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간 대만에 갔었다. 국제동양의학회(ISOM, International Society of Oriental Medicine) 주최의 제21회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ICOM, International Congress of Oriental Medicine)에 발표자로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과 최도영 대한한의학회장도 적극적으로 참여를 독려해 100명 넘는 한국측 인사들이 참여하게 되어 의사학자의 관찰자로서 입장에서 볼 때 매우 감동스러운 행사였다.
이종안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배원식한의원 원장)이면서 국제동양의학회 사무총장의 30여 년간의 헌신(배원식 선생 보필과 국제동양의학회에서의 활동)을 오랜 기간 옆에서 지켜보면서 대만측에서 잘못 알고 진행된 몇 가지 실수(적합하지 않은 수상과 누락 등)를 잊고 넘기기로 했다.
최근 AI(Artificial Intelligent)의 열풍이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다. 이종안 사무총장의 국제동양의학회와의 인연에 있어서 배원식 원장과의 만남은 중요하다. 아울러 이종안 사무총장은 필자에게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나에게 국제동양의학회 관련 자료를 처음으로 제공해 근현대 한의학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은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정기적으로 중구 회현동에 있는 배원식한의원을 방문해서 근현대 한의학의 역사적 전개를 배원식 선생의 생전 활동을 중심으로 경청하면서 이에 대한 안목을 키워나갔다.
AI 한의사를 만드는데 소외되어서는 안될 한의사의 삶.
이 글의 제목을 ‘AI 한의사를 논한다’로 붙인 것은 금번 제21회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의 내용이 이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발표 논문 제목은 전혀 관계없이 붙였지만, 여기에서 ‘AI 한의사를 논한다’라고 한 것의 모티브는 배원식 선생 같은 한의사의 국제화에 일생을 바친 한의사와 이종안 사무총장 같은 배원식 선생의 뜻을 평생 받들어 국제동양의학회에 헌신했던 한의학자들의 평생 스토리가 ‘AI 한의사’를 만들어 나가는데 전혀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현실적 염려로부터 비롯한다.
본인이 학자로서의 삶을 살면서 평생해온 ‘한의학 인물’, ‘한의사 명의 발굴’, ‘儒醫列傳’, ‘한의사 치료 醫案 정리’, ‘근현대 한의학의 역사적 사안들’ 등은 관련 자료의 수집의 취미를 만들어냈다. 가끔씩, 실제로는 자주, 한의사 諸位들의 자료 기증 의사를 듣고 찾아가서 희귀한 자료를 받아오고 흥분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지금 연구실과 자료실에는 한의학 관련 자료들로 가득차서 정리하기 어려운 정도이다. 자료 수집과 정리, 집필 등의 과정에 본인은 자료로서의 가치는 고가의 고전의서의 가격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한의학을 연구하면서 적은 노트, 소규모의 모임에서 세미나용으로 만든 자료, 한의사 분회 등에서 나누어준 소식지, 한의대 재학시절 만들었던 학회지나 동아리 소식지 등 한의사들의 신변잡기와 학창시절의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자료들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콘텐츠들이 ‘AI 한의사’를 만들어가는데 반영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한의사들의 하루하루의 모습을 반영하지 못하는 기계적 느낌의 프로그램만 접하게 될 것이다.
모든 한의사는 생애, 학술사상, 평생 축적한 학문적 배경, 지역성, 국적성, 醫哲學, 醫德, 多讀 醫書, 치료술, 경험방, 개인 醫案 등 삶의 스토리 라인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처방이나 치료술, 진단툴을 검색을 통해서 찾아내는 단순한 반복형 검색형 엔진 기반의 AI만으로는 한의사의 ‘Dual Brain’을 삼을 수 없을 것을 확신한다.
배원식 선생 같은 한의사의 생애, 학문적 연구, 치료 경험, 경험방, 개인 의안 등이 멀티 모달로 정리되어 교육과 연구, 임상에 활용될 수 있게 된다면 진정한 ‘AI 한의사’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