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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2일 (월)

신미숙 여의도 책방-66

신미숙 여의도 책방-66

화(火)의 계절에 화(火)를 떠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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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신미숙의 여의도 책방』은 각 회마다 1개의 키워드에 5권의 도서를 추천하는 형식으로 이어갑니다.


지난 7월8일은 질병관리청이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운영해 온 2011년 이래 가장 이른 시기에 응급실에 방문한 누적환수가 1000명에 도달한 날이다. 구미 공사장 노동자와 경북 팔각산 등산객, 전북 구봉산 등산객의 안타까운 사망 뉴스도 이날 전후로 들려왔다. 더위 만큼이나 진땀을 유발하는 기사들이다. “열대야 2주차, 올들어 낮기온 최고 갱신”, “100년만의 찜통 더위, 습도와 불쾌지수 최고조” 등의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듯한 날씨 기사의 경쟁적으로 붉은 제목들은 글자를 읽는 것만으로도 이글대는 아스팔트 위에 맨발로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실감시키는 위력이 분명히 있다.


“동남아 여행갈 필요가 있나? 서울이 방콕인 걸!” 올 여름 태국이나 베트남보다 한국이 더 덥다는 것은 느낌이 아닌 실제 기록으로 확인된다. 이런 날씨 관련 사건사고의 사회면 바로 뒷 페이지에 실려있는 힙하다는 국내외의 피서지 정보와 최고급 호텔들의 애플망고빙수가 얼마나 비싼지에 관한 비교 리포트는 사람들의 마음에 또 다른 불을 지핀다.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사정과 함께 ‘뭐 한 번 먹어주지. 그깟 호텔 망고빙수, 나를 위한 스몰 럭셔리’라고 마음 먹었다가도 ‘그래도 빙수 한 그릇에 10만원은 좀 너무하지 않나?’라는 내적 갈등을 겪고나면 ‘집 앞 저가커피숍의 4000원짜리 컵빙수라도 사수하자’는 결심을 슬그머니 실천에 옮기게 된다. 


일사병과 열사병의 계절에 화(火)를 떠올리는 것은 이열치열의 정신이기도 하고 난데없이 진료실에 크리스마스 캐롤을 틀어보는 엉뚱한 짓과 비슷한 시도이다. 또한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2018)라는 서울대 정치학과 김영민 교수의 책 제목에 부합되는 사유를 흉내내기 위함이다. 폭염도 괴로운데 이 폭염의 일상에 화병을 굳이 떠올리는 이유는 딱히 없다. 덥기 때문이다. 더위를 덜 타기 위한 몸부림에 특별한 이유가 따로 있겠는가?


새 정부 출범 후 국회의 여러 모습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야당 의원들은 체력단련실과 사우나에서 건강관리와 힐링을 챙기시며 후일을 도모하고 있는 반면에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실에서 전화가 걸려올까봐 하루 종일 노심초사 전화기를 노려보고 계시는 분들이 다수라는 꽤 믿을만한 소식통의 제보를 접했다. ‘누구는 장관 후보도 되고 또 다른 누구는 대통령 곁으로도 불려가는데 왜 나에게는 아무런 전화가 걸려오지 않는다는 말인가?’ 절망감 혹은 배신감 혹은 가슴앓이 혹은 그로 인한 불안초조? 이 모든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난다면 다름 아닌 화병(火病)이다. 정치인들의 화(火)를 떠올리니 근본은 질투요, 껍질은 감투다. 비슷하게 정치를 시작해도 중간 경로에 따라 종국에 처한 자리는 천양지차다. 명함도 인기도 영향력도 각기 다른 포물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현직에 있을 때 다음 번 총선까지 염두해 가며 본인의 입지를 지속적으로 비교, 분석, 계산해야 하니 이보다 더 피곤한 자리도 없다.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국회의원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도 아니다”라는 씁쓸한 문장이 있다. 총선 낙선자에 대한 조롱을 담은 풍자적 문장이다. 이는 냉정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게도 전국민적인 욕을 먹는 자리가 뭐가 좋다고 의원 한 번 해 보겠다고 저리도 별의별 수를 다 쓰나 싶겠지만 국회의원은 얻어먹는 욕 만큼의 무게감으로 동시에 입법에 영향력을 미치고 그로 인한 유명세를 얻는 일종의 정치 셀럽이다. 뺏지를 달고 있는 현직 때와 뺏지 떨어진 전직 의원, 이 두 그룹 사이에 부여되는 권리와 의무 무엇보다도 중요도나 주목도에 따른 바쁨의 정도가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에 후자 그룹에 속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 한동안 괴로워하는 분들이 꽤 많다. 이 모든 것을 쉼 없이 멀티태스킹 해내는 의원들의 체력과 멘탈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모두 슈퍼맨인 것만은 틀림 없다.   


