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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1월 09일 (월)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 13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 13

마황은 정말 땀을 내서 치료하는가?

김호철 교수님(최종).jpg


김호철 교수

경희대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김호철 교수(경희대 한의대 본초학교실)의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를 통해 임상 현장에서 자주 제기되는 한약의 궁금증과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최신 연구 결과와 한의학적 해석을 결합해 쉽게 설명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이 기존의 한약 지식을 새롭게 바라보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의과대학에 입학하면 본초학 시간에 가장 먼저 만나는 약재 중 하나가 마황(麻黃)이다. 해표약(解表藥)의 첫 머리에 놓여 있고, 그 효능의 첫 줄에는 어김없이 발한해표(發汗解表)라고 적혀 있다.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서 중품(中品)으로 수재된 이래 2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마황은 ‘땀을 내어 표(表)를 푸는 약’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장중경(張仲景)은 『상한론(傷寒論)』에서 마황탕(麻黃湯)을 태양병(太陽病) 표실증(表實證)의 주방(主方)으로 제시하면서 이 위상을 확고히 했다. 이후 어떤 의가(醫家)도 이 명제에 정면으로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필자는 오늘 이 오래된 명제를 다시 질문하고자 한다. 마황은 정말로 땀을 내서 치료하는 약인가? 땀을 내는 것 자체가 치료 기전이 될 수 있는가?

 

2534-29 김호철.jpg


발한은 치료의 원인인가, 결과인가


감기에 걸린 환자를 관찰해 보자. 오한과 발열이 시작되고, 발열기를 거쳐 어느 시점에 이르면 환자는 온몸에 땀을 쏟는다. 그리고 그 뒤에 열이 내리면서 회복된다. 고대 의가들은 이 장면을 수없이 반복해서 목격했다. 그리고 ‘땀이 나면서 낫는다’는 관찰로부터, ‘땀을 내면 낫는다’는 치료 전략을 도출했다. 자연경과에서 관찰된 현상을 능동적 치료법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것이 발한해표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현대 생리학은 이 현상을 전혀 다르게 설명한다. 바이러스 감염 시 체내에서 생성된 발열물질(pyrogen)이 시상하부의 체온조절 설정점(set point)을 올린다. 체온이 설정점에 도달할 때까지 말초혈관이 수축하고 근육이 떨리면서 열을 생산한다. 이것이 오한(惡寒)의 정체이다. 


이후 면역반응이 진행되어 감염이 억제되면, 설정점이 다시 정상으로 내려온다. 이때 이미 올라가 있는 체온을 낮추기 위해 말초혈관이 확장되고 한선(汗腺)이 활성화되어 발한이 일어난다. 즉 땀은 ‘치료의 결과’이지 ‘치료의 원인’이 아니다. 고대 의가들의 관찰은 정확했으나, 인과의 방향이 역전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점은 간단한 반증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우나에 들어가 땀을 쏟아도 감기는 낫지 않는다. 운동을 해서 땀을 내도 마찬가지이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억지로 땀을 빼도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는다. 만약 발한 자체가 치료 기전이라면 이런 방법으로도 효과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효과가 없다. 땀 자체에는 치료 능력이 없는 것이다.


에페드린은 ‘발한제’가 아니다


마황의 주요 알칼로이드인 에페드린(ephedrine)의 약리작용을 살펴보자. 에페드린은 아드레날린성 신경말단(adrenergic nerve terminal)에 들어가 저장된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을 시냅스 틈으로 방출시키는 간접형 교감신경흥분제(indirect-acting sympatho mimetic)이다. 


자기가 직접 수용체에 붙는 것이 아니라 내인성 카테콜아민을 밀어내서 작용하게 하는 것이 주된 기전이며, 자체적으로도 α 및 β 아드레날린 수용체에 결합하는 직접작용이 있어 혼합형 작용제(mixed-acting sympa thomimetic)로 분류된다.


이 기전에서 파생되는 주요 효과는 심혈관계에 집중되어 있다. α 수용체 자극에 의한 혈관수축과 혈압상승, β₁ 수용체 자극에 의한 심박수 및 심박출량 증가, β₂ 수용체 자극에 의한 기관지 평활근 이완이 핵심이다. 임상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효과는 기관지 확장과 비점막 충혈 완화이다.


주목할 점은, 양의학에서 에페드린이 실제로 사용된 용도이다. 천식 치료제, 비충혈제거제(nasal decongestant), 수술 중 저혈압 치료제로 쓰였다. ‘발한제’로 쓰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에페드린 투여 후 나타나는 발한은 교감신경 활성화와 대사율 증가에 수반되는 부수현상이다. 이것을 마치 에페드린의 주요 작용인 것처럼 기술하는 것은 약리학적으로 정확하지 않다.


