 과용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목통증이 호전될 때까지 말을 최대한 하지 말 것과 목이 아픈 것을 참고 억지로 말을 하거나 안나온다고 해서 낮게 또는 속삭이듯 말하지 말 것, 호전될 때까지 절대 소리지르거나 노래부르지 말 것 등이다.
29일 내원했을 때는 목통증이 vas 9점 정도로 큰 차이가 없다가 이틀 후인 30일에는 vas 3점으로 호전이 있었다. 목소리도 힘을 주어도 약하게 나오던 상태에서 평상시 발성정도로 좋아지자 31일 출근하면서 다시 찬바람을 쐬면서 약간 통증과 건조감, 가래가 발생해 환자에게 향후 2주간은 편도선염, 후두개염으로 이행, 또는 후두염 재발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설명했고, 청상보하탕을 처방했다. 11월 2일인 발생 8일차에 증상은 거의 소실돼 5일 상태를 확인한 후 치료를 종료했다.
임상에서 코감기는 자주 만나지만 급성 후두염으로 목소리가 안나온다고 하면 큰 병원을 보내야할지 고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걱정되는 전변은 후두개염으로 이행되는 것이지만 유병률이 낮아(2006년 미국 통계상 소아 100000명 당 0.5례, 성인 100000명당 1.9례의 유병률) 사실 거의 대부분은 감기 치료에 준해 치료하면 되고 시진으로 후두의 모습을 확인하고 환자의 자각증상을 잘 파악하면 된다.
오히려 진통소염제나 진해거담제를 복용하면 통증이 줄어들어 목소리를 더 쓰게 되면서 치료가 더디어 지기도 하고 분비물은 점조해지면서 인후부 자극이 심해져 기침이 오래가기도 한다.
한의치료를 통해 급성 증상을 치료하고 더불어 인후건조감도 더 잘 호전될 수 있다. 가끔 가수들에게서 후두염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노래를 부르다 목소리가 변했다는 기사를 접하기도 한다. 일반인의 경우에도 가벼운 후두염 관리가 잘못되면 반복적으로 재발하거나 피곤시에도 낮은 목소리로 변해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적절한 한의치료와 관리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