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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8월 24일 (월)

신미숙 여의도 책방-79

신미숙 여의도 책방-79

인류세와 기후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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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신미숙의 여의도 책방』은 각 회마다 1개의 키워드에 5권의 도서를 추천하는 형식으로 이어갑니다.


“고령 농민 잇단 폭염 사망, 지자체 대응 한계” “불볕에 덴 논밭... 밥상 물가까지 펄펄” “쿠팡 물류캠프 2명 폭염 속 작업 중 쓰러져” “소각장은 최고 60도 불덩이...에어컨도 너무 뜨거워 못 버텨” “살인 더위, 프로야구도 멈췄다” “42도 찜통 비닐집, 주민세 내지만 정부 지원 없어 한숨” “무더위쉼터, 숫자보다 중요한 것” “온열질환, 뇌 손상까지 부른다” “온열질환 사망자 21명, 작년 넘었다” “폭염이 재난이 될 때” “기후협정이 실패한 어느 미래” “기후위기 공론화의 선택, 국회는 외면 말아야”


8월 초, 단 하루 만에 쏟아진 폭염 관련 소식의 헤드라인들이다. 농가에서 야구장까지, 살림집에서 쉼터까지, 고온의 습격은 일상의 톱니바퀴를 일시에 멈춰 세운다. 폭염은 개별 질환을 넘어 종국에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환경적·의료적 재난이다. 범국가적 공론화와 국제적 협력이 시급한 이 시대의 핵심 과제임이 분명하다.


BBC 기사 『Pressure on nature threatens many flowering plants with extinction』(2023년 10월)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로 전 세계 꽃식물의 45%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현대 의약품의 90%가 식물에서 유래함을 고려할 때, 식물의 급격한 멸종은 잠재적 치료제와 미래 의약품 자원의 대량 상실로 직결된다.


경향신문 기사 『기후변화 공격받는 한약 자원, 어떻게 살릴까』(2024년 11월)에서 한국한의약진흥원 이준혁 단장은 기후변화 시대를 이겨낼 한약 자원 공급 대책으로 스마트팜을 통한 재배, 환경 변화에 강인한 품종 개발, 대체 본초 개발 세 가지를 제안했다.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인삼의 국내 재배지는 향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며, 당귀는 36만 ha에서 1.5만 ha로, 천궁은 41.9만 ha에서 6.4만 ha로(2020∼2060년 전망) 재배 적지가 급감할 것이라고 한다. 가뜩이나 위축되어 있는 한약 시장이 이제 원재료의 공급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경고하는 지표다.


한겨레 기사 『약용식물도 기후변화에 멸종 위기… “세계 인구 80% 건강 위협”』(2025년 12월)에 인용된 논문 『The impact of climate change on medicinal plants and natural products: A scoping review』(Frontiers in Pharmacology, 2025년 11월)에 따르면, 파나마와 히말라야의 전통 약초는 이미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는 전통의학 의존도가 높은 원주민 사회의 문화유산과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한다. 기후위기의 심화는 각국의 전통 의학 붕괴를 넘어 현대 의료 체계까지 흔들고 있다. 현대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화장품의 상당 부분이 자연의 천연물에서 유래하기 때문이다.


국산 한약재의 재배지 소실, 약재 기원의 변종, 그리고 보건의료 체계 내 한의학 입지의 약화는 사실 기후위기 이전부터 한의계에 내재된 오래된 숙제였다. ‘천기(天氣)의 격노(激怒)’에 비유되는 전 지구적 기후위기까지 더해진 이 급변의 시대에, 반만년 역사라는 시간의 축적이 과연 한의학의 존재 이유를 지켜줄 수 있을까? 전통과 관련된 모든 것을 척결하려 했던 동아시아의 혹독한 근대화 과정을 이겨내고 오늘날 겨우 그 명맥을 유지해 온 한의학은, 이제 인류세(Anthropocene)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인류세: 인간의 시대』(최평순, 해나무,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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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플라스틱 쓰레기 절반가량을 수입하던 중국이 2018년 1월부터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 금지 조치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면서 재활용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 대한민국은 명백한 인류세 현장이다. 화석연료와 플라스틱을 쓰다가 이렇게 됐으니 한국 사람들은 이 상황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셈이다.