현재를 살아가는 한의사들의 마음은?


2025년을 살아가는 현직 한의사들의 마음 속에도 불덩어리 한두개씩 있을 것이다. ‘내가 미쳤다고 의대 등록을 포기하고 한의대를 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다니’ 혹은 ‘그 때 수련의를 그만 두고 나가서 선배가 하던 요양병원을 이어서 했었더라면 지금쯤 은퇴자금 확보하고 동네 할매할배들 비위는 더 이상 안 맞춰도 되었을텐데’ 등등 이불킥에 머리쿵을 해 보아도 이미 늦었다. 물은 엎질러졌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한의계에 몸과 맘을 담근 지 수십년이 지나버려 한의사 팔자임을, 이생망 운명임을 받아들인 채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눈팅만 하는 모 정치 커뮤니티에 난데없이 “2025년에 한의사가 왜 필요하죠?”라는 게시글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글 내용도 댓글도 뻔할 듯하여 건너뛰었다. 열 받는다. 요즘 말로 킹 받는다. 대학병원 경유해서 초재진으로 내원하는 모든 환자들은 하나같이 “교수님이 침 맞지 말라던데요”, “담당 교수가 한약 먹지 말라는데요” 합창을 한다. “여긴 한의원인데 그럼 뭘 해 드릴까요?” 로마 시대의 스토아 철학자인 세네카는 일찍이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와 더불어 『분노에 대하여』라는 그의 저작물을 통해 아래와 같이 조언한 바 있다. 


『세네카의 화 다스리기』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메이트 북스,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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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라는 녀석이 일단 밖으로 표출되기 시작하면 화의 노예가 되기 쉽다.

- 일단 화를 내는 것에 성공하면 의기양양해지지만 실패하면 광기에 미쳐 날뛴다. 

- 화는 내가 상처를 입었다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 화를 잘 내는 성격은 다양한 결함을 가지고 있으며 타의에 의해 좌우되는 것을 싫어한다. 

- 충동은 단순한 행동에 불과하지만 화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결합된 복잡한 감정이다. 

- 두려움은 회피하려는 마음을 낳고, 화는 돌진하려는 마음을 가져온다. 

- 화라는 지독한 병은 불평불만과 함께 시작된다. 

- 화를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잠시 멈추는 것이다. 

- 사람들은 각기 다른 것에 화를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취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잘 알고 있어야만 그 부분을 특별히 보호할 수 있다.  


『화병의 인문학, 근현대편』

(박성호, 최성민, 모시는 사람들,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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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서 ‘화병’은 화(火)의 개념에서 나왔지만 단일한 병인을 가진 병명으로 보지는 않는다. 화병은 증상적으로는 광범위하고, 사회문화적으로는 국지적이라 할 수 있다. 

- 우리에게 화병은 그저 질병으로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화병은 하나의 문화다. 

- 현대 한의학에서 화병의 원인으로 손꼽는 것은 대체로 가족 내에서의 갈등 내지는 가족을 잃은 슬픔 등이다. 

- “간은 녹는 듯, 염통은 서는 듯, 창자는 끊어지는 듯, 가슴은 칼로 어이는 듯”하는 마음의 병은 신체로까지 파급된다. 

