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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14일 (수)

“통증의 새로운 기전을 밝히다”

“통증의 새로운 기전을 밝히다”

중꺾마로 버틴 9년 연구, ‘Nature Neuroscience’로까지 이어져
전침서 신경과학까지, 한의학 연구 확장…한의 기초연구 국제경쟁력 확인
김선광 경희대 한의대 교수, 대한한의학회 학술대상 금상 수상

김선광 금상 인터뷰1.jpg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대한한의학회 학술대상 시상식’에서 금상을 수상한 경희대 한의대 생리학교실 김선광 교수에게 수상 소감을 들어봤다. 

김선광 교수는 ‘Nature Neuroscience’을 톱 저널에 논문을 게재, 한의학 기초연구의 국제적 경쟁력과 임상 확장 가능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Q. ‘학술대상 금상’을 수상한 소감은?

대한한의학회 학술대상 금상이라는 한의대 교수로서 최고의 영예를 재작년에 이어 올해도 받게 되어 정말 영광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한창일 때 한의대를 졸업한 후 대학원 기초교실에 진학해 전침 진통효과의 신경과학적 기전 연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20여 년간 열심히 연구에 매진한 결과 이번 금상 수상 논문이 ‘Nature Neuroscience’라는 톱 저널에 게재될 수 있었다.

사실 혼자 이룬 성과가 아니라, 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16명의 국내외 연구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밤새 실험해 이룬 성과다. 

이번 논문 게재에 기여한 모든 공동 연구자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이번 수상 논문에서는 통증에 대한 새로운 기초 기전을 규명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한의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데 최선을 다해 보겠다. 

기초 연구가 한의 임상으로 이어지는 연구를 한의사-과학자(KMD-PhD)로서의 사명으로 알고 열심히 해보겠다.

 

김선광 금상 인터뷰2.png
제 22회, 24회 대한한의학회 학술대상 금상을 수상한 김선광교수

 

Q. 두 차례 수상을 통해 연구자로서 변화된 부분은?

재작년 첫 수상 때 소감으로 ‘중꺾마’ 정신을 말한 적이 있다. 

당시 R&D 예산의 갑작스런 대폭 삭감으로 연구실 인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올해 수상 논문의 리비전 작업 중이었기 때문에 정말 이를 악물고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이번 논문은 투고 후 2번의 리비전을 거쳐 최종 게재될 때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잘 버틴 덕분에 논문이 톱 저널 중 하나에 게재될 수 있었고, 또한 작년부터 여러 연구과제를 수주해 연구실이 이제는 정상화되고 있다. 

재작년 첫 수상이 제게 ‘중꺾마’ 정신을 실현할 수 있는 큰 힘을 준 것 같다.

이제 연구실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한의치료기술의 개발과 그 과학적 기전 규명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Q. 향후 한의학 연구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하는지?

소뇌(Cerebellum)는 감각-운동 통합 및 운동 조절 역할이 주요 기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존 통증 연구는 말초, 척수와 뇌의 일부 영역에 집중되었기에, 통증 분야에서는 미지의 영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연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다만, 인간 뇌 영상(Human brain imaging) 연구에서 통증이 있는 그룹의 소뇌 영역이 활성화됨을 반복적으로 보고해 왔기 때문에 분자-세포-회로 수준의 통합적인 ‘소뇌 통증 정보 처리 기전’을 규명한다면, 난치성 만성 통증에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연구팀은 통증 자극이 가해질 때 뇌 청반(Locus Coeruleus) 신경세포로부터 노르아드레날린이 소뇌에 분비되고, 노르아드레날린이 소뇌 버그만 교세포(Bergmann Glia)를 활성화해 통증 행동을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특히 이 회로는 소뇌 교세포 α1 아드레날린 수용체에 의해 매개되며, 이 수용체의 활성을 차단하면 통증 반응이 억제됨을 확인했다.