- 인류세는 생물권, 수권, 암석권, 대기권 등 지구를 구성하는 여러 권역에서 인간의 활동이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음을 의미하는 용어다.

- 지구의 정복자 인간,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 낙관론과 비관론 사이에서 인류세를 바라보는 관점은 개인과 사회의 입장을 결정한다.


『인간의 종말』(디르크 슈테펜스, 해리북스,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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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작용 없는 작용은 없다”는 의학의 명언은 생태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 NASA에 따르면, 매년 800만 명 이상이 미세먼지로 인해 조기 사망한다.

-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2002년 제안한 ‘인류세’는 인간이 지구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기에 새로운 지질학적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선언이다.

- 종의 절멸이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는 지금, 우리는 우리 자신의 생존과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브레이킹 바운더리스』(요한 록스트룀·오웬 가프니, 사이언스북스,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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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데믹 사태를 지나며 깨달은 뜻밖의 사실은, 시장의 권능만큼이나 비상 상황에서의 정부 정책과 권능 역시 막강하다는 점이다.

-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무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주관적 의견이 아닌 과학적 사실이다.

- 지속 가능한 문명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우리의 식단과 소비 형태를 지구 환경의 한계에 맞게 조정하는 일이다.


『폭염살인』(제프 구델, 웅진지식하우스,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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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위가 심해질수록 지구 전체의 식량 체계가 망가질 위험도 함께 커진다. 

- 조만간 세계 인구를 어떻게 먹여 살릴 것인가는 훨씬 풀기 어려운 복잡한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이미 식량 생산 자체는 이미 기후변화 때문에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 더위는 지금 자연 세계의 틀을 다시 짜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행성 위의 질병 알고리즘까지 다시 쓰고 있다.

- 더위에 따른 홍수나 가뭄 등의 기후 이변도 문제지만 말라리아, 한타 바이러스, 콜레라, 탄저병 등 수백가지 기존 전염병의 상황을 악화일로로 몰아넣고 있다.


『나는 매일 재앙을 마주한다』(제임스 후퍼, 인플루엔셜,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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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두려운 것은 영구동토층 깊은 곳에 얼어 있는 미지의 병원체와 곤충들이다. 지열이 오르면 이 미지의 병원균들이 깨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 열돔 현상으로 인한 이상 고온과 폭염은 온열질환자를 급증시키는 직접적 원인이 된다.

-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기록적 고온과 장기 가뭄이 산불 위험을 높이고, 이것이 산림 소실과 생태계 붕괴, 인간 건강 피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친정어머니와 두 여동생이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를 준비 중이다. 작년에 부분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러닝머신, 마사지 체어, 1인용 소파, 친정아버지께서 쓰시던 서예 도구와 국악기 일체, 이사 때마다 무거운 짐이 되던 편지 상자들과 학부 시절 모아둔 강의록까지 과감하게 버렸다. 필요할 것 같아서, 싸고 이쁘다는 이유로 다이소나 알리, 당근마켓과 아름다운가게 등에서 냉큼 사 들였던 그 많은 물건들이 결국 한순간에 무가치해지는 것을 깨달았다. 몇 차례 분리수거를 마치고 돌아서며 자문해 본다. 


이 수많은 쓰레기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이사 한 번에 나는 또 지구에 얼마나 큰 죄를 지은 것일까? 아무리 반성해도 부채감은 가시지 않는다. 환경 오염과 기후위기에는 국경이 없다. 비극의 도미노, 그 시작과 끝을 직시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 인간이다. 폭염이 지나간 자리, 문득 등골이 서늘해진다.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국가와 지자체의 적응 정책을 체계화하기 위한 법안이 지난 8월 13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를 통과했다.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중심의 현행 제도만으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폭염·가뭄 등 기후재난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절박한 문제의식에서 마련된 법안이다. 제도가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되어 우리의 삶에 스며들기까지는 늘 시간이 걸리지만, 이 법만큼은 속전속결로 현실화되어 일상의 안전망이 되어주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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