- 말하자면 마음(心)의 병이 몸(身)으로 발현되었다가 다시 정신, 즉 마음(心)으로 회귀하는 셈이다. 

- 화병에 대한 임상연구에서는 분노, 억울, 불안, 초조, 우울, 의욕상실 등의 정서적인 증상과 함께 답답함, 두근거림, 치밀어 오름 등의 다양한 신체적 증상이 거론된다. 

- 울화가 몸과 마음의 병을 낳기에 신체 증상과 동반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던 화병은, 신경쇠약의 맥락에서는 과도한 자극으로 인해 소모된 신경이 육체까지도 소모시킨다는 형태로 재배치 되었다. 

- 화병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불가항력적 충격이 영문을 알 수 없게 다가올 때, 합리적인 이성으로 자신이 처한 고통스런 상황이 이해되지 않을 때 찾아온다. 분노와 억울함, 답답함이 뒤섞여서 나타나는 심리적 질병이다. 


『화병의 인문학, 전통편』

(김양진, 염원희, 모시는 사람들,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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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식 기록상으로 우리 역사에서 최초로 화병을 앓은 이는 선조이다. 선조가 스스로 자신이 앓고 있는 병을‘화병’으로 언급한 이래 이 병은 조선 왕실의 누적된 유전병이 되어 버린다. 

- “나는 화병을 앓는 것이라서 계사(啓辭)를 보고부터는 심기가 더욱 상하여 후문(喉門)이 더욱 폐색되고 담기(痰氣)가 더욱 성한데 이것은 좌우의 환시(宦寺)가 다 알고 있는 바이다“ 

- 가부장제적 질서 안에서 남녀 차별이나 적서 차별 등에 의해 누적된 화병은 사회생활로 이어지면서 더 큰 차별과 원망으로 확산되어 사회 전반으로 퍼져 있다. 

- 화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분노이다. 물론 분노만이 화병의 원인이 되는 감정은 아니지만, 화병은 일차적으로 분노와 관련된다. 억울함이 쌓여 바깥으로 폭발하면 분노가 된다. 

- 중년 여성의 화병 증상은 각각 울구화화(鬱久化火), 심신불교(心身不交)와 같은 한의학 용어로 설명할 수 있다. 


『욱하는 마음 다스리기』

(알루보물레 스마나사라, 밀라그로,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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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는 맹독이다. 마음이 화에 물들면 인간의 성장은 멈춰버린다. 

- 화라는 것은 자신을 스스로 화염에 휩싸이게 하는 것이다. 

- 화내지 않는 사람이 모두의 고삐를 쥐고 있는 것이다. 

- ‘화가 없다’라는 것은 화를 낼 조건이 갖춰져 있어도 화를 내지 않는 것이다. 

- 화를 다스리는 방법은 바로 자신의 마음을 보는 것이다. 

- 지혜의 개발이 화를 극복하는 지름길이다. 

- 화를 내는 사람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약하다. 


『한국인의 울분과 외상 후 울분장애』

(채정호 외, 군자출판사,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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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로 Hwabyeong 혹은 Hwabyung이라는 단어로 구글 검색이 가능할 정도로 화병은 한국인의 독특한 문화증후군으로 서양에서는 관찰되지 않는 역기능적 분노(dysfunctional anger)이다. 

- 화병은 정신의학적 용어로 바꿔 말하면, 심한 신체증상을 동반한 우울증이라고 할 수 있다. 

- 화병의 유병률은 일반 인구집단의 3-5%에 달하며 외래를 방문하는 신경증 환자들의 20-30%가 화병에 해당된다. 

- 화병에 대한 연구는 국내 정신의학회에서는 많지 않지만 한방정신의학에서 비교적 활발하고 한동안 심리학, 사회복지학, 상담학 등에서 활발하였다. 

- 화병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어떤 방어기제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또는 정신병적 장애로 분화, 발달할 수 있다. 

- 화병 치료의 일차적 목적은 당연히 분노의 감소이다. 화병 치료의 원칙은 다른 정신장애에서와 같이 통합적이고 전인적인 접근이어야 한다. 