또한 단순한 급성 통증만이 아니라 신경 손상으로 유발되는 만성 통증인 신경병증성 통증에서도 소뇌 버그만 교세포를 조절해 통증이 완화되는 결과를 얻었고, 이는 소뇌 신경-교세포 회로가 만성 통증 치료의 새로운 타겟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만성 통증은 한의의료기관 다빈도 질환 1위(환자수 및 요양급여비용 1위)이다. 이는 만성 통증 영역에 대해 국민들의 한의의료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으며, 경구 진통제로는 해결되지 않는 통증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전침 등과 같은 혈위 자극에 대한 선호가 높음을 반영하고 있다.

초고령사회로 인해 다약제 사용에 대한 우려가 증가되는 상황에서 최근 전세계적으로 약물이 아닌 신경조절(Neuromodulation) 치료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전자약(Electroceutical)’이라고도 부르는데, 사실 한의학의 전침요법과 유사한 치료 기술이다. 

확대하면 레이저침, 초음파침, 자기장침 등 새로운 혈위 자극 모달리티의 도입이 가능하며, 이미 임상에서 도입이 시작됐다.

예를 들어, 현재 기술적으로는 대뇌피질의 교세포를 조절하는 비침습적 경두개 직류자극(tDCS)법이 있는데, 이는 한의학의 두침(전침) 요법과 유사하다. 

이번 논문의 연구 결과를 반영해 본 연구팀 뿐 아니라 임상 한의학계에서 향후 소뇌 교세포를 조절하는 두침 전기/자기장/초음파/레이저 자극요법을 개발해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비침습적 신경조절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Q. 연구를 시작한 계기 및 과정은?

한의대 96학번이라 입학하자마자 한약분쟁을 겪으면서 한 학기 늦게 코스모스 졸업했고, 국가고시는 97학번과 함께 치르게 되어 6개월의 시간이 붕 떴다. 놀면서 시간을 보내느니 후기 대학원에 진학해서 뭐라도 해보자하고 선택한 것이 기초교실 대학원 조교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았기에 대학원 수업과 실험을 직접 경험해 보면서 연구에 흥미가 커져 갔다.

특히 2년 반 동안 석사과정에서 연구한 결과가 석사 졸업 직후 3편의 SCI급 저널 제1저자 논문으로 게재된 점이 연구를 업으로 삼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여전히 직접 실험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논문 쓰는 작업이 너무 재미있다.

 

Q. AI, 빅데이터 등이 한의학 발전에 미칠 영향은?

한의학과 과학기술을 넘나드는 ‘통합적 사고’라고 생각한다.

예전 인터뷰에서도 언급했던 것 같은데, 10여 년 전 구글 딥마인드의 ‘Demis Hassabis’가 미국신경과학회에서 ‘Neuroscience-Inspired Artificial Intelligence’에 대해 강연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

Neuroscience와 AI 두 가지 영역이 상호 진보를 끌어낼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대학원에서 신경과학을 전공하기도 했고, 그 때부터 제 머리 속에 떠나지 않는 생각이 “Neuroscience-Inpired Korean Medicine”, “Korean Medicine-Inspired Neuroscience”였다. 

요즘에도 학부 및 대학원 수업 때 소개하고 있다. 신경과학뿐만 아니라 “AI-Inspired Korean Medicine”, “Immunology-Inspired Korean Medicine” 및 그 반대도 가능한 것이다. 

요즘과 같이 AI 발전이 가파르고 신기술이 급성장하는 시기에는 특히 ‘통합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다면?

연구에 필요한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최근 핫 토픽인 “Brain-Gut Axis” 연구, “Glymphatic System” 연구, 생쥐의 심장박동을 인위적으로(광유전학적으로) 증가시켰더니 우울·불안 행동이 나타나고 뇌의 관련 영역들에 변화가 생김을 보고한 논문 등 대부분 한의학에 이미 기술되어 있는 내용들이다. 

앞으로의 연구 목표 중 하나가 “Korean Medicine-Inpired Neuroscience” 연구를 하는 것이다. 

“Neuroscience-Inspired Korean Medicine” 연구는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한의사-과학자분들이 이미 하고 있어 훌륭한 연구들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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