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우울증 위험을 예측하는 과정에 한의학의 전통 병리 개념인 ‘신허(腎虛)’를 접목한 인공지능(AI) 기반 예측 모델이 제시돼 주목된다.
특히 중년층 정신건강 관리 분야에서 한의학적 변증 지표의 활용 가능성을 데이터 기반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권찬영 교수와 한국한의학연구원 정지연 박사 연구팀은 한의학의 신허(腎虛) 평가 지표를 활용해 50~65세 중년 성인의 우울증 위험을 예측하는 머신러닝 기반 모델을 개발하고 그 유효성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우울증은 생물학적·심리적·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대표적 정신건강 질환으로, 특히 중년 및 노년층에서는 피로감, 수면장애, 식욕 변화, 만성 통증 등 노화 관련 증상과 혼재돼 조기 진단이 쉽지 않은 한계가 있다.
기존 우울증 선별 방식은 주로 자기보고식 심리 평가나 사회환경적 위험요인에 의존해왔으나, 신체 기능 저하와 전신 상태 변화까지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연구팀은 고령화 코호트(KoMAC)에 참여한 지역사회 거주 중년 성인 1000명의 데이터를 활용해 우울증 예측 모델을 구축했다.
분석 과정에서는 한의학적 병리 개념인 ‘신허’ 상태를 평가하는 신허 설문지(KDQ) 점수를 중심으로 사회적 지지 수준, 체질량지수(BMI) 등 다양한 임상·생활습관 변수를 통합 분석했으며, 머신러닝 알고리즘 간 성능 비교를 통해 최적 모델을 도출했다.
연구 결과, KDQ 총점과 사회적 지지 정도, BMI 등 3가지 핵심 변수만을 조합한 다층 퍼셉트론(MLP) 모델이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해당 모델은 독립 테스트 데이터셋에서 ROC-AUC 0.820을 기록했으며, 특히 음성 예측도(NPV)가 0.922에 달해 우울증 저위험군을 효과적으로 선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사회 기반 정신건강 관리에서 1차 스크리닝 도구로 활용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기존의 심리사회적 요인만으로 구성된 예측 모델보다 신허 지표를 추가했을 때 예측 성능이 유의미하게 향상되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연구진은 신허 개념이 단순한 주관적 증상 평가를 넘어, 피로·무기력·수면 이상 등 우울증과 연관된 복합적 신체 취약성을 반영하는 지표로 기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통 한의학의 변증 개념이 데이터 기반 정신건강 예측 모델에서도 설명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설명이다.
또한 이번 연구는 한의학적 진단 개념을 현대 AI 분석기법과 융합해 정량적 예측 모델로 구현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정신건강 분야에서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와 개인 맞춤형 예측 모델 개발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통의학 기반 생체·증후 정보를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확대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권찬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의학의 신허 개념이 실제 임상에서 우울증의 예측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음을 정량적 데이터와 머신러닝을 통해 입증한 첫 번째 사례"라며 "기존의 심리사회적 위험 요인에 신체적 활력 저하를 평가하는 한의학적 지표를 통합함으로써, 중년 성인의 우울증 위험 계층화를 향상시키고 보다 전인적(holistic)인 예방 전략을 수립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더 다양한 코호트 및 지역사회 환경에서 모델을 전향적으로 검증하고, 나아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축 지표나 염증 바이오마커 등 객관적인 생리학적 지표를 추가하여 모델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Explore (SCIE급, IF=2.2) 22권 4호에 게재됐다.
(논문명: Predicting depression in middle-aged adults using kidney deficiency questionnaire: an exploratory machine learning study)
https://doi.org/10.1016/j.explore.2026.103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