새 정부의 인사청문회 시즌이다. 슈퍼위크라고도 불리운다. 아마 이 글이 실릴 즈음이면 청문회는 마무리되고 야당 공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한 각 부서의 장관 후보들은 임명장을 수령했거나 수령 준비 중일 것이다. 장관 후보에 지명이 되자마자 모 의원의 보좌진 상대 갑질 의혹 뉴스가 떴다. 진위를 떠나 갑질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히 존재하고 그 양측의 입장이 완벽하게 다르다는 게 쟁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갑질의 가해자는 대부분 그 행위가 상대방에게 해가 되는지를 아예 모른다는 것이다. 갑질 피해자에 대한 감수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갑질의 피해자 대부분은 이미 화병이 진행된 중증 환자이다. 가해자에 대한 증오심을 품게 되고 실직이라도 되면 본인 처지를 심하게 비관하게 된다. 이직에 성공해도 전 직장에서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라면 새 직장에서도 더딘 적응력으로 이중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과거의 화병이 주로 가족 안에서의 관계에서 유래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의 화병은 남녀를 불문하고 직장 내에서의 갑을관계에서 파생된 여러 갈등의 결과로 발생된다. 성별과 세대에 따른 화병의 변천사는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전체 구성원들의 마음 건강을 돌아보게 만든다. ‘너만 귀하냐? 나도 귀하다?’, ‘나는 귀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똑같이 귀한 사람입니다’ 진료실에 입장하는 모든 이들을 대하며 속으로 반복해서 외우는 주문이다. 


‘화’라는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단단한 지혜 절실


최근 넷플릭스에서 화제중인 애니메니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초반에 난데 없이 한의원과 한의사가 등장한다. 보컬 루미가 갑자기 컨디션 난조로 목소리에 문제가 생기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른 멤버 조이가 한의원을 추천하고 나머지 멤버 미라까지 다같이 한의원을 방문한다. 한의원을 들어서며 미라가 내뱉는 말 “사짜 냄새가 풀풀 나는구만” 한의사가 진료실로 들어서자 멤버들은 효과가 직방인 한약을 받으려고 왔고 빨리 나을수록 좋다고 약처방을 재촉하지만 느긋한 한의사는 부분을 치료하려면 전체를 이해해야 하는 법이라며 진찰이라기보다는 관상을 본다. 


루미는 벽이 너무 많고 한 부분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그러다보니 분열되고 고립되고 감정을 숨기며 다른 멤버들과 목욕탕도 같이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얼굴만 보고 이 모든 것을 귀신처럼 맞춘 한의사의 신통함에 조이는 감탄하지만 루미는 좋은 말씀이기는 한데 한약만 받으면 되니 어서 목소리 치료제나 달라고 다시 한 번 채근한다. 마침 딱 맞는 게 있다며 ‘몸에 좋은 한약’이라고 기재된 한약박스를 멤버들에게 내어 주는데, 나중에 한약 파우치 껍질이 벗겨지면서 한약은 포도 에이드로 밝혀진다. 


한국 문화에 대한 현실 고증을 깨알 디테일까지 잘 살렸다고 칭찬 세례를 받고 있는 작품에 한의원과 한의사가 등장하여 나름 반갑기도 했지만 관상으로 진찰을 하는 장면이나 포도 에이드를 표지갈이 하여 한약이라고 판매한 행위는 해외에서도 대체보완의학 분야 종사자들을 사기꾼 기질을 가진 정통 의사의 격에는 미치지 못하는 부류로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진행 중인 3특검의 지난주 주요 뉴스 한 토막은 누군가의 격노가 있었냐 없었냐 들었냐 말았냐에 관한 것이었다. 윗 사람의 분노는 아랫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정책을 급변시키며 인사를 꼬이에 만든다. 화라는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단단한 지혜가 절실한 시절이다. 화를 내지 않아야 진정한 리더라는 인용 서적의 한 문장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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