마황의 부작용 목록이 이를 방증한다. 심계항진(心悸亢進), 고혈압, 부정맥, 두근거림, 불면-모두 심혈관계와 교감신경 흥분의 문제이다. 만약 마황의 본질적 작용이 ‘발한’이라면, 부작용도 발한 관련이어야 한다. 그러나 부작용은 한결같이 심혈관계를 가리키고 있다. 약물의 부작용은 그 약물의 진짜 약리작용이 무엇인지를 정직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다.


다른 해표약에는 발한작용이 있는가


여기서 시야를 넓혀 다른 해표약들도 살펴보자. 만약 ‘발한해표’가 해표약의 공통 기전이라면, 해표약으로 분류된 약재들에는 대부분 발한작용이 있어야 한다. 과연 그러한가?


계지(桂枝)의 주성분 시나몬알데히드(cinnamaldehyde)는 말초혈관 확장과 항염증 작용이 핵심이다. 발한작용이 아니다. 갈근(葛根)의 푸에라린(puerarin)은 해열과 항염증 작용이 핵심이다. 발한작용이 아니다. 시호(柴胡)의 사이코사포닌(saikosaponin)은 해열과 면역조절 작용이다. 형개(荊芥)와 방풍(防風)은 항염증과 진통 작용이다. 박하(薄荷)의 멘톨(menthol)은 청량감을 주는 항소양(抗搔痒) 작용이다.


강활(羌活), 백지(白芷), 세신(細辛)은 진통과 항염증 작용이 핵심이다. 어느 것 하나 ‘땀을 내서 치료한다’는 기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해표약으로 분류된 수십 종의 약재 중, 에페드린의 교감신경 흥분에 의해 그나마 발한이라는 부수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마황 한 가지뿐이다. 


나머지 해표약들의 실제 약리기전은 해열, 항염증, 진통, 항바이러스, 면역조절 등으로 제각기 다르다. 그런데 이 모든 약재를 ‘발한해표’라는 하나의 기전으로 묶어놓은 것이다. 기전 분류가 아니라, ‘감기 초기에 효과가 있더라’는 임상 결과를 묶어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마황의 발한해표라는 효능 기술의 문제가 마황 한 약재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해표약이라는 범주 전체가 ‘발한’이라는 허상의 공통 기전 위에 세워져 있는 셈이다. 이 문제는 제3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겠지만, 여기서 미리 환기해 두고자 한다.


발한해표(發汗解表)인가, 산한해표(散寒解表)인가


다시 마황으로 돌아오자. 에페드린은 대사율을 높이고 열 생산(thermogenesis)을 촉진한다. 이로 인해 오한이 해소되고 체표의 한기(寒氣)가 물러난다. 마황이 실제로 하는 일은 ‘땀을 내는 것’이 아니라 ‘한(寒)을 흩어버리는 것’이다.


『상한론』의 마황탕 복용법을 보면 흥미로운 단서가 있다. “온복(溫服)하고 이불을 덮어 취미한출(取微汗出)하라”고 했다. 따뜻하게 복용하고 보온하여 약간의 땀이 나게 하라는 것이다. 이 복용법은 에페드린의 대사율 증가 효과에 온열 자극을 더하여 산한(散寒) 작용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대 의가들은 경험적으로 최적의 복용 조건을 찾아낸 것이다. 다만 그 효과의 본질을 ‘발한’이라고 명명한 것이 현대 약리학과 어긋나는 지점이다.


따라서 마황의 효능은 발한해표(發汗解表)보다 산한해표(散寒解表)로 기술하는 것이 약리학적 실체에 부합한다. 물론 산한(散寒) 역시 전통적 용어이지만, 적어도 ‘땀을 낸다’는 부수현상이 아닌, ‘한을 물리친다’는 실제 작용에 더 가까운 표현이다.


관찰은 소중하되, 해석은 진화해야 한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고대 의가들의 관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감기 환자가 땀을 내면서 호전된다는 관찰은 정확했고, 마황이 감기 초기에 효과적이라는 임상 경험도 틀리지 않았다. 다만 그 현상에 부여한 인과적 해석, 즉 ‘땀을 냈기 때문에 나은 것이다’라는 설명이 현대 약리학과 부합하지 않을 뿐이다.


천 년 넘게 사용된 용어라 하더라도, 실제 기전과 맞지 않으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것은 한의학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의학의 언어를 더 정밀하게 다듬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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